박환우와 떠나는 생태기행 25
평택호(아산호)는 경기 남부 지역뿐만이 아니라 충청남도, 천안시 북부와 아산시 북부 음봉, 둔포 지역의 하천이 유입된다. 아산만방조제 중심에서 둔포천, 군계천을 연결한 도계를 경계로 남쪽은 충청도, 북쪽은 경기도 행정구역이다. 평택호 수질개선과 겨울철에 아산만 바닷바람을 타고 밀려오는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에는 충청남도, 천안시, 아산시의 협력이 중요하다.
둔포천 상류 연암산 발원지 물
아산시 음봉면 신휴저수지 머물다
군계천과 만나 평택호로 합류
성환천 발원지인 노태산부터 용와산, 연암산, 영인산을 연결하는 영인지맥 능선을 분수령으로 북쪽으로 흐르는 물은 둔포천, 군계천을 통해 평택호(아산호)로 흐르고, 영인지맥 남쪽 물은 곡교천을 따라 삽교호로 합류한다. 둔포천 상류 연암산 발원지에서 흘러 온 물은 아산시 음봉면 신휴저수지에 머무르다 둔포 시내 둔포면행정복지센터 앞에서 군계천과 만나 평택호(아산호)로 합류한다.
둔포천의 상류 발원지를 탐사하기 위해 아산 지역에서 활동하는 ‘일로 둘레길’ 해설사 배영복, 김종미 선생님의 안내를 받았다. 음봉면 쌍용1리에 승용차를 주차하고 마을 옆으로 흐르는 실개천을 따라 연암산(294m)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쌍용리에는 수백년된 느티나무와 아름드리 오동나무가 우리를 반겨준다. 오래된 나무들이 터를 잡고 마을을 지켜주고 있어 포근한 느낌이다. 쌍용리는 연암산 북쪽 산자락에 형성된 농촌 마을로 배과수원이 많다. 마을 뒤 과수원을 지나 골짜기로 들어서자 장마철 토사유출로 인한 산사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설치한 콘크리트 사방댐이 보인다. 댐에는 연암산에서 흘러내린 용존산소가 풍부한 청정상태의 물이 하얀 고체상태로 저장되어 있다. 봄기운에 산 아래 양지바른 밭둑에 냉이가 올라오면 실개천을 따라 아산만 바다로 나갈 날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부터는 물소리를 따라 등산로가 없는 계곡을 기어 올라가야 한다. 추운 날씨에도 졸졸 흐르는 물줄기가 정말 반갑다. 골짜기 중간에 다랑이논 같은 평평한 지형에 멧돼지들의 놀이터로 이용되는 습지에서 물이 흘러나온다. 습지 옆 골짜기를 따라 50여 미터를 더 오르자 큰 바위 밑에서 샘이 흐르고 있다. 우리는 이곳을 둔포천의 발원지라 동의했다. 경사가 심해 땀이 날 정도로 오르기 힘든 탐사지만, 미리 인터넷 검색을 통해 철저한 준비를 한 해설사님들 덕분에 끝까지 오를 수 있었다.
골짜기를 다 오르자 하늘이 훤하게 보인다. 쌍용리에서 동암리로 넘어가는 매봉재는 등산로와 안내판이 잘 정비되어 있다. 능선 등산로에 오르자 아산만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해지기 전에 연암산봉수대를 보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연암산(294m) 봉수대는 평택 팽성 망해산봉수대, 포승 괴태곶봉수대로 신호가 이어지는 곳으로 아산만을 통해 쳐들어오는 외적을 감시하고, 남쪽에서 올라오는 보고를 서울까지 이어주는 위치에 설치되었다. 연암산 서쪽 봉우리에는 둘레 450m 정도의 산성 안에 봉수대가 복원되어 있다. 망해산봉수대, 괴태곶봉수대는 미군, 해군의 군사용 통신시설이 설치되어 시민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상황이다. 아산만 주변 해안과 평택당진항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괴태곶봉수대를 시민들과 함께 누릴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아산시 북부 음봉, 둔포 지역
예부터 평택과 교류 빈번한 곳
팽성과 인접한 이곳은 최근
활발한 개발사업으로 공장 증가
봉수대를 지키는 산성 옆 연암정에 올라 북쪽을 바라보니 신휴저수지, 둔포 시내 아산테크노밸리가 눈앞에 보이고, 넓은 평야 지대 뒤로는 미군기지, 평택 아파트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아산시 북부지역 음봉, 둔포 지역은 평택시와 교류가 빈번한 지역이다. 오래전부터 국도 45호선으로 평택과 온양을 오가는 버스 운행 덕분에 둔포 지역 학생들은 평택으로 고등학교 진학을 하기도 하였다. 둔포천 발원지 탐사를 함께한 배영복 선생님 처갓집이 평택 시청 인근이라고 말씀하시며 친절하게 안내해주신다.
둔포천· 계천을 경계로 팽성과 접경한 둔포 지역은 아산테크노밸리 아파트단지 입주, 평택 미군기지 이전과 국도 43호선 개통 등으로 개발사업이 활발해지면서 중소기업 공장들이 증가하고 있다. 둔포천은 평택호 하류에 직접 유입되는 지방하천이다. 평택호 수질개선을 위해 집중적인 관리를 해야 하는 중요한 하천으로 둔포하수처리장 증설공사가 한창이다. 둔포는 아산만방조제가 막히기 전에는 바닷물이 들어오면 소금배가 많이 드나들었던 포구였으나, 둔포 시내 둔포교 위에서 살펴본 지방하천 둔포천은 겨울철이라 수량이 적었다. 둔포교에서 서쪽으로 강건너 현덕면 고등산(광덕산)이 보인다.
둔포면 신항리에는 윤보선 대통령 생가를 국가민속문화재 제196호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윤보선 대통령은 유년시절 둔포에 거주했다고 한다. 영국 에든버러대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에 거주하며 정계에 진출하여 대한민국 헌정사상 유일한 의원내각제 정부의 대통령을 역임했다. 1961년 박정희가 주도한 군부세력이 5.16쿠테타로 제2공화국을 무력으로 무너뜨리고 정권을 장악했다. 윤보선 대통령 부부는 군부독재에 저항하는 민주화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아산시는 둔포면 신항리 일대를 마을 단위의 국가지정문화재로 승격을 추진한다. 윤보선 대통령 생가 원형복원, 기념공간 건립, 신항리 주변 해평 윤씨 집성 가옥에 대한 보수를 추진해 근대문화마을 정비사업을 진행한다. 아산시는 현충사, 외암리 민속마을 등 문화재를 활용한 고즈넉한 관광지로 유명하다.
둔포천 평택호(아산호) 합류부에 모여있는 겨울철새 사진촬영을 위해 둘러보다 제방 돌 위에서 수달 배설물을 발견했다. 평택호 수면이 두껍게 얼어붙어 잠수해서 물고기를 잡기 어려워지자 수달이 먹이를 구하기 위해 물살이 흐르는 합류부로 모여든 것으로 보인다. 둔포천 하류부터 이어지는 아산호 제방을 따라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평택시가 평택호, 안성천 낚시금지구역 단속을 시작하자 아산시 지역으로 낚시인들이 모여들고 있다.
팽성 경양포는 안성천 하구 어업과 팽성읍과 현덕면 사이 뱃길의 중심지였다. 현덕면 사람들이 배를 타고 팽성으로 건너와 평택역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평택 미군기지 인근에 국제대교가 시원하게 건설되어 자전거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도 자주 애용하고 있다. 아산만방조제 건설로 해운과 근해 어업은 쇠퇴하고, 평택호 내수면 어민들이 어렵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평택시는 평택호 수질 개선 위해
충남과 협력해 아산시 둔포천,
천안시 성환천, 입장천 등의
수질관리 다각도로 마련해 나가야
환경부가 조사한 2021년 평택호 수질은 ‘약간나쁨’ 수준이다. 환경부를 중심으로 경기도와 평택시가 평택호 수질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너무 더디다. 충청남도와 협력해 아산시 둔포천, 천안시 성환천, 입장천의 수질관리도 다각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평택호 수질을 개선해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의 공업용수로 이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환우 환경전문기자
경기환경교육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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