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환우와 떠나는 생태기행 9

 

SK하이닉스 폐수가 한천 따라 흘러들어 고삼저수지 오염 우려

[평택시민신문] 용인시 원삼면 일대에 SK하이닉스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 계획이 발표되고, 지난 4월 22일 안성맞춤아트홀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 공청회가 열렸다. 원삼면에서 발원하는 지방하천 한천이 흘러드는 고삼저수지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안성시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경기남부하천유역네트워크 활동가들과 한천의 발원지가 있는 학일마을 쌍령저수지, 용인시축구센터, 고삼저수지 주변을 둘러봤다.

용인시 원삼면 일대에 ①SK하이닉스 반도체 산업단지가 들어서면 수십만톤의 폐수가 ②한천을 거쳐 ③고삼저수지 ④안성천 ⑤평택호, 아산만으로 흐르게 된다.

고속국도 공사로 혼탁해진 쌍령저수지

쌍령산 북동쪽 기슭에는 고속국도 제29호선 세종~포천 간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지난주에 제법 많이 내린 봄비로 인해 도로공사장에서 유출된 흙탕물이 흘러들어 쌍령저수지 물은 혼탁한 상태이다. 도로공사가 시작되기 전에는 쌍령산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이 가득했을 산골짜기의 작은 저수지가 혼탁한 것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오랜 세월 친환경농업을 이어온 학일리의 농업용수를 저장해주던 저수지의 수질이 오염되는 건 막아내기 어려운 산업화의 물결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천의 상류 원삼면 죽능리 용인시축구센터 주변 지역이 SK하이닉스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 예정지역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은 2024년까지 원삼면 일원 448만㎡에 1조7904억 원을 들여 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에 12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앞으로 SK하이닉스 반도체 산업단지가 들어오고 고속국도가 건설되면 원삼면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변해갈까? 용인시는 기흥구, 수지구를 중심으로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며 인구수 110만명의 대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그동안 학일마을은 조용한 산골짜기 전통마을이었으나 개발의 삽날을 피하기 어려운 위태로운 상황이다. SK하이닉스가 원삼면 일대로 터를 잡은 것도 새로운 고속국도가 건설되면 교통이 편리하고 기존 이천공장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장점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자연생태계가 살아 있는 학일마을

우리는 학일마을 마을회관에 주차하고 쌍령저수지까지 걸으며 마을을 둘러보았다. 다음 백과사전에 따르면 쌍령산 골짜기에 자리 잡은 학일마을은 안성천의 발원지다.

모내기를 끝낸 마을 앞 논에는 하얀 백로가 먹이 활동을 하느라 분주하다. 논마다 한 마리씩 서 있는 것이 그들에게도 담당하는 영역이 있나 보다. 아니면 그들도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는 것일까? 에 생각이 미쳐 웃음이 났다.

논 사이로 난 작은 도로를 걸어가다가 뱀을 만났다. ‘뱀이다’라는 외침에 다들 놀라 피했다. 어린 뱀이 빠르게 풀숲으로 몸을 숨기고 나서야 ‘역시 학일마을의 자연생태계는 살아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놀란 가슴을 진정할 수 있었다. 수년 전에는 통복천 산책로에서도 가끔 뱀을 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뱀을 발견하기 어렵다.

쌍령산(502m) 북동쪽은 용인시 원삼면이고, 쌍령산 남쪽 안성시 고삼면에는 고삼저수지가 쌍령산에서 흘러내려 온 맑은 물을 저장하고 있다. 지방하천 한천의 발원지인 쌍령산 품 안에는 천주교 관련 종교시설이 많이 있다. 쌍령산 서쪽 양성면에는 천주교 미리내성지와 진위천 본류 상류인 미산리저수지가 있다. 1958년 축조된 고삼저수지 주변 농촌에는 농민회가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으며, 연세대 의대생들의 농촌활동 주말 진료가 고삼면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이러한 활동이 기반이 되어, 1994년 안성의료생활협동조합이 창립되었다.

생명농업의 발상지 고삼면은 고삼저수지의 맑고 풍부한 농업용수 덕분에 고삼농협을 중심으로 경기남부 친환경농업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고삼면에는 친환경작목회, 한살림공동체, 친환경학교급식회 등의 농민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원삼면 SK하이닉스 반도체 제조 공장에서 배출되는 폐수가 한천 물줄기를 따라 고삼저수지로 흘러들어 농업용수의 수질을 오염시킬 것을 우려하는 안성시의 반대가 거세지고 있다.

생명농업 지키려는 고삼 농민들

SK하이닉스는 반도체클러스터 산업단지에서 배출하는 폐수를 한천을 통해 안성시 고삼저수지로 방류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고삼저수지 쪽으로 오·폐수를 방류하는 것에 대해 안성 농민들의 경제적 생존이 걸려있어 안성시민들 역시 반대하는 것이다.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안성시민연대와 함께 고삼면 친환경농업 관련 농민단체들이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거리 현수막을 걸고 공동으로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생명농업을 지키려는 고삼면 농민들의 절규를 외면할 수 없다. 고삼저수지가 오염되면 그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안성, 평택에서 생산되는 친환경농산물은 외면당할 것이다.

원삼면 죽능리 어현교에서 남쪽으로 흐른 물줄기는 고삼저수지에 잠시 머무른 뒤, 양성면과 대덕면 경계를 따라 남서쪽으로 흘러 공도읍 신두리에서 안성천과 합류한다. 안성천과 한천이 합류하는 대덕면 죽리에는 안성공공하수처리시설, 분뇨처리시설, 가축분뇨공공처리시설이 가동 중이다. 안성읍에서 발생하는 하수를 최대한 하류지역까지 하수관을 연결하여 방류하는 것이다. 한천 하류의 서측은 공도읍, 안성천 남측은 미양면, 한천과 안성천이 사이가 대덕면이다.

 

평택호 수질 개선 특단 대책 필요

이미 평택호 수질은 COD 12.2mg/L 이상으로 농업용수 기준 1.5배 초과하는 심각한 현실이다. 삼성전자 기흥, 화성 공장은 오산천, 삼성전자 평택 공장은 서정천, 진위천을 통해 하루 수십만톤의 반도체 산업폐수를 방류하고 있다.

앞으로 용인시 원삼면 SK하이닉스 공장이 건설된다면 한천·안성천을 통해 평택으로 반도체 산업폐수가 유입될 것이다. 한천의 수질오염을 둘러싼 용인시와 안성시의 갈등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안성천, 평택호 수계 수질개선을 위해서는 현재 진위천 수계에 적용하고 있는 수질오염총량제를 안성천 수계로 확대 적용하고, 평택호 유역관리 목표를 보다 엄격하게 설정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매일 수십만톤의 공업용수를 사용하는 반도체 공장들이 오산천, 서정천, 한천 등 진위천, 안성천 유역으로 집중적으로 입주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경기남부지역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인구가 집중적으로 증가하는 과정에서 하천의 수질을 개선하고 친환경농업을 지키기 위한 활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평택시, 용인시, 안성시는 평택호 수질개선과 상수원보호구역 관련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

박환우 본지 환경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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