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환우와 떠나는 생태기행 16
1987년 평택LNG생산기지 준공 후
수도권 아파트에 도시가스 공급 시작
평택엔 1993년 합정지구 택지개발사업
주공3단지 아파트 등에 처음 공급
한파와 코로나19 때문에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겨울이다. 추위에 견디기 위해 몸에 털이 나고 귀소본능이 남아 있는 인간들은 하루해가 일찍 저물면 추위를 피해 따뜻한 보금자리로 향한다. 북극한파에 바람이 몰아칠 때는 마스크와 몸에 조금 남아 있는 머리털이 고맙다.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80대로 연장되는 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 것은 난방이라고 한다. 난방 덕분에 겨울철 독감을 이겨내는 면역력이 강해진다. 아파트 도시가스 보일러, 지역난방 덕분에 추위를 피할 수 있게 된 도시인들은 본능적으로 모닥불을 그리워하며 캠핑과 ‘불멍’ 감성을 원한다.
개인적으로 경험했던 난방용 연료를 돌아보면 나무, 연탄, 석유, LPG프로판가스, 도시가스, 전기 등이다. 어린 시절에는 친구들과 땔감 나무를 구하러 뒷산을 뛰어다니던 추억이 있다. 아궁이에 나무로 불을 땐 온돌방 이불 속에서 엄마가 까주시던 군밤이나 군고구마를 먹던 겨울밤이 떠오른다. 사람들이 산에서 나무를 함부로 베어 땔감으로 사용하자, 숲이 파괴되고 산림이 황폐화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고덕신도시 집단에너지 공급은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맡아
현재 동탄-오산-평택진위-고덕신도시
연결하는 열수송관 매설공사 추진 중
대도시로 발전하는 평택
에너지 생산 공급시스템
전략적고민 시작해야
1960년대 이후 산림녹화 사업의 강력한 추진으로 땔감 나무를 구하기 어려워지고, 연탄이 널리 보급되자 우리 집도 연탄을 사용하게 되었다. 가을 추수가 마무리되면 집안 창고에 연탄을 가득 채우고 김장을 하는 것이 월동준비의 기본이다. 석탄을 주원료로 만든 연탄은 운반 판매, 저장이 편리해 주로 가정 난방용으로 사용했다. 연탄보일러, 연탄난로는 화력이 좋고, 오래 타는 장점이 있다. 연탄은 하루 두 번 정도 주기적으로 갈아주어야 하는데, 화로에서 연탄재를 빼내고 새 연탄으로 교체할 때 연탄구멍을 잘 살펴야 한다. 안방 실내온도가 썰렁하면 연탄보일러의 공기구멍을 조절해 연탄의 연소 속도와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난방비를 절약해야 하는 가정주부들은 연탄 화로의 공기구멍을 점검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연소 과정에서 일산화탄소가 발생해 이를 마시면 연탄가스 중독상태가 되어 생명에 위협을 주는 사고가 발생한다. 겨울철에는 연탄가스 중독 관련 뉴스가 매일 나오기도 했다. 매일 서너장씩 배출되는 연탄재를 처리하는 일도 큰 일이었다. 난방에너지 문제와 환경문제는 연계되어 있다.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면 산림 황폐화, 연탄을 사용하면 연탄가스와 폐기물 처리 문제가 고민이다. 평택역 주변에도 석탄으로 연탄을 찍어내는 공장이 있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시인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연탄의 불편함을 해결해준 연료로는 석유가 떠오른다. 가정용 석유보일러를 설치하고, 저장탱크를 준비해 석유를 가득 채우면 보통 2개월은 편하게 난방을 할 수 있었다. 성인이 되어 객지에서 혼자 살 때 가장 쓸쓸한 건 추운 겨울밤 썰렁한 방에 귀가할 때다. 어두운 문을 열고 들어선 방이 영하에 가까울 정도로 춥다고 느껴지면 정말 뼈 속까지 외로움이 밀려오곤 한다. 다행히 석유 보일러는 연탄 보일러에 비해 방바닥이 빨리 뜨거워지는 장점이 있다.
한국가스공사가 설립되면서 외국에서 천연가스를 액체상태로 배로 수입해서 비축하는 시설을 포승읍 원정리에 건설했다. 1987년 LNG 평택생산기지 준공 후 원정리에서 수도권 아파트단지에 가스배관으로 도시가스 공급이 시작되었다. 천연가스는 연탄이나 석유보다 깨끗하고 편리한 연료로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가정용 가스보일러 형식으로 보급되기 시작한다. 평택을 중심으로 경기남부권 도시가스 공급 판매사업은 삼천리가 담당하고 있다. 연탄사업으로 창업한 삼천리는 도시가스 분야에 진출하며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평택시에도 1993년부터 도시가스가 공급되었다. 평택 합정지구 택지개발사업 주공3단지 아파트, 송탄 지산지구 택지개발사업 한일아파트에 도시가스 공급이 시작되었다. 이후 비전지구, 이충지구에 택지개발사업을 확대하면서 아파트단지 중심으로 도시가스 공급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 가정까지 배관을 연결해 난방용 가스보일러, 주방 가스레인지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석유배달, 연탄배달이 필요 없어진 것이다. 도시가스 판매사업자는 배관설치에 따른 초기 투자비 부담 문제로 아파트단지 위주의 도시가스 공급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문제로 인해 농촌 마을, 식당 등은 지금도 석유나 LPG 가스를 난방 연료로 사용하고, 최근에는 심야전기보일러, 태양열시스템, 화목보일러 등 다양한 난방이 도입되었다.
천연가스를 주방 가스레인지에서 사용해 발생하는 실내 미세먼지가 건강에 해롭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가스레인지를 전기 인덕션으로 교체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지역난방 아파트단지 입주 초기에 주방에 전기 인덕션을 설치하는 세대수가 증가하면서 도시가스를 사용하지 않는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평택에너지서비스 오성천연가스화력발전소에서 공급하는 열을 지역난방으로 사용하는 가정은 난방온수의 온도가 뜨겁지 않고 미지근하다는 소비자 불만이 있다. 오래전부터 온돌 생활을 하던 우리나라 사람들은 겨울에 감기 기운이 있을 때, 뜨거운 방에 누워서 땀을 빼면 몸이 개운해진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지역난방은 실내온도를 높이기 어렵다는 불평이다. 그래서 전기장판을 난방 보조용으로 사용하는 가정도 있다. 그래도 지역난방은 세대별 보일러 설치가 필요 없어 보일러실 공간을 활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평택 소사벌지구 택지개발사업지구 효성아파트에 지역난방이 도입되면서 용이동, 동삭동 민간도시개발사업 아파트까지 확대가 추진되고 있다. 평택에너지서비스 오성천연가스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열을 연결해 지역난방으로 공급한다. 고덕신도시에도 지역난방이 추진되자, 삼천리는 서부발전과 손잡고, 포승 원정리 평택화력발전소의 열을 배관으로 연결해 고덕신도시에 지역난방을 공급하는 계획으로 고덕신도시 집단에너지 사업권을 획득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경제성 문제로 삼천리 컨소시엄이 집단에너지 사업권을 포기했다. 산업부는 고덕지구 집단에너지 사업자로 한국지역난방공사로 결정한다. 한국지역난방공사 평택지사는 고덕면 해창리에 열원 건설공사와 동탄-오산-평택 진위-고덕신도시를 연결하는 열수송관 매설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입주한 아파트에는 평택에너지서비스 오성발전소의 열을 연결해 공급하고 있다.
가정용 난방, 에너지공급은 경제성, 편리성 중심으로 발전해오다가 최근에는 미세먼지 온실가스 감축, 안전 문제, 주민 수용성 등이 중요해지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는 국제적으로 최우선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경제와 환경의 조화가 난방 방식을 선택하는 기준이 된 것이다. 대도시로 발전하고 있는 평택시도 에너지 생산 공급 시스템에 관한 전략적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특히 최근 확대되고 있는 지역난방의 경우 열을 생산하는 발전소, 소각장과 열을 사용하는 아파트단지까지 거리가 멀어지고 있어 노후배관의 파열 사고로 인한 피해 관련 집단민원을 줄이기 위한 대안이 필요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