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환우와 떠나는 생태기행 15
지방하천 한천의 발원지 배내미약수터가 있는 쌍령산 동북쪽에 자리잡은 조용한 농촌마을 용인시 원삼면 학일리를 방문했다. 쌍령산 발원지 배내미약수터 관련 sns에 올린 글을 보고 방문하고 싶다는 문자를 주고 받으며 1월의 마지막 날에 학일리를 방문하기로 했다. 독락원을 가꾸는 조형홍 선생님이 기다리고 있다. 마을 안길을 통과해 경사로를 올라가니 세종-포천간 고속도로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도로공사로 인해 길이 미끄러워 4륜구동으로 바꾸고 나서야 공사장을 힘들게 통과할 수 있었다.
쌍령산 기슭의 선산을 관리하며 산나물, 약초를 가꾸는 독락원을 둘러보고 조현홍 선생님의 안내로 쌍령산 정상을 향해 올라 갔다. 고압송전선 철탑이 쌍령산 - 문수산 능선을 따라 서울 방향으로 연결되어 있다. 정상을 향해 올라가다 원삼면 분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이 좋은 봉우리에 서니, 독수리들이 학일리 상공을 빙빙돌며 먹이를 노리고 있다. 평택에서 보기 힘든 독수리의 멋진 비행을 보니 가슴이 시원해진다. 쌍령산 정상을 향해 능선을 따라 걷다보니 서쪽으로 미리내성지가 보이고, 미산리 저수지가 멀리 보인다. 쌍령산 서쪽으로 내리는 비는 미리내성지 골짜기를 따라 미산리 저수지를 통과해 이동저수지에 머물다 진위천으로 흘러간다. 쌍령산은 용인, 안성, 평택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의미가 있는 산이다. 안성천과 진위천 물줄기가 쌍령산, 시궁산 골짜기에서 흘러가고, 천주교 미리내성지가 자리잡은 조용한 산골이다. 한남정맥에서 쌍령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분수령이 되어 동쪽은 고삼저수지, 안성천으로, 서쪽은 이동저수지, 진위천으로 흐른다.
쌍령산 정상 표지석에서 땀도 식힐 겸 인증사진을 찍고, 헬기장에서 잠시 사방을 둘러본다. 멀리 고성산, 백련봉으로 이어지는 산들이 보인다. 다시 힘을 내 배내미약수터를 찾아 걷다가 눈과 낙엽으로 미끄러운 급경사 지역으로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조선생님이 아니면 찾기 어려운 위치에 배내미약수터가 숨어 있다. 겨울철 활엽수가 대부분인 숲속에서 녹색을 만나기 어려운 8부 능선 골짜기 안에서 초록색 조릿대 군락이 우리를 반긴다. 활엽수 중심의 원시림 속에서 만난 녹색 물결은 목마른 사람에게 새로운 희망을 준다. 원시림 밑에 조릿대 군락과 바위들이 보이자 주변에 약수터가 숨어 있다. 푸르른 조릿대 군락 아래 커다란 바위 사이로 약수가 흘러 투명한 얼음벽과 하얀 눈이 남아있다. 떨어지는 약수 물줄기에 직접 입을 대고 물을 마시는 갈증이 해소되고 가슴이 시원해진다. 평택호로 흘러드는 하천의 발원지를 알아보기 위해 정보를 검색하고, 현장조사를 여러 곳 하면서, 한겨울에 물줄기가 흐르는 곳을 확인할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
이제 골짜기 물줄기를 따라 하산을 한다. 숲의 천이(遷移) 과정에서 햇빛이 부족한 환경에서도 잘 살 수 있는 참나무 등 활엽수가 숲에 가득하다. 소나무는 활엽수 사이에 일부가 힘겨운 모습으로 살아 있다. 오래된 다래 덩굴이 커다란 나무를 감고 올라가 여름철에는 사람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골짜기이다.
경사가 완만해지는 중턱으로 내려오니 산림청에서 인공조림한 낙엽송 숲이 울창하다. 1960년대에 많이 심어 토목재, 침목재 등으로 활용했지만, 이제 숲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하산길에 세종 포천간 고속도로 교각들이 가로막는다.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원삼IC가 학일리에 개통된다고 한다. 쌍령산 골짜기에서 흐르는 물도 고속도로 밑으로 통과해 쌍령저수지로 모인다. SK하이닉스가 용인 원삼면에 조성되면 임직원들이 서울 근교에서 1시간에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평택 지역을 안성 공도읍에서 서쪽 평택호, 아산만으로 흐르는 안성천 관련 검색을 하다보면 용인시 원삼면 학일리에서 발원한다는 내용과 안성시 삼죽면 내강리에서 발원한다는 주장 등 여러 주장이 있다. 안성천 발원지 관련한 다양한 주장의 바탕에는 국가하천 안성천과 안성 시내를 관통하는 지방하천 안성천에 대한 혼선이 있다.
국가하천 안성천은
안성시 공도읍 한천 합류점에서 평택
현덕면 아산만방조제까지로
하천연장은 37,3km
국가하천 안성천을 ‘안성천’으로
판단할 경우 지방하천
한천 발원지 쌍령산 배내미약수터는
안성천 발원지로 볼 수 있어
정부에서 고시한 국가하천 안성천 구간의 기점은 안성시 공도읍 한천 합류점, 종점은 평택시 현덕면 아산만방조제로 하천연장은 37.3km 이다. 평택 시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국가하천 안성천을 ‘안성천’으로 판단할 경우 안성천의 발원지는 유로거리가 약 11km 더 긴 지방하천 한천의 발원지를 ‘안성천’의 발원지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 지방하천 한천과 안성천의 합류점부터 각 하천의 발원지까지의 유로거리를 지도에서 재보니 지방하천 한천은 31km, 지방하천 안성천은 21km로 보인다. 한편 안성 시내에 거주하는 주민들 대부분은 삼죽면 내강리에서 발원하는 지방하천 안성천을 ‘안성천’이라고 부르고 있다. 평택시가 앞장서서 평택시 주요 국가하천인 안성천, 진위천, 오산천, 황구지천의 주요 발원지에 관한 체계적인 조사를 할 것을 제안한다.
최근 용인 원삼면에 SK하이닉스 반도체공장 산업단지 건설 계획이 추진되자 반도체 폐수 처리수가 방류될 한천 하류 지역인 안성 고삼저수지 주변지역 농어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안성천에는 유천상수원보호구역, 진위천에는 송탄상수원보호구역이 지정되어 있어 평택시민의 상수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상수원보호구역 관련 각종 규제로 인해 상류 지역인 용인, 안성과 하류의 평택 사이의 갈등이 장기간 계속되고 있다. 하류에 위치한 지역에서는 상류지역에서 수질오염물질 방류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하천의 상류 하류, 행정구역에 따라 이해관계 다툼이 발생하고 있지만, 평택호 물줄기를 따라 연결되는 경기남부 지역 사람들이 환경분야를 중심으로 상생협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경기남부 하천 유역 사람들이 물줄기를 따라 서로 교류하며 협력해야 경제적 발전과 함께 쾌적한 환경을 위한 중앙정부의 지원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