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환우와 떠나는 생태기행 22 

 

덕암산 남동쪽 골짜기에서 발원한 도일천
브레인시티산업단지 중심부 관통해 흘러
칠괴·모곡·지제동 거쳐 팽성읍 안성천 합류

도일천은 고덕면 동고리를 지나 팽성읍 석봉리 앞 안성천 품으로 안긴다.
도일천은 고덕면 동고리를 지나 팽성읍 석봉리 앞 안성천 품으로 안긴다.

 

도일동을 병풍처럼 감싸주며 북서풍을 막아주는 덕암산(164.5m) 산길을 걸었다. 평택시에 부락산과 덕암산이 없었다면 얼마나 허전할까? 브레인시티가 준공되면 덕암산은 더욱 소중한 도시 숲으로 다가올 것이다. 가을 수확으로 들판이 비어가는 내리마을 산자락 밭에는 서리태 콩이 남아있다. 마을 뒤로 연결된 오솔길을 따라 산 중턱으로 오르자 울창한 숲이 우리를 반겨준다. 산들바람이 불어와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경사진 산길을 오르다가 이상한 깃발들을 발견했다. 산 중턱에 자리잡은 묘지에는 평택동부고속화도로 도로개설 사업에 편입되어 다른 곳으로 이장하라는 푯말이 보인다. 평택대학교 옆 용이동에서 도일동, 진위면, 오산시까지 연결되는 고속도로공사가 시작되면 덕암산은 또 얼마나 큰 상처를 입을지 걱정이다. 이미 브레인시티 개발공사로 산기슭이 잘려나가고, 작은 언덕들은 모두 흙을 채취하는 토목공사로 인해 허허벌판으로 변하고 있다.

좁은 오솔길을 더 오르니 삼남길을 만날 수 있어 반가운 마음이다. 등산로도 잘 정비되어 있고, 곳곳에 안내 푯말이 설치되어 있다. 내리마을에서 덕암산 정상으로 연결된 등산로를 오르는 건 처음이라 입구를 찾아 두리번거리다가 마을 어르신 덕분에 안전하게 길을 찾을 수 있었다. 덕암산 등산로는 울창한 나무그늘 아래로 산책하는 기분으로 걸을 수 있다. 여름에도 뜨거운 태양을 피해서 산행을 할 수는 장점이 있다. 조금 아쉬운 점은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계곡이 없다는 것이다. 능선을 따라 조성된 등산로를 1시간 정도 걸으면 덕암산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걸어오면서 볼 수 없었던 큰 바위와 표지석이 우리를 반겨준다. 하산 길은 안골마을로 내려오는 길을 걸었다. 캠핑장이 보여서 호기심으로 선택한 길은 생각보다 긴 시간 아스팔트 도로를 걷게했다. 덕암산 골짜기 안에 포근하게 안겨있는 내리, 안골, 상리, 하리 등 오래된 마을에는 임진왜란 선무일등공신 원균장군묘와 사당, 양세충효정문 등 다양한 문화재와 설화가 남아있다. 마을에는 멋진 전원주택들이 계속 늘어나고, 논을 개발하기 위해 성토하는 공사 현장이 여러 곳 있다. 덕암산 골짜기 마을까지 브레인시티 개발의 바람이 불어온다. 도일동은 개발행위허가 관련하여 엄격한 관리가 필요한 지역이다.

평택 지제역에서 SRT가 수서를 향해 힘차게 달리고 있다
평택 지제역에서 SRT가 수서를 향해 힘차게 달리고 있다

덕암산 남동쪽 골짜기에서 발원하는 도일천은 팔용산과 덕암산 사이 지방도로를 따라 남서쪽으로 흐르다 브레인시티산업단지 중심부를 관통한다. 팔용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평택시 도일동과 안성시 원곡면의 경계 지역이자 안성천 수계와 진위천 수계의 분수령이다. 덕암산 능선 북동쪽 원곡면으로 내린 빗물은 산하천을 통해 진위천으로 합류되고, 남동쪽 도일동으로 흘러내린 물은 도일천을 통해 안성천을 향해 달려간다. 도일천 상류 제방은 콘크리트 구간이 많고, 하천 폭이 좁아 물길을 찾아보기 어렵다.

교통중심지로 부각되고 있는 도일천 일대는
삼성전자 평택공장 건설, 지제역세권 개발
여파로 난개발과 교통체증 등 문제 심각

 

중흥그룹이 개발 중인 브레인시티 
엄청난 초과 개발 이익 환수해 
단절된 생태축 복원과 녹지공원 
조성, 도일천 생태하천 복원 
프로젝트 진행하면 어떨까

송탄산업단지와 칠괴산업단지, 쌍용자동차 공장 사이를 흐르는 도일천 주변 농경지를 매립해 브레인시티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토목공사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브레인시티는 146만평 면적에 중흥그룹이 지분 68%와 시공권까지 확보해 사업을 주도하고, 평택도시공사는 지분 32%로 민관합동개발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성균관대학 유치와 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공공개발사업이라는 명분으로 헐값 보상금으로 농경지를 강제수용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성균관대학 유치 계획은 백지화되고, 카이스트 삼성전자 공동연구센터와 아주대학병원을 유치하기로 계획이 변경되었다. 부지 매각으로 막대한 개발이익이 확보되는 상황에서 중흥이 수의계약으로 공동주택부지를 확보해 중흥아파트 분양을 추진하면 추가 개발이익을 가져갈 것으로 전망된다. 중흥이 자신들의 개발이익을 극대화하는 결정을 하지 못하도록 초과이익을 환수할 대책이 필요하다. 초과개발이익을 환수해 도일천 전체 구간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건 어떨까? 개발사업으로 단절된 생태축의 복원과 덕암산과 도일천, 안성천을 연결하는 수변공원 산책로, 자전거도로, 녹지공간을 조성하면 브레인시티는 더 매력적인 도시로 자리잡을 것이다.

안성천의 지류인 도일천은 도일동, 가재동, 칠괴동과 모곡동, 지제동을 통과하고, KTX 경부선고속철도 교각이 늘어서 있는 고덕면 동고리에서 팽성읍 석봉리 앞 안성천 품으로 안긴다. KTX 교각이 있는 도일천과 안성천 합류부 일대는 하천습지생태계가 잘 보전되고 있어 새들이 먹이활동을 하는 철새도래지이다. 교통의 중심지로 부각되고 있는 도일천은 여러 종류의 도로와 교차한다. 평택제천고속도로, 국도 45호선, 1호선, 38호선, 삼성전자 진입도로, 동부고속화도로, 삼남대로 그리고 경부선 철도, SRT, KTX 고속철도 등 수많은 길과 만난다.

도일천 서쪽 지제동 농경지에 원룸단지 건축이 활발하다
도일천 서쪽 지제동 농경지에 원룸단지 건축이 활발하다

또 도일천은 평택 지제역 서쪽에 자리잡은 지제동 마을 앞을 흐른다. 지제동 마을 입구 농경지에는 이미 원룸단지와 삼성전자 평택공장 건설 현장 인력들의 사무실 등 무분별한 난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 건설 노동자들의 집중으로 출퇴근 시간에 마을도로까지 상습정체되는 문제가 있다. 평택 지제역 주변지역은 평택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평택시는 서편 역세권 개발을 위해 지제역 주변 약 81만평에 대한 개발행위제한지역으로 지정해 건축, 토지형질변경 등의 난개발을 막기로 했다.

SRT 수도권고속철도가 개통된 지 5년이 지났으나 평택 지제역과 연계한 광역환승센터 설치는 계속 지연되고 있다. 소사벌지구에서 지제세교지구를 관통해 고덕신도시와 통하는 버스중앙차로 BRT 도로건설이 지연되면서 버스와 철도를 연계한 대중교통 이용에 불편이 장기화되고 있다. 지제역세권 아파트에 입주한 주민들의 출퇴근 시간 교통체증 문제해결이 시급하다. 지제역세권 아파트 시세가 10억원까지 값이 오른다고 하지만 아파트 주변에는 다양한 주민 편의 시설은 부족한 상황이다. 도로, 공원, 학교 등 도시인프라가 부족한 어수선한 공사판에 아파트 입주를 서두르는 건 누구를 위한 건축행정인지 의문이다. 작년에 입주한 지제역세권 아파트 주민들은 하루빨리 BRT 간선급행버스 개통을 촉구하고 있다. 아파트값이 오르는 만큼 주민들의 삶의 질도 향상되어야 한다. 지제세교지구 공사장 흙길 위에는 갈 곳을 잃은 고라니의 발자국만 선명하게 찍혀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야생동물들이 서식할 수 있는 녹지는 사라지고 없는데.

박환우 환경전문기자·경기생태교육연구소 대표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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