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환우와 떠나는 생태기행 18
문화재와 어우러진 대도시 수원의
품격을 높여주는 대표적인 친수공간
‘수원천되살리기운동본부’ 등 시민과
환경단체의 수십년 노력의 결실
평택환경행동 회원들과 수원화성 화홍문과 수원천을 방문했다. 지방하천 수원천은 수원시 북쪽에 병풍처럼 펼쳐진 한남정맥의 백운산, 광교산에서 발원하여 광교저수지에 머물다 수원화성 북수문(화홍문), 남수문을 거쳐 수원시 남부와 화성시 북부 경계 지역인 대황교동에서 황구지천으로 흘러든다. 황구지천은 화성시를 남쪽으로 흘러 평택시 서탄면 황구지리 미군기지 주변에서 진위천에 합류하여 평택호로 향한다.
수원천 물은 수원시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비상 식수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광교저수지에서 흘러오는 물 덕분에 통복천보다는 수질이 양호하다. 화홍문 동쪽 언덕에 자리잡은 동북각루(방화수류정)에 올라 탁트인 사방을 둘러보면 시원한 바람에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을 모두 날려 버릴 수 있다. 서쪽으로는 팔달산 위에 서장대가 보인다. 수원천은 수원시의 북쪽에서 남쪽으로 흐르는데 하천 위로 성곽이 연결되는 부분에 수문을 설치하여 북쪽에는 북수문(화홍문), 남쪽에는 남수문을 설치했다. 북수문에는 7개의 무지개 모양 수문이 설치되어 물이 흘러내려 가도록 했다.
코로나19 시국에 때 이른 장마로 주말마다 자주 비가 내리다가 모처럼 화창한 날씨라 많은 시민이 야외로 몰려나왔다. 화홍문 공영주차장이 만차라 입구부터 오래 대기를 한 후에야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수원화성 방화수류정(동북각루)에서 북쪽으로 내려다보이는 성밖에는 용연이라는 아름다운 연못이 자리잡고 있다. 방화수류정과 용연은 북쪽에 설치된 암문(적에게 들키지 않고 드나들 수 있도록 만든 문)을 통해 바로 걸어갈 수 있다. 능수버들 길게 늘어진 가지들이 바람결에 춤을 추는 용연 주변 잔디밭은 젊은 연인들의 사랑으로 가득하다.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연인들이 너무 많아 기념사진을 찍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다. 어두워지기 전에 수원천 산책로를 따라 걸어 내려가며 둘러보니, 맑은 물이 흐르고 오리, 백로 등 물새들이 여유롭게 수초 사이를 걸어 다니며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하천 제방을 콘크리트 옹벽으로 처리해 답답한 느낌이 있지만, 담쟁이 잎들이 콘크리트의 삭막함을 덮어주고 있다. 산책로는 통복천보다 좁아서 자전거를 빠른 속도로 달리기 어려운 조건이다. 시장 근처까지 산책하니 허기가 느껴져 일행과 함께 수원통닭거리에서 배를 채웠다. 코로나19 시국이지만 통닭집에는 손님들이 가득하다. 간단하게 허기를 달래고 다시 용연에 비친 아름다운 달빛을 감상하고 싶은 마음에 화홍문으로 향했다.
수원천 수면에 반사되는 화홍문의 은은한 불빛은 아름다웠다. 특히 물고기 모양 조명들이 물에서 헤엄치듯 움직이듯 흘러가는 세심한 연출이 인상적이다. 용연 주변에는 밤에도 연인들이 돗자리에 작은 탁자를 펴고 예쁜 모양의 다양한 색상 조명을 켜고 시원한 밤 공기를 즐긴다. 그런데 아쉽게도 연못에 비친 달빛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공조명이 너무 많아 어떤 불빛이 달빛인지 알아보기 힘들다. 평택으로 내려오기 위해 주차장으로 걸어오는 길에 수원화성 북쪽 높은 성벽 위로 은은하게 비추는 달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조선 후기 정조의 개혁적 정치와 정약용의 실학 정신이 만들어낸 문화유산을 아름답게 복원하고 계승하는 멋을 느낄 수 있다.
수원화성 화홍문, 방화수류정, 용연과 수원천을 둘러보며 수원시가 정말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원화성 화홍문과 맑은 물이 흐르는 수원천이 만나는 친수공간이 도시의 품격을 높여주고 있다. 문화재를 보호하고, 맑은 물이 흐르는 하천을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대도시 수원시의 경쟁력이다.
수원천도 1990년대에는 남문 일대 상권을 위해 도심 일부 구간을 콘크리트로 복개해 주차장으로 이용하던 흑역사가 있었다. 이후 수질이 더 오염되자 하천에서 악취가 발생하였다. 오염된 하천을 덮어버리려는 상인들의 요구로 시장주변의 복개 구간을 계속 확대하자, 수원지역 시민환경단체가 ‘수원천되살리기운동본부’를 만들어 수원천 복개 반대와 남수문 복원을 촉구하는 활동을 전개하였다. 수원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하기 위해 2010년에는 복개 구간을 완전히 철거하였다. 2012년에는 홍수로 유실되었던 남수문까지 복원하여 수원천 모든 구간을 복원하였다. 이 당시 수원천 되살리기 운동을 주도했던 환경단체 지도자 가운데 한사람이 염태영 현 수원시장이다. 수원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주장으로 인한 갈등과 이해충돌 문제가 나타났지만 수원 시민들은 환경과 경제의 조화를 고려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선택한 것이다. 수원시장 3선 연임에 성공한 염태영 수원시장은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 물환경센터를 설치하여 시민이 참여하는 하천 생태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수원시는 물환경센터를 중심으로 27개의 민간환경단체들이 수원하천유역네트워크를 구성해 생태하천을 조성하는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맑은 물이 흐르는 자연형 하천 수원천과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 화홍문이 조화를 이루어 젊은이들이 즐겨찾는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화홍문 인근 대규모 공영주차장 덕분에 시민들의 접근성이 편리하다. 평택시도 군문교 주변에 생태공원을 조성하면서 원평동, 팽성읍에 공영주차장, 화장실을 조성하여 시민들이 편안하게 안성천에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를 바란다.
대도시로 빠르게 변화하는 평택시
환경분야 민관협력은 오히려 후퇴
평택호 수질개선과 농어민 보호위해
물환경 전문 민관협력 상설조직 서둘러야
수원시와 비교하면 평택시 환경정책 수준은 10년 정도 격차가 느껴진다. 최근 평택시는 대도시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나, 환경분야 민관협력은 오히려 후퇴했다. 수원시 물환경센터, 오산시 오산천살리기지역협의회 등 상류 지역은 환경전문 조직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정작 평택호, 진위천, 안성천 등 경기남부 국가하천이 집중되는 평택시는 물환경 전문 민관협력 상설조직이 없다. 평택시로 유입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반도체 폐수배출은 매년 증가할 예정이어서, 평택호 물을 농업용수로 공급하는 평택쌀의 가치가 하락할 우려가 있다. 평택시는 평택호 수질개선과 농어민 보호를 위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박환우 환경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