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환우와 떠나는 생태기행

 

수달이 돌아오는 진위천 발원지를 찾아서

진위천 오산천 합류부

[평택시민신문] 우리 집안의 조상은 어디에 터를 잡고 살았을까? 진위천 물줄기는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나이가 들면서 뿌리나 발원지에 가보고 싶은 호기심이 커진다. 진위천을 검색하면 “용인시 이동읍 서리 부아산 남쪽 가물람골에서 발원”한다는 정보가 나온다. 평택환경시민행동 회원들과 함께 용인지속가능발전협의회 위원들의 안내로 진위천 발원지 환경탐사를 하였다. 먼저 방문한 곳은 한남정맥 부아산(404m) 남쪽에 있는 코리아컨트리클럽 골프장 후문이었다. 진위천 발원지로 알려진 계곡은 오래전 골프장이 차지해 일반인의 출입을 막는 경비원이 배치되어 있다. 우리는 경비 아저씨께 양해를 구하고 골프장에 조성된 연못을 둘러볼 수 있었다.

입춘이 지났지만 바람은 차고 산자락 음지에는 아침에 내린 눈이 조금씩 남아있다. 먼 길을 달려온 진위천의 발원지가 골프장이라 조금은 실망스러운 느낌이 밀려온다. 자연 상태의 계곡에 비하면 오히려 더 잘 가꾼 조경이었지만 우리가 기대했던 발원지의 신비감을 느낄 수는 없었다. 마치 어린 시절 뛰어놀던 고향땅에 방문했는데, 마을은 사라지고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버티고 서있는 심정이랄까? 골프장 아래 골짜기에는 상덕저수지 낚시터가 영업중이다. 저수지 수면의 얼음은 절반 이상 녹아 흰뺨검둥오리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다. 주말이라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제법 많아 보인다. 눈 녹은 물이 저수지 아래로 졸졸 소리를 내며 흘러 송전천을 따라간다. 저 물이 흘러 이동저수지에 머무르다 진위천 하류 평택호에 도착할 때면 강변 버드나무에 봄기운이 올라올 것이다.

진위천 상수원보호구역과 무봉산 줄기가 만나고 있다

골프장으로 개발된 서리 골짜기를 둘러보고 서둘러 시궁산 계곡 이동읍 묵리를 향했다. 묵리 거문정마을에는 오래된 농촌주택과 새로 건축한 전원주택이 자리잡고 있다. 묵리 거문정마을 입구 작은 다리에는 ‘김대건 신부 유적지 애덕고개’ 550M, 미리내성지 1,050M 표지석이 보인다. 시궁산과 쌍령산 사이 애덕고개는 과거 김대건 신부가 용인과 미리내를 오가며 전교하던 오솔길이다. 또한 김대건 신부가 서울 마포 새남터에서 순교하였을 때 그의 제자이자 시복자였던 용인 청년 이민식 등이 신부의 시신을 수습하여 어두운 밤에만 이동하여 40일만에 미리내로 돌아온 가슴아픈 역사가 숨쉬는 길이기도 하다. 또한 용인시가 이곳을 ‘산지정화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잘 관리하고 있다.

시궁산(515m) 계곡에서 시작한 계곡물이 묵리를 지나 용덕사천을 따라 흐르다 용덕저수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용덕저수지를 통과한 용덕사천은 힘차게 내달려 이동읍 천리 샘골마을신미주2차아파트 앞에서 송전천에 합류한다. 송전천과 용덕사천 합류지점에서 수질을 관찰해보니 깨끗한 물이 이동저수지를 향해 흐르고 있다.

진위천 발원지 부아산 자락 코리아컨트리클럽 골프장 연못
이동읍 묵리 시궁산 계곡 용덕사천 상류
상덕저수지 송전천 상류

당초 진위천 발원지는 이동읍 서리 부아산 자락이라는 주장이 우세했으나, 최근에는 용인지역 향토사학자, 환경단체 등에서 이동읍 묵리 시궁산 계곡을 또다른 발원지로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그 근거로는 용덕사천과 송전천이 합류하는 지점에서 송전천 최상류인 부아산 골짜기 코리아컨트리클럽까지의 거리가 약6km, 시궁산 계곡 용덕사천 최상류 묵리 계곡까지의 거리는 약7.7km로 용덕사천 물줄기가 최장거리라는 것이다. 또한 시궁산 계곡은 산림자원이 잘 보전되어 있고, 미리내성지, 애덕고개 등 천주교의 역사적 아픔이 서려 있다는 점에 마음이 끌린다. 진위천 발원지 환경탐사에 참여한 일행은 묵리 시궁산 계곡을 진위천 발원지로 변경하자는 주장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모았다. 봄이 오고 진달래가 피면 시궁산 계곡 진위천 발원지를 더 자세하게 탐사하기로 했다.

겨울철 주말 오후에 출발해 진위천 발원지 두 곳을 둘러보니 해는 지고, 바람으로 인해 체감온도는 더 차갑게 느껴지는 날씨이다. 우리 일행은 용인 지속가능발전협의회 강사님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서둘러 진위천 상수원보호구역, 진위향교를 향했다. 무봉산 진위향교에서 내려다 보는 진위천 풍경은 겨울이라 그런지 허전한 느낌이다. 진위천 상수원보호구역 표지판이 있는 세월교에 중년의 낚시꾼이 보인다. 상수원보호구역에서 낚시, 수영을 금지하는 건 알고 있는지 우리가 다가가자 슬그머니 자리를 피한다. 세월교 인근 수초에 플라스틱 음료수병, 막걸리병 등 쓰레기가 보인다. 환경단체 회원들 눈에는 쓰레기만 보일까? 요즘 필리핀에서 반입된 평택항 폐기물 처리 문제 때문에 더 민감해진 것인가 보다.

진위천 상수원보호구역 세월교 플라스틱 쓰레기
진위천 상수원보호구역 낚시꾼
진위천 오산천 합류부 습지 버드나무 숲

진위천 수질은 진위면 봉남리 측정소 2018년 평균 BOD2.5mg/L으로,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상류지역에 폐수를 배출하는 공장 설치허가를 규제한 덕분에 비교적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오산천은 오산시 누읍동 측정소 2018년 평균 BOD3.8mg/L 이다. 수원시, 화성시에서 내려오는 황구지천은 화성시 양감면 측정소 2018년 평균 BOD5.1mg/L 이다. 진위천 수계는 수질오염총량제가 2013년부터 시행되고 있어 2020년 목표수질 BOD6.6mg/L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산시를 통과하는 오산천은 오산시민들의 관심과 사랑 덕분에 수질이 아주 좋아지고 있다.

하천 수질 개선과 함께 자연생태계도 차츰 복원되고 있다. 2018년 4월 오산시, 용인시, 수원시, 화성시, 안성시, 평택시, (사)수달보호협회, 안민석 국회의원 등은 ‘경기남부수계 수달 복원을 위한 업무협력 협약식’을 개최하고, 수달 보존을 위한 정밀 모니터링 및 보호방안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경기남부하천유역네트워크는 황구지천, 오산천, 진위천, 안성천 물줄기에서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멸종위기양생동물1급 수달의 족적과 배설물을 확인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발표했다. 수달은 먹이로 주로 메기, 가물치, 미꾸라지와 같은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앞으로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이 협력해서 수달 보존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진위천 황구지천 합류부

미군기지 북쪽 서탄면 적봉리에서 오산천과 합류한 진위천은 미군비행장 활주로 끝 지점 황구지리에서 황구지천과 또 합류한다. 오산천, 황구지천과 합류해 수량이 많아진 진위천은 마치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 성곽 주위를 둘러서 도랑을 판 ‘해자’의 기능을 하는 미군기지 방어선으로 보인다. 진위천 건너에 있던 서탄면 황구지리 마을은 미군비행장 확장사업으로 집단이주를 하였다. 텅빈 황구지리에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황구지천이라는 지명만 남아 아픔을 기억해줄 것이다. 칼바람이 불어오는 서탄대교 위에서 내려다본 황구지천은 바닥에 모래가 보일 정도로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박환우 2.1 지속가능연구소 이사
본지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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