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환우와 떠나는 생태기행 10

 

세교동 은실근린공원 조성 예정지 백로서식지

 

생태공원에서 호젓하게 산책할 수 있는 
품격있는 평택을 바란다

[평택시민신문] 지난해부터 서식지 보호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세교동 은실근린공원 조성 예정지에 있는 백로서식지에 대해 평택시 공원과에서 6월 15일부터 10월까지 매주 방역 소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금 현재 세교동 백로서식지  숲 속 둥지에는 어미 백로들이 알을 품고, 백로 새끼들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기 위해 바쁘게 오가고 있다. 여름철새인 백로의 번식기에 세교동 백로서식지에 대해 방역소독을 추진한다고 하니, 의아함과 더불어 혹시 무슨 숨은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방역소독으로 백로를 몰아내려는
속셈이 아니라면 세교동 은실공원
백로 서식지 방역소독 전에 정확한
역할조사와 실태조사 선행돼야

택시가 시민의 혈세로 백로 서식지에 대한 방역소독을 추진한다면 방역 하기 전에 역학조사와 실태조사를 먼저 실시해야 한다. 혹시 야생동물로 인하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감염병이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역학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고, 그 결과 방역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방역을 실시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평택시 당국은 야생생물과 그 서식환경을 체계적으로 보호ㆍ관리함으로써 야생생물의 멸종을 예방하고, 생물의 다양성을 증진시켜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함과 아울러 사람과 야생생물이 공존하는 건전한 자연환경을 확보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감염병 예방과 더불어 야생동물을 보호한다는 가치가 서로 충돌하지 않는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세교동 백로서식지에 대한 방역 소독에 앞서 정확한 역학 조사 및 실태 조사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더구나 백로는 평택시를 상징하는 시조(市鳥)다. 평택시의 시조인 백로에 대한 서식실태의 조사를 통해 서식지 및 서식현황, 종별 생태적 특성, 주요 위협요인 등을 파악해야 한다. 특히 세교동 은실공원 방역 소독으로 인해 백로의 서식지에 어떤 영향이 갈지, 특히 6월부터 방역 소독을 실시해야만 하는 필연적 근거가 무엇인지가 명확해야 한다. 역학조사와 실태조사가 정확히 이루어졌고 그 결과 보고서가 나와 있는지 궁금하다. 평택시는 조사 결과를 시민과 전문가들에게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 

세교동 은실근린공원 예정지인 모산골성당 뒷산에 둥지를 틀고 있는 어린 백로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더 자라서 통복천, 안성천으로 먹이활동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숲을 지켜주어야 한다. 백로는 밤공기가 찬 기운이 돌기 시작하면 남쪽 나라로 이동한다. 역학조사 결과 감염병 때문에 방역소독이 꼭 필요하다면 백로가 떠난 가을에 해야 한다. 백로서식지 방역소독으로 백로를 세교동에서 몰아내려는 속셈은 아니기를 바란다. 

 

배다리생태공원 분수쇼와 
빛공해로 터줏대감 흰뺨검둥오리가 
새 둥지 찾아 큰 길 건너다
 ‘로드킬’ 당하는 현실

야생동물은 현세대와 
미래세대 공동자산
‘환경우선 클린평택’은 
구호 아닌 정책으로 실현돼야

평택시는 ‘환경우선 클린평택’ 구호를 실천하기 위해 환경국을 신설하기로 했다. 50만 대도시로 발전한 평택시는 미세먼지 줄이기, 평택호 수질개선 등 일상적인 환경정책과 함께 급격한 도시개발로 인해 서식지에서 내몰리는 야생생물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 나아가 야생생물의 서식실태 등을 파악하여 야생생물 보호에 관한 종합적인 시책을 수립·시행하고, 그 서식환경의 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평택시 공원과의 야생생물 보호 행정을 보면 대책이 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근에는 배대리생태공원에 고사분수, 야간 조명을 설치했다. 밤 9시까지 가동하는 고사분수로 인한 소음과 울긋불긋 조명으로 인한 빛 공해 때문에 배다리생태공원의 터주대감인 흰뺨검둥오리들이 새끼 오리들을 데리고 큰 도로를 건너 이주를 시도하는 위험한 장면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그들에게 고사분수가 하늘을 찌르고 야간조명이 강한 곳에서 어린아이를 돌볼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오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어미 오리를 따라 도로를 건너다 자동차에 치여 목숨을 잃는 새끼 오리의 ‘로드킬’을 방지하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배다리생태공원은 야간 분수 쇼가 아니어도 이미 소란스럽고, 주변 고층아파트, 빌딩의 경관조명으로 인한 빛공해로 야생생물들이 잠들기 어려울 정도로 위협받고 있다. 시민의 혈세로 배다리생태공원을 파괴하는 인공시설의 가동을 멈춰야 한다. 오리들이 떠난 배다리생태공원이 유원지로 변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경기도 안산시는 택시에 노랑부리백로 캐릭터를 홍보한다고 한다. 안산시 시조인 노랑부리백로를 캐릭터로 한 ‘로기’ ‘다니’를 택시 갓등에 부착해 도시 이미지 제고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청정지역에서 서식하며 청렴한 선비의 기상을 상징하는 길조 노랑부리백로를 통해 산업도시 안산을 환경도시로 발전시키려는 홍보 전략인 것이다.

야생생물은 현세대와 미래세대의 공동자산이다. 우리는 야생생물과 그 서식환경을 보호하여 그 혜택이 미래세대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행동하여야 한다. 숲이 없는 평택지역에 배다리생태공원, 세교동 백로서식지를 지키려는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일부 시민의 민원을 빌미로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시민의 혈세로 야생생물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평택시 공원과의 행정이 걱정스럽다. 2019년 10월 11일 세교도서관에서 ‘평택 상징새 백로 보호 토론회’에 토론자로 나와서 ‘평택시에 생태공원은 없다’고 발언하던 공원과 담당자의 목소리가 고층아파트 빌딩 숲에 메아리친다. 호젓한 생태공원에서 새들의 노래를 들으며 산책하는 즐거움을 아는 품격있는 평택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박환우 
본지 환경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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