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 함께 신문 읽고 논술 수업
화상 수업에선 홈페이지 기사 활용
글쓰기 초점 두되 스스로 사고 유도

7월 1일 라온중학교 1학년 1반 학생들이 NIE 수업을 위해 [평택시민신문] 을 읽고 있다.
7월 1일 라온중학교 1학년 1반 학생들이 NIE 수업을 위해 [평택시민신문] 을 읽고 있다.

백신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지난 6월 교육부가 올 2학기부터 전면등교를 시행하기로 발표했다. 그동안 교과 대부분 대면 수업과 비대면 수업이 번갈아 이뤄지면서 수업에 차질을 빚었다. 신문 활용 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부분적으로 등교 수업이 이뤄졌지만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모둠활동, 토론 수업 등은 제한됐다. <평택시민신문>을 교재로 하는 NIE 수업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라온중학교를 찾아 이도희 수석교사와 1학년 학생들을 만났다.

신문 통한 단계적 글쓰기

7월 1일 아침 9시께. 1교시를 시작한 라온중학교 1학년 1반 교실은 신문 펄럭이는 소리로 가득했다. 이도희 수석교사가 학생들에게 <평택시민신문>을 1부씩 나눠줬다. 학생들은 신문을 받자마자 익숙하게 펼치고 지면을 넘기며 헤드라인과 주요 기사를 살폈다. 일부는 능숙하게 신문을 두어 번 접어 기사를 읽기도 했다. 모든 학생이 신문을 받아 전체 기사를 훑어보자 이 수석교사는 학생들과 함께 1면부터 차근차근 주요 기사를 고르고 해설했다. 신문 전체를 훑은 뒤 그는 “11면을 펴 ‘평택시민 50명이 평택역 광장 조성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는 기사를 보자”고 말한 후 기사를 낭독해가면서 주요점을 골라 밑줄을 긋도록 했다.

그는 “지난 4월 15일 평택역 광장을 조성한다는 기사를 주제로 수업을 했을 때 여러분은 공원, 도서관, 편의시설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는데 시민 대다수는 복합문화공간을 확충하자는 의견을 냈다”라며 학생들이 제안한 생각과 시민제안을 비교했다. 이어 복합문화공간의 뜻을 설명하고 칠판에 논제를 적으며 학생들에게 짧은 논술 글쓰기를 지시했다. 이날 논제는 ‘신문 11면의 평택역광장 조성사업과 관련하여 복합문화공간이 70%를 차지한 결과에 자신이 역점을 두고 확립한 구체적 사례를 적은 후 그 이유를 논술하시오’였다. 한 학생이 손을 들고 확충이 무슨 뜻이냐며 질문을 했고 이 수석교사는 “늘려서 넓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온중의 NIE 수업 풍경이다.

라온중의 NIE 수업은 자유학년제의 일환으로 이뤄진다. 교과 주제 선택이라는 교육과정에서 ‘신문논술’을 채택한 것이다. 수업은 신문에서 주요 기사를 함께 톺아본 후 자신의 공책에 논술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코로나19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방역수칙으로 모둠 활동을 진행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학생들이 신문을 보고 4개 주제로 나눠 자유롭게 모둠을 짜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현재는 이 수석교사가 직접 기사를 선택해 학생들 자신의 생각을 적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화상으로 수업을 진행할 때는 <평택시민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공유한다.

주로 선택하는 기사는 사회·환경·문화·생활이다. 정치·경제처럼 학생들이 소화하기 어려운 주제는 고르지 않는다. 현재까지 다뤘던 주제는 고 이선호군 사망사건, 평택시 1인가구 증가, 평택역 광장 조성 공론화, 진위천 낚시 금지구역 설정, 대동법시행기념비 인근 상가 신축 문제, 안성천 서식 수달 보호, 독립서점 등이다. 이 주제에 해당하는 기사를 이 수석교사가 설명하면서 학생들과 함께 읽은 뒤 400자 내외 분량으로 짧은 논술을 한다.

수업 시작부터 논술을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첫 수업과 두 번째 수업은 글쓰기와 올바른 문장 익히기를 위해 신문 기사를 필사한다. 이후에는 논제 제시 후 예시답안을 적어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과 비교하면서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수업을 구성했다. 학생들이 논술에 익숙해지면 예시답안 없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도록 하고 있다. 신문을 통해 단계적 글쓰기를 하는 것이다.

최동근(라온중1) 학생은 “처음에는 논술을 할 줄 몰라 어려웠지만 이제는 논제가 정해지면 생각을 글로 쓸 수 있게 됐다”며 “평소 접할 기회가 없던 논술을 할 수 있었고 수업을 통해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얻는 기회가 됐다”고 흐뭇해했다.

 

■ 미니인터뷰 

신문활용교육으로 체험적 수업 가능

이도희 라온중학교 수석교사
이도희 라온중학교 수석교사

이도희 수석교사는 NIE 수업의 장점으로 지역에서 일어난 구체적인 일들이 교과서에서 다루는 주제를 더욱 풍부하게 한다는 점을 꼽았다. 교과서의 내용을 구체적인 지역의 사례와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어 교과서에서 환경문제의 한 사례로 전자제품 폐기물을 개발도상국에 불법으로 수출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이 부분은 과거 필리핀 불법수출 폐기물 평택항 반입 문제와 직결된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사는 지역의 구체적인 사건을 토대로 한다는 점에서 신문을 활용하면 학생들에게 공허한 이론이 아닌 체험적인 수업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교과 내용과 지역 사례 연결 가능
바른 문장 학습 ‧ 어휘 향상 기여

비대면으로 진행했어도 NIE 수업의 장점은 빛을 잃지 않았다. 특히 학생들이 수업 도중 바로바로 자료를 찾아볼 수 있는 능동적인 수업 참여가 가능했다. 그는 “비대면 수업이 대면 수업에 비해 학생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한된 시간 동안 능동적으로 관련 기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라며 “학생들이 수업 시간 동안 바로바로 인터넷에서 자료를 검색하니 글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 수도 있고 관련 기사를 찾아보며 자신의 논리를 갖추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최근 온라인‧모바일 글쓰기가 일상화한 시대에 NIE 수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신문으로 올바른 문장을 배우고 어휘력도 늘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모바일 메신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으로 단답형 글쓰기에 익숙해진 세대가 문장을 배우는 데 신문이 안성맞춤이란 것이다.

그는 “처음 수업을 시작할 때는 학생들에게 신문에서 관심 있는 기사를 필사하라고 한다”며 “신문은 잘 다듬어진 모범적인 문장이므로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하는 문장을 익히는 데 적합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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