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마음 

 

내가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아기들과 강아지와 예쁜 꽃들입니다

풀숲에 숨어있는 작고 여린 들풀 에게도

사랑한다는 말 할 수 있습니다

길을 가다 담장에 기대어 속삭이듯

사랑한다는 말 할 수 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이 이토록 하기 어려운 건

오직 당신뿐입니다

 

당신이 계신 곳에 가는 날이면

마음이 먼저 앞장서서 가지요

그것을 휘어잡아 처마에 매달고

풍경을 따라 놀게 하였습니다

흔들리면 따라 흔들리고

노래하면 같이 노래하고

울먹거리면 따라 울게 일러두었습니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어디에도 매달리지 말고 살라, 일러두었습니다

굳이 사랑한다는 말 하지 않아도

이미 익어가는 사랑을 알기 때문입니다

 

*              *              *

 

송탄 가는 길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횡대로 줄서기 한 은행나무 가로수가

가을을 가을답게 치장하고 어우러져

그림 한 폭 완성해놓을 줄 알았다

샛노란 잎들은 어디 두고

색바랜 누르스름한 종이짝같이 너풀대는 것들

문명의 산물들이 뿜어대는 열기에 화상 입은

나무 잎사귀들이다

 

문득 나의 캔버스가 생각난다

 

색색의 물감을 골라

본연의 고운 색을 칠해주고 싶다

파란 하늘의 가슴에 새털 같은 구름을 그려 넣어

가을하늘을 장식하고

시퍼렇게 떨어진 은행잎들을 그러모아

가지마다 다시 붙여놓고

노란 물감으로 한 잎 한 잎 덧입혀주고 싶다

진한 노랑의 하이라이트로

금빛 은행나무를 재탄생시키리라

아득한 소실점까지

황금빛 물결이 일렁이게 하리라

 

 

강정선 시인
강정선 시인

강정선 시인
평택문인협회 회원
평택사랑 전국백일장 공모전 당선
평택시민예술대학 서양화과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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