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환우와 떠나는 생태기행 47

지제역세권과 가까운 세교동

은실공원조성 사업, 노후산단

재생사업 등 가는 곳마다 공사

 

은실공원 조성 예정지 문화재 발굴조사
은실공원 조성 예정지 문화재 발굴조사

 

지방하천 통복천을 건너는 다리가 있어 ‘세교’ 또는 ‘잔다리’라고 부르면서 세교동이라는 지명으로 불렀다. 현재 평택중앙초등학교 옆에 있는 은실 마을은 재개발사업을 진행하는 중이라 주택 철거 공사가 한창이다. 세교동은 평택역까지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고, 중심상업지역인 통복시장, 역전 상가와 가까운 위치에 자리 잡고, 국도 1호선이 세교동을 관통하고, 평택지제역 역세권이라 교통이 편리하다. 중앙초등학교 주변에는 은실마을, 잔다리마을을 중심으로 주거지역이 형성되었다. 은실공원 조성사업, 세교동주민센터 재건축 사업, 노후산업단지 재생사업 등 가는 곳마다 공사 중이다.

 

국도1호선 건설로 산허리가 단절된 은실공원
국도1호선 건설로 산허리가 단절된 은실공원

 

은실마을을 감싸주는 ‘당산’은 해발 33m의 낮은 산으로 당산의 정상 남측에 자리한 성황당 앞에 서면, 은실마을이 한눈에 보이고, 경부선철도, 국도 1호선, 원평동 아파트 단지, 안성천 건너 남쪽으로 팽성읍이다. 성황당과 묘지 덕분에 당산의 정상부에는 수십년된 아름드리 참나무들이 남아있다. 은실마을 사람들이 농경지에 밭일하러 숲속 오솔길을 따라 걸어 다니고, 멀리 영신마을 아이들도 ‘중앙초등학교’로 등교하기 위해 이 오솔길을 통학로로 이용했을 것이다. 아름드리 참나무 숲 사이 오솔길을 따라 걸어가니, 은실근린공원 조성사업을 위해 ‘문화재 발굴 조사’, 분묘 이장 작업으로 수풀을 모두 제거해 황토 속살이 드러나 있다. 은실마을 당산 오솔길을 지나, 도로를 건너 잔다리마을 높은 언덕에는 세교동 주민들의 문화 향유 공간 중의 하나인 세교도서관이 자리 잡고 있다. 세교도서관 인근에는 70년대에 건축된 노후주택과 좁은 골목길 안쪽 주택이 남아있다.

 

은실공원 대상지로 힐스테이트 아파트 옆 봉학골 주택철거 예정
은실공원 대상지로 힐스테이트 아파트 옆 봉학골 주택철거 예정

 

잔다리마을 옆 산에도 당집이 보전되어 있고, 커다란 나무들이 당집을 보호하고 있다. 은실마을과 잔다리마을이 각각 성황당, 당집을 모시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잔다리마을 당집을 지나 국도 1호선 경기대로 방향으로 산길을 따라 내려오면 ‘점집’이 있다. 민간신앙으로 이어오던 ‘당집’ 인근에 ‘점집’이 있는 것은 민간신앙의 전통이 살아있다는 느낌이다.

 

1990년대 ‘경기대로’ 건설로

은실공원 녹지축 단절되고

세교산단은 환경오염문제 야기

1990년대 초에 택지개발사업을 추진하며 세교동 경동보일러 앞에서 비전동 뉴코아백화점, 평택시청, 천안으로 향하는 국도 1호선 ‘경기대로’가 건설되면서 은실공원 녹지축이 단절된다. 요즘에는 산줄기를 자르고 국도를 새로 건설할 때는 녹지축을 연결하는 터널형 ‘생태이동통로’를 건설하지만, 산의 허리를 잘라 흙을 파내고, 콘크리트 블럭으로 마감 처리해 삭막한 느낌이다. 이 구간을 걸을 때는 도로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소음진동이 유난히 크게 들린다. 장기적으로 은실공원 남측과 북측 녹지축을 걷는 길을 다시 연결해야 한다.

1990년대에 조성된 ‘평택공단’은 지역경제발전에 기여했지만, 악취와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 문제가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세교동 산업단지 동쪽에 힐스테이트 아파트단지가 개발되자 환경문제로 인한 민원이 폭주한다. 아파트단지로 포위된 산업단지 공장들은 악취발생하는 아스콘생산 공정 일부의 조업을 중단하거나, 외주처리하는 방식으로 대책을 세우고 있다. 최근에는 노후산업단지 재생사업 추진으로 대형 지식산업센터가 건축되고, 새로 신축되는 공장들은 환경오염물질 배출하지 않는 업종으로 재편되고 있다.

경기대로 횡단보도를 건너면 ‘세교 가압장’이 보인다. 팔당광역상수원을 공급받아 비전동, 팽성읍 배수지로 보내는 송수관의 수압을 더 강하게 밀어주는 기능을 하는 상수도 시설이다. 세교가압장을 중심으로 숲이 잘 보전되어 있다. 숲에는 딱따구리가 날카로운 부리로 구멍을 뚫고 벌레의 유충을 잡아먹은 흔적과 둥지로 이용하는 나무 구멍을 볼 수 있고, 딱따구리의 나무를 쪼는 소리가 들린다.

 

여흥민씨 선산 분묘 이전 공사
여흥민씨 선산 분묘 이전 공사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이 지나 농사 준비로 바쁜 3월 하순에도 세교동 백로서식지에는 백로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잔다리 들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양지바른 자리에 여흥민씨 선산이 있다. 선산 주변 오래된 나무에 ‘백로 아파트’가 건축되어 있다. 큰 나무에는 가지가 갈라지는 위치마다 둥지를 만들어 한 그루의 나무에 10개의 둥지가 있는 공동주택을 볼 수 있다. 여흥민씨 선산도 은실공원 조성사업으로 보상금을 받고 불가피하게 이장을 추진한다. 산자락 여러곳에 분포한 묘지 이장 작업을 하며 큰 나무를 베어낸 흔적, 쓰러진 비석 등으로 황량하다. 은실공원 조성을 추진하더라도, 오래된 비석은 문화유산으로 남겨두는 방안은 어떨까?

여흥민씨 선산을 지나 평지로 내려오면 천주교 모산골성당이 보인다. 지금 힐스테이트 아파트단지가 개발된 산에는 ‘천주교 공동묘지’와 성당, 교우촌이 형성되어 있었다. 세교지구도시개발사업를 하며 천주교 모산골성당을 이전한 것이다. 모산골성당과 고층아파트사이 골짜기 ‘봉학골’에는 작은 농가주택과 과수원, 농경지가 일부 남아있지만, 공원조성사업으로 과수원 배나무들은 모두 베어버리고 주택에는 출입금지를 알리는 경고문과 ‘불법경작 금지’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다. 봄부터 본격적인 주택 철거 작업이 추진될 것이다.

 

은실공원 예정지 아름드리 나무들이 잘려나가고 있다.
은실공원 예정지 아름드리 나무들이 잘려나가고 있다.

 

세교동 봉학골에 살며 31년간 신흥동 통장으로 활동하신 임두선(80세) 어르신은 집 앞 숲에 매년 봄마다 찾아오던 백로를 3년전부터는 볼 수 없다고 한다. 아마도 고층아파트로 인해 백로들이 서식지를 이전한 것이다. 아파트는 소중한 자산이지만 백로에게도 둥지는 생존을 위한 소중한 집이다. 천적의 날카로운 이빨을 피할 수 있도록 큰 나무를 골라 높은 가지 사이에 정성스럽게 둥지를 건설한다. 겨울이 가고 꽃피는 봄이 오면 수천km를 날아서 평택 세교동 백로서식지를 찾아온 백로들이 신혼집이 없어서 암컷과 짝짓기를 하지 못한다면 얼마나 슬픈 상황인가?

 

지제역세권 등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세교동 중심 남아 있는

도시숲 위태

은실공원 백로서식지 보호해

사람과 자연 공존하는

미래지향적 유산 만들어야

 

신혼집 걱정 때문에 결혼을 미루는 청춘남녀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집 걱정을 평택 세교동 출생인 백로들도 해야만 하는 딱한 상황이다. 세교동 백로 서식지의 둥지를 살펴보면 큰 나무에 10여 개의 둥지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텃새인 까치둥지와 비교해보면, 백로 둥지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나뭇가지를 모아 모양으로 만든 둥지에서 알을 낳아 체온으로 품어 부화에 성공하면 새끼들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며 키운다. 여름동안 건강하게 성장한 새끼들에게 장거리 비행훈련을 시켜 가을에는 따뜻한 남쪽 나라로 장거리 여행을 떠나야 한다.

 

은실마을 재개발사업 주택철거 공사장
은실마을 재개발사업 주택철거 공사장

 

특히 최근 평택지제역 역세권 개발사업 추진으로 인해 개발 압력이 더 거세지는 상황에서 세교동 중심에 남은 도시숲도 위태롭다. 세교동 은실공원 백로 서식지는 고층아파트단지, 산업단지 옆에 존재하는 서식지로서 사람과 자연의 공존을 상징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자연, 사람, 산업이 공존할 수 있음을 보이는 미래지향적이고 지속 가능한 마을의 표본이 되기에 충분한 마을이다. 생물 다양성의 존중은 문화 다양성과도 맞닿아 있다. 기후위기 시대를 대비하여 도심 내 친환경적 공원이 조성된다면 평택의 소중한 자연유산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박환우 환경전문기자

경기환경교육연구소 대표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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