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엄마의 반지

굵은 손마디에 금가락지
큰 언니가 시집가면서 끼워준 반지
명주실로 칭칭 동여매어 끼워졌었다

어느 날 엄마의 손가락을 차지한 꽃반지
6살 손주가 생신 선물로 끼워준 문구점 반지다
언니의 반지가 빠져나간 자리에 드러난 하얀 살갗
그 자리를 차지한 예쁜 꽃반지
엄마는 문구점 반지를 많이 아꼈다

이제는 반지보다 먹을 것을 더 찾고
돈 보다 아들 얼굴을 더 많이 더듬는다
손만 잡아주고 돌아서려는데
문구점 반지가 내 손을 붙잡는다
살면서 낯선 것들이 가슴을 치면
아버지의 얼굴이 두 눈에 어룽지고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두려움에
가슴 우물은 끝없이 깊어지기만 했으리라
엄마, 불러볼수록 촉촉함의 무게가 더해진다
명주실이 필요 없는 
금가락지 한 쌍 끼워드려야겠다

 

*           *           *

 

상사화

산사 가는 길목에 
붉은 상사화 흐드러졌다
풍경소리 가까이 들려와
두 손 모아 합장하네

상사화 맨들거리는 알몸 위로
햇살 튕겨 나가고
염불 소리 들으며
남모르게 속앓이하는
외로운 꽃 송이송이 송이들

님 잃은 세월 붙잡지도 못하고
마음 밖으로 밀어내는 고독
기다림으로 얼룩진 꽃의 시간을
고이 묻어두고 가련다
기다림에 지친 
너를 꺾어 무엇하리

 

손미영 시인
손미영 시인

손미영 시인
경희대 교육대학원 교육학과 석사 수료
평택문인협회 회원 
2023년 평택사랑 전국 백일장 공모전 시 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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