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립박물관 건립 위해선 평택의 문화 정체성 실체탐구와

정립 위한 체계적 연구부터 선행돼야

 

특정 소지역의 역사유물전시관를 넘어서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박물관이라면 우리의 과거를 비춰보는

거울과 같으며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볼 수 있는,
인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사회를 연결시켜 주는
다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박물관은 ‘generator of culture’라고 하는데’
미래문화를 만들어내는 발전기여야 한다.

 

1.

장순범 평택섶길추진위원장

평택에서는 십 수 년 전부터 평택에서도 평택을 대표하는 제대로 된 축제가 하나쯤 있어야하며 박물관 또는 향토사료관이 세워져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이어져왔고 현재도 이런저런 논의들이 활발히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 움직임으로 약 10여년 전에 평택시를 중심으로 민관 조직체를 구성하여 몇 번 논의하다 사라졌던 적이 있었고 최근 민간이 중심이 돼 건립추진 활동을 벌이고 있고 평택시에서도 박물관 건립추진 타당성 용역을 발주하여 중간보고회까지 진행되는 정도로 진전되고 있다.
이러한 지역 문화 활동은 바람직하고 오히려 격려 받아야 된다는 생각을 하며 필자는 최근의 움직임에 구체적인 관심은 갖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역 향토사료관 차원이 아닌 ‘시립박물관’, 백억 대의 예산, 위치 선정에 관한 논란 등을 접하고, 박물관 타당성 용역 중간보고서를 요청하여 읽어보고 필자 나름대로 평상시에 지역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참이라 이번 기회에 지역박물관 설립의 논거와 방향에 대해 처음부터 새롭게 접근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2. 우선, 중간보고서(『평택박물관 건립 타당성 조사 기본계획 수립 중간보고』 2016년 3월 29일. 숙명여자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제시된 박물관 건립 배경, 건립근거, 기본개념, 건립방향 등을 보면 평택이라는 지역명 대신 우리나라의 어떤 다른 이름으로 대치해도 별무리가 없는 용역보고서로 이해된다. 한발 더 나아가 평택을 구분하는 평택북부, 서부, 남부박물관이라는 평택의 소권역별 박물관 용역보고서로 대치해 읽어도 무방하다고 판단된다.
보고서에서 제시한 박물관 건립 근거의 핵심이 다른 지역은 다 있는데 평택만 없으니까 세워야 한다는 논지는 나름 충분한 근거가 될 수는 있다. 그것이 핵심근거라면 백 억대 이상의 예산을 들인 시립박물관이 아닌 서부지역, 북부지역에 해당권역의 개인소장 유물 등을 전시 보관할 권역별 박물관 또는 향토사료관을 만들면 될 것이다. 용역보고서의 박물관 건립 필요성과 방향을 보면 이런 정도의 사료관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평택의 세 권역의 약간의 특수성을 가미하여 각 지역 주민자치조직을 중심으로 유휴 공공시설이나 주변 경관을 고려하여 가치 모르고 방치된 변두리의 폐공간을 매입하여 구도심이나 지역의 낙후 지역을 재생시키는 효과도 동시에 얻을 수 있을 것이다.(평택의 권역박물관 또는 향토사료관이라 해서 몇 십평 단위의 작은 공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 1~2천여 평 이상의 대지에 2~3백여 평 이상의 연건축면적을 제안한다)


또한 보고서를 보면 전체 분량의 거의 절반 정도가 박물관 입지에 관한 내용이다. 접근성에 중심을 둔 입지 선정에 관한 문제가 박물관 건립 논의에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면 오히려 선·후가 바뀐것으로 보이며 너무도 간단한 똑같은 해결책이 있다. 작은 박물관을 몇 개 지어 시민들이 거주지 가까이에서 갈 수 있는 쉬운 방법을 놔두고 실제 건립비용도 아닌 입지선정 용역에 수천만이 넘는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냉소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진정성 있는 제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제안을 더욱 심각하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렇게 10여개가 넘는 장소에 박물관 입지를 제안하고 있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에서나 세계적으로 평택시를 대표한다는 ‘평택시립박물관’ 건립을 위한 전제조건인 올바른 지역역사관이 부재하고 평택의 문화정체성에 대한 개념이 없다는 것을 거꾸로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고덕국제신도시의 알파탄약고 내의 입지 가능성 제안에도 논란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알파탄약고 부지에 평택시립박물관이 충분히 입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단지 그 전제조건으로 전국의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집결되고 사드배치, 탄저균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미군, 전쟁의 흔적인 탄약고에 세워질 시립박물관이라면, 평택시, 평택시민들이 평화를 지향하는 의미를 상징하는 가칭 ‘평택시립 평화박물관’이라면 가능할 것이다. 평화박물관이라 해도 그 상징성과 이에 부합하는 상설전시 외에는 보고서에서 제시하고 있는 모든 내용을 담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평택시립박물관 건립에 관한 논의를 하려면 우선 평택의 문화정체성의 구성과 확인·정립을 위한 체계적인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번 용역보고서는 역설적으로 증명해 보이고도 있다.

 

3. 보고서에도 정체성이란 표현이 나오는데 과연 평택지역의 정체성이란 무엇인가를 말하기 전에, 길어질 수 있지만 문화정체성이란 개념 자체나 실체 의미 등이 무엇인가부터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비슷하지만 개념을 좀 더 구체화하기 위해 문화특수성과 문화정체성을 구분해야 한다. 특정한 시공간, 자연, 구성원들 사이의 상호작용의 결과로 생겨난 문화는 특정한 환경의 산물로 다른 조건과 환경의 문화와는 다른 특수성을 갖는 문화특수성으로서 나와 남의 문화를 구분한다.


문화정체성은 특정 집단의 과거 역사적 경험이나 지리적 근접성, 미래에 대한 공통목표 등에 의해 구성되며 그 집단 성원들에게 문화적 동질성과 현실 이해에 대한 공통의 지침을 제공한다. 근대 이전 생활세계 내에서는 주민의 이동이 적고 대체로 특정 집단 내에서 평생 비슷한 일을 하며 살았기 때문에 정체성을 생각할 필요성이 적었지만, 급격한 교류·개발·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지역화와 함께 각기 지역 정체성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문화의 형성은 자연조건을 일차적 기반으로 하며 이에 정치, 경제, 군사적 교류와 생존대응을 통해 변화․발전하게 된다. 지리적 조건을 기본으로 하지만 점차 정치경제적 조건의 비중이 크게 작용한다. 결국 문화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인인 자연환경, 전통, 사회적 관계 등을 밝혀내고, 나아가 문화정체성을 새롭게 구성하기 위해서는 전통에서 활용할 요소들을 찾아 노력해야 한다. 전통에서 찾아낸 요소들은 단순 복원이 아니라 현재를 위한 기반이나 미래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이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4. 그리고 문화는 사회, 경제, 정치, 군사 등 모든 부문의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며 동시에 서로 영향을 미친다. 특히 문화에 있어서 경제의 중요성은 문화 그 자체가 경제의 상위개념으로 정의된다. 경제와 문화는 상호의존적이며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경제발전에 새로운 의미와 생명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튼튼한 문화적 하부구조 없이는 총체적인 관점에서 경제의 성장과 발전은 한계가 있다. 문화가 경제 발전에 활력을 주는 순환관계를 갖게 될 때 비로소 균형 있는 사회 구조가 가능하며, 최근에 지식, 정보 사회로 급격히 전화되어가는 과정에서 문화는 창조적인 이행 기능과 함께 풍요로운 삶의 척도를 제시하는 ‘준거틀(referenceframe)'로서 미래 사회를 예측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특정 소지역의 역사유물전시관를 넘어서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박물관이라면 우리의 과거를 비춰보는 현재의 거울과 같으며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볼 수 있는, 인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사회를 연결시켜 주는 다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박물관은 ‘generator of culture'라고 하는데, ’미래문화의 제너레이터‘여야 한다. 박물관 건립 활동이 자기의 작은 동네에만 매몰되어 협소한 시각에 집착해선 안 되며 지역 박물관이 지닐 수 있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그리고 미래를 볼 수 있고 예견할 수 있는 우리 지역, 대한민국만이 아닌 세계 속의 박물관이 되어야 할 것이다.(단락 전체 인용)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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