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민신문] 평택 출신 독립운동가 민세 안재홍과 관련한 단행본이 현재 총 100여 권 출간돼 있다. 한국 근현대 지성사에서 안재홍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제강점기와 해방공간에 걸쳐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를 줏대 있게 고민하며 국가비전을 설계하고 실천한 민세 안재홍. 그를 다룬 책들을 찾아 그 의미와 핵심대목, 독서 포인트 등을 소개해 민세 정신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 

 

우리시대 마지막 의인, 원로행정학자 이문영의 자서전

이 책은 한국민주화운동에 헌신했던 원로 행정학자 고(故) 소정 이문영 고려대 명예교수의 자서전이다. 2014년 타계한 우리시대 양심 이문영은 몇 가지 측면에서 민세 안재홍과 닮았다. 우선 소정은 민세처럼 여러 차례 수난을 겪었다.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 17회의 연행기록을 가진 소정은 1973년 3.1구국선언, 1975년 국보법 위반,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등으로 3차례, 5년에 걸쳐 옥고를 치르고 9년 6개월 동안 해직당했다. 또한, 민세가 조선학운동을 주도하며 고대사 연구에 힘쓴 것처럼 일하는 조직, 개인을 존중하는 조직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행정학 연구에 평생 힘써 일가를 이루었다. 소정은 서구 이식이 아닌 한국형 행정학 정립에 힘쓰며 1992년 정년퇴임 때까지 행정의 최소조건 5부작을 완성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정치권과는 거리를 두고 비판적 지식인으로 후학의 모범이 되는 정직하고 청렴한 삶을 살려고 노력했다.

 

좌우를 포용하며 부패하지 않았던 공직자 안재홍

2006년 가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안재홍 학술대회에 참석했던 이문영 선생과 가까이서 이야기할 기회를 얻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이 책 출간 이후인 2018년 7월에는 다사리포럼 강사로 평택에서 다시 뵙기도 했다. 당시 소정은 자신이 마지막으로 쓸 책 ‘새문명에서의 공직자’에서 안재홍과 유일한을 공직자상의 원형으로 제시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좌우를 포용하려고 했던 안재홍의 삶을 높게 평가했다.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던 ‘협력형 통치’의 관점에서도 민세의 일관된 실천은 귀중한 한국근현대사의 역사적 자산이었다.

 

안재홍씨는 기본적으로 우파인데 좌우를 포용하려고 했던 정치가였다. 후일의 대한민국 정치에서 좌우를 포용하되 부패하지 않은 정치가가 영 안 나왔다. 내가 개인적으로 안재홍씨를 귀히 여기는 것은 극빈, 가난함, 중간, 잘삶, 부자의 5단계 가운데 ‘잘삶’이 만인에게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아 나는 우파이고 민주화운동 때 좌파를 포용했던 것을 보아도 나는 우파이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날에도 필요한 정치가는 우파이면서 좌우를 포용하며 부패하지 않은 정치가라고 본다(이문영, 겁 많은 자의 용기 665쪽).

 

안재홍기념사업회 일을 하면서 민세라는 거인이 아니었으면 만나기 힘든 한국사회 각계의 거장들과 만나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많았다. 민세 덕분에 행복하고 감사하게 지내온 시간들이었다. 이문영 선생은 과묵하고도 겸손한 분이었다. 선한 기운도 넉넉히 느낄 수 있었다. 소정과 같은 한국지성사의 거장이 민세와 같은 선배를 높게 평가하는 것을 직접 듣고 책을 접하며 힘찬 기운도 얻었다.

황우갑 
본지 시민 전문기자
민세기념사업회 사무국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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