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민신문] 평택 출신 독립운동가 민세 안재홍과 관련한 단행본이 현재 총 94권 출간돼 있다. 올해도 몇권이 준비되고 있다하니 조만간 100권을 넘길 것이다. 한국 근현대 지성사에서 안재홍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제강점기와 해방공간에 걸쳐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를 줏대 있게 고민하며 국가비전을 설계하고 실천한 민세 안재홍. 그를 다룬 책들을 찾아 그 의미와 핵심대목, 독서 포인트 등을 소개해 민세 정신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

<한국현대사의 라이벌> 역사문제연구소 편1991년역사비평사

안재홍과 송진우, 비타협이냐 타협이냐

강연 원고를 바탕으로 1991년 역사문제연구소가 펴낸 이 책은 한국 근현대 정치 지성사의 주요 라이벌에 대한 재조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안재홍과 송진우를 비롯해 김구와 김원봉, 여운형과 이승만, 정인보와 백남운, 박헌영과 김일성, 장준하와 박정희 등 한국현대사의 라이벌을 소개하고 있다.

안재홍과 송진우는 타협이나 비타협이냐라는 주제로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가 발표했다. 송진우는 뚝심있고 뱃심이 강한 정치가였다. 그와 달리 안재홍은 온화하고 선비적 기질이 강한 성찰적 지식인이었다. 안재홍과 송진우는 일본 와세다대학 동창이다. 일제강점기 송진우는 자치론을 지지한 동아일보 사장으로 안재홍은 일제에 대한 비타협을 주장하며 신간회운동을 실천한 조선일보 주필과 사장으로 활동했다. 해방후에는 송진우가 친일세력이 중심이 된 한민당을 기반으로 정치활동을 펼친 반면 안재홍은 중경임시정부를 지지하며 좌우합작에 헌신했다.

 

비타협민족주의 실천, 독립과 통일에 힘쓴 안재홍

송진우는 일제강점기 신간회의 민족협동전선과 해방후 좌우합작운동에 대해 냉소적 입장을 취했다. 이와 달리 안재홍은 어떻게 해서든 독립을 위해서는 좌우가 손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해방후에도 민족의 최대 과제인 통일을 위해 단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필자는 타협의 길을 모색한 송진우와 달리 일관되게 비타협적 민족주의를 주장하며 독립과 통일국가 수립에 힘쓴 안재홍의 삶과 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고하 송진우 쪽은 일제와는 타협을 했어도 좌익과는 타협을 안 했습니다. 민세 안재홍 쪽은 일제에 대해서는 비타협적이었지만 좌익에 대해서는 타협할 수 밖에 없다고 봤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해방될 때까지는 좌파와 협력해야만 하는 것이고 해방된 후에도 민족국가를 건설하려면 좌우가 협력해야만 하는 것이다. 좌우가 싸우더라도 그 다음에 가서 싸우자, 하여튼 통일정부는 세워야 한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역사문제연구소 편, 한국현대사의 라이벌 92쪽).

 

이 책은 1989년 3월 1일 안재홍에게 건국훈장 대통령장이 추서된지 몇 년 안돼 나왔다. 납북으로 세간에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안재홍에 대한 역사 대중의 관심을 일깨운 책이다. 이 책이 나온 1991년 11월 동작동 국립묘지에 안재홍 등 납북독립유공 민족지도자의 위패가 모셔졌다. 이어 1992년에는 고향 경기도 평택의 고택이 경기도문화재로 지정됐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독재정권과 이데올로기에 의해 왜곡되었던 안재홍의 제대로된 모습이 조금씩 밝혀지게 되는 사회분위기를 담고 있는 소중한 책이다.

황우갑 본지 시민전문기자·민세기념사업회 사무국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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