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환우와 떠나는 생태기행 49

 

소하천 송방천과 산척저수지, 
울창한 숲 원형 보전해 만든 
동탄호수공원

동탄호수공원 루나쇼(사진 화성시 제공)
동탄호수공원 루나쇼(사진 화성시 제공)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시민들과 자연이 격리되고 있는 시대에 다양한 자연 생명체와 주민들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녹색도시를 지향, 이것이 최근 사회적 흐름이다. 코로나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며 도시인들은 인구밀도가 높은 실내 공간을 피해 혼자서 공원을 산책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집에서 걸어서 접근할 수 있는 공원을 걷고, 가까운 숲속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호수공원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호수공원 산책로 사이 나무그늘에서 연인들이 돗자리를 펴고 앉아  시원한 봄바람을 즐기고 있다.
호수공원 산책로 사이 나무그늘에서 연인들이 돗자리를 펴고 앉아 시원한 봄바람을 즐기고 있다.

 

동탄호수공원은 동탄2신도시 택지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2018년 경기도시주택공사가 조성해 화성시로 인수인계했다.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오래전에 조성된 ‘산척저수지’와 북측에 있는 울창한 숲을 원형보전하여 ‘동탄호수공원’으로 조성하는 ’워터프론트 조경공사‘를 추진한 것이다. 동탄신도시 동쪽에서 발원해 산척저수지를 통해 오산천으로 흐르고 있는 소하천 송방천을 따라 수변공원, 산책로, 녹지축, 물길이 연결되어 있다. 수변경관과 숲이 어우러진 호수공원을 선호하는 트렌드다.

 

​호수공원 주변에 대단지 고층 아파트, 주상복합 오피스텔의 통로와 공원 산책로와 동선이 연결되어 있어 인기가 높다.​
​호수공원 주변에 대단지 고층 아파트, 주상복합 오피스텔의 통로와 공원 산책로와 동선이 연결되어 있어 인기가 높다.​

 

동탄호수공원 주변 아파트들은 ‘동탄린스트라우스더레이크아파트’처럼 ‘호수’ ‘레이크’라는 글자를 아파트의 공식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아파트 이름만 들어도 쾌적한 호수공원 주변에 있는 아파트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준다. 이러한 입지는 실제로 부동산 가치에도 반영되어 호수공원을 조망할 수 있는 아파트의 가치가 더 높게 거래되고 있다.

 

분수와 영상, 조명, 레이저, 
음향 어우러진 멀티미디어
‘루나쇼’ 유명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음악분수도 가동

동탄호수공원에는 분수와 영상, 조명, 레이저, 음향을 동시에 가동하는 멀티미디어 ‘루나쇼’가 유명하다. 달의 여신이 떠오르는 루나쇼는 봄·여름·가을 야외활동에 적합한 5월부터 10월까지 매주 1회 주말 밤에 운영한다. 음악분수는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후 시간에 4회 운영한다. 매주 월요일·화요일은 시설물 점검을 위해 가동을 중단한다. 음악분수쇼 가동을 위해 설치된 수많은 분수의 노즐, 수중 펌프, 조명, 음향 등 설비를 주기적으로 점검·청소해야 한다. 호수 중심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설치된 루나쇼 조형물, 분수 시설을 매주 점거하기 위해 2명의 기술인력이 고무보트를 타고 들어가 작업하고 있다. 호수 북쪽에는 소형보트가 접안할 수 있는 선착장까지 설치한 것을 보니 루나쇼를 매주 운영하기 위해 많은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고 있다.

 

동탄호수공원에 서식하며 번식에 성공한 뿔논병아리 가족. 수컷이 물고기를 잡아와 암컷 등 위 날개 깃털에 숨어있는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동탄호수공원에 서식하며 번식에 성공한 뿔논병아리 가족. 수컷이 물고기를 잡아와 암컷 등 위 날개 깃털에 숨어있는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수중 설비 점검 위해 
2명 기술인력 투입하고, 
수질개선 위해 막대한 예산
들여가며 물순환시스템 운영

호수공원의 유지관리에는 제초작업·조경뿐만이 아니라 수질관리가 핵심이다. 화성시는 호수공원의 수질개선을 위해 물순환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하루 1만6000톤의 물을 호수에서 취수하여 공원 남측 지하공간에 설치된 수질정화시설에서 물리화학적 처리한 물을 송방천 상류 함양지로 퍼올린다. 정화된 물은 송방천 하천을 따라 흐르며 자연정화 과정을 거친 하천수와 지하수, 빗물 등이 모여 호수로 유입된다. 호수 수질개선을 위한 물순환시스템을 엄청난 비용과 애정으로 감당하고 있다. 송방천의 수로, 우수 맨홀 내 오염물과 하천 바닥 이끼류·부유물질을 수시로 제거하는 등의 주기적인 정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유입수 수질관리 대책과 함께 호수에 정체된 물의 녹조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매주 1회 주기적으로 수문을 개방해 부유물질·수질오염물질을 송방천을 통해 하류 오산천으로 방류한다.

화성시의 철저한 수질관리로 수질이 2등급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숲 옆으로 호수와 접한 수변 수초들 사이에서 여유롭게 휴식을 즐기는 대형 가물치를 직접 만났다. 동탄호수공원에서는 백로, 왜가리, 민물가마우지, 흰뺨검둥오리 등의 물새를 관찰할 수 있다. 특히 부러운 건 평택에서 보기 어려운 뿔논병아리 가족들을 만난 장면이다. 수컷 뿔논병아리가 물속에 긴 시간 잠수해서 물고기를 잡아 처자식이 기다리는 곳으로 물고기를 부리에 물고 가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어미 등에 엎혀 날개 깃털 속에 숨어 있던 3마리 새끼들이 고개를 내밀고 먹이를 받아먹는 귀한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잠자리들이 짝을 찾아 날아 다니고, 풀숲에서 뜨겁게 짝짓기 하는 나비 한 쌍을 만났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동탄호수공원의 평화로운 초록의 봄기운을 가슴 깊이 호흡할 수 있다.

이처럼 수중 생태계와 육상 생태계가 만나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호수 수변지역의 풀숲은 중요하다. 두 생태계를 오가며 살아가는 작은 곤충들의 산란·부화·유충 과정에는 습지에 뿌리 내린 억새·갈대 같은 수생식물 줄기는 꼭 필요하다. 수변의 일정 면적은 자연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공간으로 남겨주는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동탄2신도시 주민들이 사랑하는 호수공원과 아파트 단지내상가 통로를 통해 호수공원으로 동선이 수경시설로 연결되어 있다. 아파트 단지 설계 단계부터 호수공원을 주민들을 위한 정원으로 끌어들인 모양이다. 신도시 도시계획 단계부터 기존 저수지를 호수공원으로 조성하고, 하천을 통해 물순환시스템과 수질정화시설을 운영하는 체계적인 호수공원 수질관리 대책을 기반으로 음악분수 루나쇼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호수공원 수면에 녹색조류가 떠있다. 고덕신도시 고층아파트의 그늘, 저류지에 하수처리장 처리수를 가득채우고 음악분수쇼를 준비하던 LH와 평택시.
호수공원 수면에 녹색조류가 떠있다. 고덕신도시 고층아파트의 그늘, 저류지에 하수처리장 처리수를 가득채우고 음악분수쇼를 준비하던 LH와 평택시.

 

녹조로 가동 중단한 평택
고덕 함박산공원 음악분수

 

물 공급할 하천 없는데 
홍수 예방 위한 저류지를 
호수공원으로 운영하려면 
물을 장기간 가둬야 해
녹색조류 번식 불가피, 
여름철 기습 폭우 내리면 
저류지 기능 상실 우려도

동탄호수공원을 둘러보는 과정에서 지난해 가을 개장한 함박산공원 음악분수가 최근 수면을 점령한 녹색조류 때문에 가동을 중단한 사례를 떠올렸다. 이런 수질오염으로 인한 녹조 문제는 수문을 닫고 하수처리장 처리수를 저류지에 가득 채워 호수공원으로 변칙 운영할 경우 충분히 예측이 가능한 사안이다. ‘저류지’는 집중호우가 내렸을 때 하류 지역의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빗물을 일시적으로 저장하였다가 하천의 수위가 낮아지면 방류하는 자연재해 방지시설이다. 함박산공원 ‘저류지’를 음악분수쇼를 하는 ‘호수공원’으로 운영하려면 하수처리장 처리수를 끌어와 저류지에 물을 항상 장기간 가득 채워야 한다. 최근 기온이 상승하면서 ‘항상 장기간 가득’ 채운 물에 생활하수의 질소·인 성분을 영양분으로 해서 성장하는 녹색조류가 번식해 호수를 점령한 것이다.

LH와 평택시는 녹조 제거용으로 특수제작한 보트와 인력을 긴급 투입해 갈퀴로 파래 모양의 녹조를 걷어내고 있다. 그러나 호수공원으로 유입되는 하수처리장 처리수에 포함된 질소·인 성분이 녹조 발생의 주된 원인이라면 단기간에 근본 대책을 마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함박산호수공원으로 물을 공급할 기존 하천이 없는 지형적 여건에서 하수처리장 처리수에 의존해 음악분수를 가동하는 정책은 위생적으로도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저류지에 물을 가득 저장한 상태에서 여름철 기습폭우가 내린다면 ‘저류지’ 기능을 겸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평택시 고덕동 저류지에 설치된 함박산공원 음악분수 조형물.
평택시 고덕동 저류지에 설치된 함박산공원 음악분수 조형물.

 

앞으로 함박산호수공원을 운영할 평택시가 음악분수 가동을 재검토해야 한다. 쾌적한 환경에서 음악분수를 가동하려면 막대한 수질정화 비용을 시민 세금으로 지속해서 감당해야 한다.

 

박환우 환경전문기자

경기환경교육연구소 대표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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