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환우와 떠나는 생태기행  53

예산군 신암면과 당진시 합덕읍을 연결하는 구양교에서 바라본 삽교천 하류
예산군 신암면과 당진시 합덕읍을 연결하는 구양교에서 바라본 삽교천 하류

 

아산만방조제 건설되기 전
삽교천 내포문화권 북부지역에
위치한 평택, 서해선과 평택선
개통으로 아산만 순환철도 개통
계기로 충남 북서부 지역과 
교류‧경제협력 위해 손잡아야

 

평택역에서 홍성역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는 평택선-서해선 철도로 내려갔다가 장항선-경부선 철도를 이용해 돌아올 생각이다. 평택은 아산만방조제가 건설되기 전 삽교천, 아산만 물줄기의 뱃길을 타고 소형 선박이 드나들던 내포문화권의 북쪽 지역이었다. 이제 충청남도 북서부 지역과 더 빠르게 교류하고, 경제적 협력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

 

서해선 평택선 철도로 가까워진 삽교천 내포지역

홍성행 열차승차권 예약을 친구에게 부탁했더니 평택역으로 직접 방문해서 승차권을 샀다는 전화가 온다. 친구의 아날로그 감성이 따뜻하다. 어두운 겨울 아침에 집을 나서 평택역으로 간다. 공휴일 아침 평택역에서 친구를 만나 7시 28분 ITX마음 열차에 오른다. 새로 운행하는 열차는 깨끗해서 기차여행을 가는 기분이 난다. 열차가 출발해 통복천·도일천을 건너 고덕면 동고리 평야를 지나 진위천을 건너 오성면 들판이다. 평택호 건너편으로 멀리 미군기지가 보인다. 평야 지역의 비어 있는 들판과 평택호 습지를 보니 평화롭다. 먹이활동을 위해 이동하는 기러기들의 아름다운 비행이 부럽다. 철새들을 보면 자유가 떠오른다. 겨울 철새들은 한곳에 정착해서 살아가는 인간들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고층아파트가 보이기 시작하자 바로 안중역에 도착한다. 평택역에서 안중역까지 16분 정말 조용하고, 빠르다. 앞으로 평택~안중~포승-평택항까지 ’평택선‘ 철도가 빨리 개통되기를 기대한다. 안중을 출발한 열차는 현덕면 기산리 들판을 지나 남쪽 평택호 철도 위로 미끄러진다. 차창으로 아산만방조제 수문과 나란히 개통을 앞둔 서해내륙고속도로 교량이 보인다. 눈이 날리고 하얀색으로 변한 평야를 볼 수 있는 날 홍성행 열차를 타고 싶다.

 

평택역에서 홍성역 가는 열차
창밖으로 보는 안중역과 인주역,
합덕역 풍광 너무도 멋지고 신기

열차는 아산시 백석포 들판 위를 지나서 영인산 터널구간을 통과해 인주역에 도착한다. 아산시 인주역을 출발한 열차는 곡교천과 삽교천을 건너 당진시 합덕역에서 잠시 멈춘다. 삽교천 농업용수를 이용한 우강평야, 합덕평야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뱃길로 중국과 활발한 교역을 하는 지리적 조건 덕분에 내포지역은 천주교가 전파되어 천주교 신자가 제일 많아 홍주성을 비롯해 다수의 순교성지와 아름다운 성당이 있다.

우리는 8시 20분 홍성역에 내린다. 홍성역 광장을 나오니 역세권 개발을 위한 지하주차장 조성사업 건축공사 중이다. 홍성역 건축물은 홍주목사 집무실 동헌의 관문인 ’홍주아문‘이 연상되는 전통한옥 모양의 건축물이다. 홍성군 사람들이 내포지역의 행정 중심지인 ’홍주‘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이 다가온다. 내포지역의 중심인 홍주는 1914년 일제의 행정구역 통폐합으로 ‘홍주’와 ‘결성’이 통합돼 ‘홍성군’이 된다. 홍성역은 경부선 철도의 천안역에서 서천 장항까지 연결하는 장항선이 건설되어 개통되었고 서해선 철도까지 연결되었다.

 

홍주성의 관문인 동문 조양문 항일의병 홍주의병과 일본군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현장이다.
홍주성의 관문인 동문 조양문 항일의병 홍주의병과 일본군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현장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홍성역에서 가장 가까운 식당에서 뜨거운 콩나물국밥으로 식사하고 주인에게 홍주성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지 물어본다. 문을 나가서 오른쪽으로 쭉 걸어가면 바로 나온다고 친절하게 이야기한다. ‘홍주성 천년여행길’을 따라 쭉 뻗은 넓은 도로가 시원하다. 대로변 빌딩에는 ‘내포홍성 한방병원’ ‘홍주신협’ ‘홍주초등학교’ 등 내포 홍주 지명이 들어간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심지어 시내버스도 ‘홍주여객’이다.

10분 정도 걷다가 청산리대첩으로 독립운동 역사상 최고의 업적을 남긴 백야 김좌진 장군 동상이 나타난다. 내포지역에서 치열하게 항일투쟁한 홍주의병의 역사적 배경으로 김좌진 장군과 동학농민운동에 가담했던 승려 독립운동가이자 시인 한용운 선생님이 이곳에서 태어났다. 홍주성의 동문 조양문이 사거리 중심에 웅장하게 남아있다. 홍주역에서 조양문까지 걸어오며 극단 홍성무대가 주최하고 홍성군이 후원하는 연극 ‘홍주의병이여 말하라’를 홍보하는 종이 포스터가 상가에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내포지역을 중심으로 치열한 항일투쟁을 전개했던 의병들의 당시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하는 내용이다. 100여 년 전 홍주의병의 정신을 계승하는 활동이 홍성군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내포지역을 관장하던 홍주목사가 집무하던 동헌과 홍주관아의 외삼문인 홍주아문 옆으로 ‘홍성군청’과 ‘홍성군의회’ 안내판과 국기 게양대가 나란히 서 있다. 홍주읍성은 홍주 천년의 역사와 현대의 홍성군 청사가 공존하는 특이한 공간이다. 평택군청터를 주상복합 건축 업자에게 매각한 평택시와 대비되는 측면이다. 역사적 구심점이 빈약한 평택시가 평택시 현대사의 중요한 의미가 있는 ‘평택군청’ 청사를 매각한 것은 정말 아쉽다.

 

서해순환선 노선도
서해순환선 노선도

 

아산만 순환철도로 경제발전 위해 관련 지자체와 손잡아야

하루 여행을 마치고 평택으로 돌아오는 열차는 장항선 상행선이다. 김장철 공휴일 오후라 승객이 많아 무궁화 열차 입석이다. 삽교역~예산역~온양온천역~천안역에 정차해서 고향에 다녀오는 충청도 사람들을 서울 용산으로 태우고 간다.

홍성 기차여행을 계획한다면 10명 이상 단체 관광일 경우에는 홍성역에 도착해서 홍주문화관광재단에서 계약한 여행사 버스를 이용하면 편하다. 홍성군청 문화관광과(041-630-1228)로 예약하면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해 남당항에서 대하를 먹을 수 있다.

 

내포지역 대표 물길인 삽교천이
평택호 아산만 물줄기와 하나되어
바다로 흘러가듯 항만 경계분쟁
마무리된 평택시와 충남북부 지역
이웃사촌으로 더 한층 가까워지길 

홍성군은 상업지역을 흐르는 홍성천의 일부 구간을 복개주차장으로 조성하고, 하천 고수부지를 콘크리트 포장하여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 홍성군은 하상 및 복개주차장을 철거하는 내용의 홍성천 자연형 하천 복원을 위한 주민설명회를 추진하고 있다. 수원천, 통복천처럼 하천을 생태적으로 복원하고,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산책하며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향이 홍주성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내포지역의 중요한 물길인 삽교천은 예산군 삽교읍을 관통하는 하천이라 삽교천이라 부른다. 오서산 장곡면 신풍리 계곡에서 발원해 홍동면 홍동저수지에 잠시 머무르다 홍성군청·홍성역이 위치한 홍성읍과 충남도청이 위치한 홍북읍 내포신도시를 통과해 예산군 삽교읍을 향해 흐른다. 삽교천을 중심으로 길게 펼쳐진 삽교평야와 합덕평야가 자리 잡고 있다. 당진시 합덕읍과 예산군 신암면 사이를 흘러 예산군 예당저수지에서 흘러온 무한천과 합류한다. 무한천과 합류한 삽교천은 아산만에서 평택호 안성천 물줄기와 합류해 서해에서 하나가 된다. 경기도 평택시와 충청남도 당진시의 경계분쟁은 마무리하고 아산만순환철도·서해내륙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발전하는 이웃사촌으로 성큼 다가서기를 바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박환우 환경전문기자·평택포럼 도시환경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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