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환우와 떠나는 생태기행  45

 

화성시는 
해양생태자원 보호 위해
매향리 앞바다를
‘갯벌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 
해양생태관광 활성화 노력

​미군 매향리 사격장 부지. 미군이 육상 사격장으로 사용하던 부지는 ‘화성드림파크’ 유소년 야구장과 ‘매향리평화생태공원’으로 조성되었다.​
​미군 매향리 사격장 부지. 미군이 육상 사격장으로 사용하던 부지는 ‘화성드림파크’ 유소년 야구장과 ‘매향리평화생태공원’으로 조성되었다.​

 

평택시 포승읍과 화성시 우정읍 사이에 건설된 인공담수호 남양호 주변 농경지 위로 송전탑과 송전선로가 끝없이 이어진다. 평택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도시로 보내기 위해 설치된 것이다. 


포승읍 서북쪽 원정리에는 LNG·석유·전기·수소 등 에너지를 수입해 저장·생산·공급하기 위한 대규모 에너지산업 기반 시설이 거대한 모습으로 해안을 지키고 LPG를 운반하는 탱크로리 트럭이 자주 보인다. 국도 77호선 남양대교를 통해 화성시 우정읍으로 들어서면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을 중심으로 남측에는 남양호, 북측에는 화성호 간척지가 있다. 우정읍은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으로 유명하고, 서신면 궁평항은 낙조가 아름다운 해변 관광지로 유명하다. 그러나 기아자동차 공장에 가려진 매향리는 미군 비행기 사격장으로 알려진 곳인데 해안에 고립되어 교통이 불편한 지역이다. 6.25 한국전쟁 이후 형성된 황해도 피난민들의 정착촌, 주한미군, 방조제 건설 간척사업 등 평택시 포승읍과 화성시 우정읍은 비슷한 부분이 있다.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남측 갯벌 바다건너 평택화력발전소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올라온다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남측 갯벌 바다건너 평택화력발전소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올라온다

1973년 아산만방조제, 남양호방조제 준공에 이어 1979년 삽교천방조제가 건설되고, 아산만 일대 평택·화성·당진·아산 해안 지역에 아산국가산업단지가 지정된다. 화성시 우정면에는 ‘아산국가산업단지 우정지구’가 지정되어 1987년 약 91만평의 매립지에 ‘기아오토랜드’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이 입주한다. 최근 화성시는 기아자동차 공장 동측 이화리에 아산국가산업단지 유보지로 남아 있던 농경지를 산업단지로 추가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현재 농경지인 이화리까지 산업단지로 개발하면 ‘아산국가산업단지’는 사실상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방조제, 항만, 매립지 사이에 남아 있는 갯벌을 산업단지로 조성하는 무모한 개발행위는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 

 

군공항 이전 논란 있는 
화성방조제 화옹지구는 
갯벌과 습지, 농경지 연결되는 
소중한 철새도래지

해안도로를 달려가자 기아자동차 출고센터, 화성공장 정문이 눈에 들어온다. 승용차를 수출하기 위해 여러 대를 등에 업고 평택항으로 수송하는 자동차 운반 트레일러트럭들이 교차로에서 신호대기하고 있다. 기아자동차 공장 울타리와 갯벌 사이 도로를 통해 바닷가를 따라가다 막다른 길에 석천항이 있다. 겨울철 작은 포구는 인적이 드물고, 서해에서 불어오는 북서풍은 카메라를 잡은 손가락을 마비시킬 듯 차갑다. 석천항 방파제 안쪽에 휴식을 취하고 있는 소형 어선들이 눈 속에서 겨울잠을 자고 있다. 남양호방조제와 기아자동차 남측에 남아 있는 갯벌이 위태로워 보인다.

 

매향리 해안에는 철조망 울타리가 설치되어 있고 군사작전 지역으로 출입이 제한된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매향리 해안에는 철조망 울타리가 설치되어 있고 군사작전 지역으로 출입이 제한된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석천항 방파제 위에서 둘러보니 바다 건너 평택시 해안에는 한국가스공사 LNG 인수기지 저장탱크가 가득하고, 평택화력발전소 굴뚝에는 하얀 연기가 하늘을 향해 솟구친다. 당진시 해안에는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현대제철 공장과 당진화력발전소 굴뚝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 대기오염물질이 평택시를 향해 확산된다. 평택시 초미세먼지 농도는 오늘도 ‘나쁨’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공개한 ‘2022년 대기환경연보’에 따르면 국내 도시 지역에서 2022년 기준 연중 초미세먼지(PM2.5) 오염이 가장 심한 곳은 경기도 평택·여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광역아산만권 산업단지, 평택당진항 개발사업은 평택시 하늘에 미세먼지 먹구름으로 밀려온다. 

 

한파 특보에 화성호 습지부터 얼기 시작했다.
한파 특보에 화성호 습지부터 얼기 시작했다.

석천항을 나와 기아자동차 공장 사이 도로를 타고 고온항 선착장으로 가는 진입로는 좁았다. 고온항 선착장은 기아자동차 공장 울타리와 매향리 사격장 사이에 어렵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고온항 일대는 ‘어촌뉴딜300사업’으로 어촌 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고온리 어촌계는 경기도에서는 비교적 규모가 큰 어항이다. 수십 척의 어선이 어업을 계속하고, 고령의 어민들은 바다로 나가 바지락·낙지·소라 등 맨손어업과 김 양식업을 한다. 어민들은 화성습지, 갯벌, 매향리평화공원을 연계한 해양생태관광의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화성시는 매향리 고온항, 갯벌 습지보호지역과 화성호 습지, 매향리평화생태공원을 연계한 해양생태관광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화성시는 매향리 고온항, 갯벌 습지보호지역과 화성호 습지, 매향리평화생태공원을 연계한 해양생태관광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화성시는 해양생태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매향리 앞 바다를 ‘매향리갯벌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여 해양생태관광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다. 매향리 갯벌과 화성호 인공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화성환경운동연합 박혜정 운영위원은 “매향리 갯벌 인근에 대규모 호텔을 비롯한 관광휴양시설을 개발하는 것은 멸종위기종 철새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고층 호텔 건축에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화옹지구 간척지. 수원 군공항 이전 대상지역으로 부각되며 화성시 주민들의 반발이 강하다.
화옹지구 간척지. 수원 군공항 이전 대상지역으로 부각되며 화성시 주민들의 반발이 강하다.

 

대규모 방조제, 항만, 매립지 사이
남아 있는 갯벌을 산업단지로 
조성하는 개발행위 이제 중단돼야

인근에 매향리 갯벌이 남아 있다. 1951년부터 2005년까지 54년간 미군들이 포탄을 퍼붓던 사격 목표물이었던 무인도 ‘농섬’ 덕분이다. 미군이 50만평을 수용해 육상 사격장으로 사용하던 사격장 부지는 ‘화성드림파크’ 유소년야구장과 ‘매향리평화생태공원’으로 바뀌었다. 매서운 북서풍에 조용하게 남아 있는 ‘매향리평화역사관’은 폐허처럼 방치되어 있다. 역사관 건물에는 ‘화옹간척지 나눠준다고 동의서를 받아가서 부자된 줄 알았더니 비행장이 웬말이냐’라고 적힌 현수막이 바람에 나부낀다. 화옹지구 간척지로 ‘수원군공항’을 이전하려는 수원시 정치권의 주장에 화성시민들과 시민사회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환경단체가 주축이 된 ‘경기국제공항백화공동행동’은 경기남부공항 건설에 대해 “기후위기에 역행하고 자연생태계 파괴와 지역갈등이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기아자동차 옆 석천항 방파제 안에서 어선들이 겨울잠을 즐기고 있다.
기아자동차 옆 석천항 방파제 안에서 어선들이 겨울잠을 즐기고 있다.

매향리·석천항 해변에는 여전히 철조망이 보이고, 곳곳에 세워진 표지판에 ‘이 지역은 군사작전 지역으로 출입이 제한되는 구역, 특히 야간에 해안선 출입시 적으로 간주되어 오인사격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될 수 있다’는 무서운 경고문이 보인다. 한국전쟁은 휴전 상태이고, 우리나라는 분단국가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화성호는 한국농어촌공사가 ‘화옹지구 대단위 농업개발사업’으로 시작해 우정읍 매향리와 서신면 궁평리 사이를 연결하는 화성방조제가 건설되면서 들어선 거대 인공호수다. 이곳에는 화성시 서부권인 남양읍·마도면·서신면·팔탄면·장안면·우정읍 유역의 물이 유입된다. 방조제를 중심으로 서측에는 바다 갯벌이 살아 있고 내부 동측에는 호수와 습지, 간척지 농경지가 조성되었다. 갯벌과 습지, 농경지가 연결되는 화옹지구는 멸종위기종인 알락꼬리마도요, 저어새 등이 찾아오는 소중한 철새도래지이다.

 

매향리 앞 농섬. 1951년 한국전쟁 부터 50여년간 미 공군 폭격훈련장으로 강제수용된 아픈 역사의 현장
매향리 앞 농섬. 1951년 한국전쟁 부터 50여년간 미 공군 폭격훈련장으로 강제수용된 아픈 역사의 현장

방조제 도로 옆으로 자전거 도로가 조성되어 있어 광활한 습지와 철새들의 군무를 만끽하며 달릴 수 있다. 매향리·화성호 습지에 생명과 평화가 정착하기에는 더 많은 기다림과 노력이 필요하다.

 

박환우 환경전문기자

경기환경교육연구소 대표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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