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세혁의로컬프리즘

진세혁평택대 교수
진세혁
평택대 교수

대한민국은 1948년 5월 10일 선거를 통해 이루어졌다. 제헌 국회의원선거를 통해 국회를 구성하고, 제헌국회에서 제정한 헌법을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고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출범하였다. 선거를 통해 대한민국이 만들어진 것이다.

선거는 국민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라는 기본원칙에 의해 국민 누구나 선거에 참여하여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는 것이 기본이다. 이 선거 과정을 통해 선출된 사람들이 국민을 대신하여, 국민을 위해 정부를 운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적 선거를 통해 선출된 이들이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선출직들이 우리 사회를 바른 방향으로 인도하고 국가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기를 누구나 원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대표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이 차갑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느 사회나 정치에 대한 불신이 강한 것이 현실이다. 정치는 갈등의 해소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 사회적 갈등은 어느 경우나 완벽한 해답을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서로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문제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에 대한, 정치인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이 부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정치를 보는, 정치인을 보는 시각은 다른 사회, 특히 소위 선진사회라고 하는 사회와 비교해 보았을 때 더 부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선거 과정에 참여하는 정치인들, 선출된 공직자나 후보자들이 갖고 있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인가? 우리 사회의 정치적 인적 자원이 그만큼 열악한 것인가? 정치인들을 수입해 와야 해결될 정도인가?

 

선거제도 수 십년 운영하지만 
서구사회와 정치문화 달라 
아직 시챙착오 많아
우리 사회에 맞는
새로운 정치문화 창출 고민해야

여러 가지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우리의 정치제도는 많은 발전을 거듭해 왔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를 청산하고 민주적 제도를 갖추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선거를 통해 정권교체도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다. 민주적 정치제도를 통해 사회가 운영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제헌국회의원 선거 이후 수십 년간, 수십 번의 선거를 치르며 민주적 선거제도의 운영 경험도 축적하였다.

이런 제도적 기반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민주적 제도의 운영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바로 긍정적인 답변을 하기는 쉽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작동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는 이유는 민주주의가 제도적 틀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정치문화적 환경이 성숙된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문화는 그 시대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가치관, 태도, 신념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의 행동을 지배하는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동양문화와 서양문화, 한국문화와 일본문화는 다를 수밖에 없다. 제도의 운영은 문화라고 하는 바탕 위에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서구의 민주적 제도, 특히 선거제도를 도입해 수십년 동안 운영하고 있지만, 서구사회는 수백 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수많은 희생을 통해 만들어 내었다. 서구사회도 완벽한 민주주의를 구가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우리 사회보다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 제도적 장치를 어떻게 운영하여야 하는 것을 내재적으로 체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그 제도를 합리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정치문화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라는 제도적 틀을 통해 선출되는 이들도 우리 사회의 정치문화적 요인들을 벗어날 수는 없다. 대화와 타협, 소수의견의 존중, 민주적 다양성 등 보다 성숙된 정치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은 특정인들의 몫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우리 사회에 맞는 새로운 정치문화의 창출, 우리 사회가 깊이 고민하여야 할 일이다.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