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최준구​​​​​​​평택시의회 의원
최준구 평택시의회 의원

목 좋은 건물마다 현수막이 붙었다. 총선 주자들이 내건 평택의 청사진이 적혀 있다. 어떤 후보는 경제와 일자리가, 또 어떤 후보는 문화와 복지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쏟아지는 가치들의 충돌에 시민들은 혼란스러워진다. 과연 후보들의 주장이 평택의 미래를 변화시킬 정확한 진단일까?

그들의 약속대로 평택은 세계 반도체 산업의 중심도시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인가?

문화와 복지가 강물처럼 흐르고, 자율과 창의가 넘치는 교육의 기회가 제공되는 것은 가능할까? 미소를 잃었던 우리 젊은이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 없이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을까? 공감과 소통이 이루어지는 행정시스템, 참여와 연대가 살아 있는 성숙한 시민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그래서 시민은 평택에 사는 것이 자랑스러워질까?

불행히도 4년마다 반복되는 선거 때 쏟아지는 대증 요법으로는 그런 평택을 만들어 갈 수 없을 듯하다.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던 경제 발전 모델이 더 이상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듯, 반도체와 첨단 산업의 성장이 언제까지 ‘평택의 승승장구’를 담보할지 알지 못한다. 기술의 발전은 빠르고, 미·중 패권전쟁으로 국제 경제질서는 자국 중심의 보호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다. 흔들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도입,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 등에 의한 무역 환경 변화는 평택 경제를 언제라도 살얼음판에 올려놓을 수 있다. 평택 미래에 대한 폭넓고 장기적인 전략 수립이 절실하다.

 

농업과 제조업에서 첨단 산업
중심 도시로 전환기 맞는 평택
정치적 구호 아닌 인구 100만
대도시 비전과 전략 수립할 
싱크탱크 시정연구원 설립 절실

평택은 구조적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농업과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넘어 첨단 산업 중심의 신성장 경제로 체질을 바꾸어가고 있다. 산업구조의 변화는 노동시장을 변화시켰고, 이는 인구구조와 재정구조를 바꾸어 놓았다.

다양해진 시민 목소리를 담기 위해 시민력의 성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행정구조 개편도 진행되고 있다.

자연스레 정책의 우선순위는 바뀌고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보다 빠르고 강력하게 전개될 것이다. 행정과 정치가 과거의 관성으로 이러한 변화에 대처하는 것은 위기를 자초할 뿐이다.

관성을 깨고 변화를 이끌 비전과 전략이 필요하다. 그 비전은 4년 마다 교체되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시민들의 다원적인 이익과 요구를 집단 지성으로 승화시켜 민의를 모아낸 것이어야 한다. 그 역할을 수행할 시정연구원의 설립이 필요하다.

지난 2022년 지방연구원법의 개정으로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도시에만 가능했던 시정연구원 설립이 인구 50만 이상의 도시도 가능하게 됐다.

2013년 수원시를 시작으로 인구 100만이 넘는 창원시(2015년), 고양시(2017년), 용인시(2019년)는 이미 연구원이 설립돼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50만 이상 인구를 가진 전국 12개 시·군 중 성남과 청주, 전주시는 작년과 올해 초 설립을 완료하였고, 7개 시에서 조례 제정과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진행하는 등 활발한 준비를 하고 있다. 50만 이상 시·군 중 시정연구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 않은 지자체는 평택과 천안밖에 없다. 경기도에서는 평택이 유일하다. 파주의 경우 올해 50만이 넘을 것을 기대하며 연구원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100만 도시를 준비한다는 평택시정의 구호가 무색할 따름이다.

내년이면 3개 시·군이 합쳐져 ‘통합 평택시’가 된지도 30년이 된다. 사람으로 치면 서른 살, 이립(而立)의 나이가 된다. 가정을 이루고 스스로 뜻을 세워, 나아갈 길을 찾는 나이다.

평택도 과거 30년을 돌아보고 새로운 시대를 설계할 때다.

내년에는 평택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고 탁월한 비전과 실행계획을 수립할 싱크탱크, 평택 시정연구원의 설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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