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주르 사막에 조성된 에쉐비 형상
토주르 사막에 조성된 에쉐비 형상

아프리카 북부에 위치한 튀니지는 아틀라스(Atlas) 산맥을 따라 자리 잡은 나라들 중 가장 작은 국가이다. 한반도의 3/4에 해당하는 국토를 보유하고 있는데 40%를 사하라(Sahara)가 차지하고 있다. 유럽과 공유하는 1300km의 긴 지중해 해안선 가까이는 비교적 비옥한 편이나 북쪽으로는 산지가, 남쪽으로는 반건조 사막지대로 구성되어 있어 수도인 투니스로의 집중 현상이 심하다. 

 

우주의 심원을 들여다 보는 듯 
경이로 가득찬 사하라 사막, 
영화 <스타워즈> 배경된 
마트마타는 관광지로 부상하고
토주르 사막에는 젊은 시절 
요절한 튀니지 국민시인 
카씀 에쉐비 형상도

사하라는 지구상에서 남극 다음으로 넓은 사막이다. 250만년 전에 생겨났다고 하는 사하라는 아프리카 북부의 940만㎢ 달하는 넓이를 차지하며 현재 모로코, 알제리, 말리, 차드, 니제르, 리비아, 모리타니, 수단, 이집트와 튀니지에 편만하게 펼쳐져 있다. ‘사하라’라는 말은 아랍어의 ‘사흐라(Sahra)’에서 왔다고 하니 ‘사하라 사막’이라는 명명은 ‘해변 가’나 ‘역전 앞’, ‘외갓집’과 같은 단어처럼 의미가 강조되거나 반복되는 조어인 셈이다. 

 

마트마타 동굴
마트마타 동굴

 

남부 사하라를 가려면 수도 투니스에서 5시간 정도 차를 타고 달려야 한다. 모래만이 무성한 깊은 사막을 만나려면 사하라 두즈(Douz)에서 내려 전용지프차로 이동해야 한다. 발을 제대로 디딜 수 없는 고운 모래 위로 쿼드 바이크를 타거나 낙타를 타고 걷는 일, 그리고 깜깜한 하늘 위로 쏟아지는 별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두즈 시내에서는 관광지답지 않은 순박하고 낮은 표정의 도시를 만날 수 있다. 유럽에서 지프차를 직접 운전해서 건너온 사막 여행자들의 운집을 자주 엿볼 수 있는데, 말하자면 두즈는 일주일 혹은 한 달 이상 머물기 위한, 진정한 사막 여행자들의 베이스캠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타워즈 촬영지 마트마타.
스타워즈 촬영지 마트마타.

 

사하라 토주르(Tozeur)는 두즈에 비해 관광지의 면모를 조금 더 갖추고 있다. 테마파크의 형태의 샤크왁(Chak-Wak)박물관이나 사막 위의 푸른 오아시스를 정겹게 만날 수 있다. 안소니 밍겔라 감독의 영화 <잉글리시 페이션트(The English Patient)>와 조지 루커스 감독의 <스타워즈(Star Wars)>가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특별히 <스타워즈>의 배경이 된 마트마타(Marmata)는 1967년 22일간 쏟아진 비로 인해 홍수가 발생했으며 그 피해로 구조요청을 하면서 1000년 만에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이 영화 덕분으로 마트마타는 주요 관광지로 부각되었다. 

사하라를 제대로 경험하려면 모로코가 더 압권이라고 한다. 듣기로는 대표적인 관광국가인 이집트에서도 사하라를 적절히 상품화하여 경제효과를 최대한으로 누린다고 한다. 그런 점에 비하면 튀니지는 그들에게 주어진 자연 경관을 본격적인 관광 상품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웃국가에 비해 경제적인 효과를 십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사막 위 오아시스 제공=이유진
사막 위 오아시스 제공=이유진

 

척박한 튀니지 사막의 토주르에는 시들지도, 지지도 않는 꽃이 피어 있어 인상적이다. 아불 카씀 에쉐비(Aboul-Qaecem Echebbi)라는 시인이다. 카씀 에쉐비를 알게 된 것은 일 년 전쯤이다. 튀니지인들이 어떻게 문학을 향유하고 있는지 궁금하던 차에 가까운 친구들과 동료들에게 이 나라를 대표하는 시인이 누구인지를 물었다. 그때 이구동성으로 말하던 사람이 바로 이 시인이었다. 

제도 교육을 받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에쉐비는 튀니지 내의 모든 국민에게 각인된, 가장 훌륭하고 천재적인 시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말하자면 국민시인 혹은 민족시인인 셈이다. 그가 아까운 재능을 뒤로 하고 서른도 되지 않은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는 사실도 그의 천재성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한국이라면 민족시인인 소월과 견줄만하다는 생각으로 생애를 찾아보니 흥미롭게도 그 둘은 시기적으로 거의 동시대를 살다가, 심지어 같은 해에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토주르에서 판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법학을 전공한 것으로 보인다. 1930년 학위를 취득함과 동시에 결혼하여 두 아들을 낳는다. 이후 자라 대령이 된 모하메드 사독(Mohamed Sadok)과 엔지니어가 된 제랄(Jelal)이 그들이다. 하지만 1934년에 사망을 하였으니 두 아들로서는 다섯 살이 되기도 전에 아비가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사인은 심근염이라고 했다.

 

 

튀니지 시인 아불 카씀 에쉐비
(Aboul-Qaecem Echebbi)

튀니지의 국민시인 아불 카씀 에쉐비는 1909년 2월 24일에 태어나 1934년 10월 9일 25살의 아까운 나이에 사망하였다. 현재의 튀니지 국가인 「조국을 지키는 자여! (Humat al Hima)」의 일부는 그의 대표적인 시 「생의 의지」가운데 일부가 사용된 것인데 그것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가, 국가가, 민족이 살고자 한다
면 운명도 비껴가리
강철 어둠도, 강철 수갑도 두렵지 않
으리! 부숴버리리1) 

 

그가 관심을 가진 시적인 주제는 자연에 대한 묘사나 낭만주의 사랑 그리고 휴머니즘, 애국심과 같은 다양함을 망라한다. 그는 고대의 아랍문학은 물론 현대문학에도 관심을 기울였으며 이런 점은 그의 시가 전형성에 머물지 않고 새로움을 향해 도전했음을 보여준다.

2010년 쟈스민 혁명으로 시작된 ‘아랍의 봄’ 당시에 도시의 표지판과 벽에 그의 시가 게시되기도 하고 입을 모아 함께 노래하고 낭송하면서 그의 시는 더욱 널리 알려져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하였다. 대표적인 작품인 ‘세계의 폭군들에게(To the Tyrant))’ ‘생의 의지(The Will to life)’는 이후 이집트 및 여러 아랍국가의 시위현장에서 구호로 사용되고 있다.

세기의 폭군, 어둠을 사랑하는 자
생명의 적이여 당신은 약한 자들의    
함성을 비웃었습니다
당신의 손바닥에 묻은 그들의 피를 
보시오
운명을 왜곡하고 슬픔의 씨앗을 뿌 
린 자여!
보시오, 봄, 하늘의 맑음, 새벽의 
빛에 속지 마십시오
수평선에는 어둠의 공포
천둥의 우렁찬 소리
불어오는 바람의 소리가 있습니다.
- 아불 까씀 에쉐비, ‘세계의 폭군들에게’ 부분


번역은 반역에 가깝다고 말해진다. 문학의 번역 더구나 시의 번역은 어쩌면 불가능의 영역에 해당할지도 모른다. 아랍어를 사용하는 튀니지 시인의 시는 프랑스어나 영어로 일차 번역과정을 거쳐야 한다. 문맥의 왜곡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다만 전문에 흐르는 강렬한 어조와 비유 그리고 그 상징성만으로 시인의 정서를 짐작해 볼 뿐이다. 이런 과정에서 튀니지 시에 흐르는 고유성이나 라임의 배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의 시는 단순히 애국심이나 민족의식 고취에 머무르지 않고 자연이나 생의 성찰, 연애 등 낭만성을 주제로 한 내용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고루한 형식 파괴에 관심을 쏟았다는 점은 이후 본격적인 다른 과제로 남겨질 필요가 있다.

척박한 사막에서 만나는 대추야자나무와 오아시스, 고운 모래가 만드는 능선의 아름다움은 사하라를 여행하는 중요한 아이템에 해당한다. 원시적인 미를 보여주는 이곳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 의해 여러 번 적절한 장소로 지목되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들이 완성되었다. 튀니지에서 잡은 샷이라면 남부 사하라의 길목 엘젬(El jam)의 원형경기장에서 찍은 러셀 크로우 주연의 <글래디에이터(Gladiater)>도 빼놓을 수 없다.

사하라는 우주의 심원을 들여다보는 경이가 있다. 그러나 이마를 깰 듯 쏟아지는 별무리도, 측량할 수 없는 원시림의 심원도 잠시 피었다가 사라진, 그래서 더욱 안타까움을 전하는 국민 시인 카씀 에쉐비만큼 그 아름다움의 근원을 섬세하게 더듬을 수 있을까. 비단 문학 종사자만의 생각이 아님을 믿는다. 

 

유정이, 시인·문학박사
유정이, 시인·문학박사

 

유정이 시인은 평택시 독서운동인 ‘한 책 하나되는 평택’ 도서선정위원장을 지냈으며 <선인장 꽃기린>등 다수의 시집을 냈다. 아프리카 튀니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유 시인의 튀니지 여행기를 한 달에 한 번 싣는다.
 

1) IIf, one day, the people wills to live/then fate must obey/darkness must dissipate/and must the chain give away.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이와 같은 이중 원문을 임의로 번역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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