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맛있는 경기

달콤한 단호박죽
잣꽃 피워 갔더니
영양빵 요구르트
한가득 넘어왔다

구수한 동지팥죽 
물김치와 갔더니
파실파실 밤고구마
겉절이와 함께 왔다

엄마들은 맛난 걸로
탁구 경기를 한다
규칙은 따로 없는 
사랑 담긴 경기

 

*   *   *


나무는 괴로워

한 해가 저물어 갈 즈음이면
나무마다 어김없이 칭칭
꼬마전구로 휘감긴다
거리에 어둠이 내리면
금빛 은빛 찬란해지는 나무 나무들......
그렇게 반짝이는 오색나무는
결코 웃는게 아니다
그저 스쳐 지나는 누군가를 위해
카메라 속 한 장면을 위해 
기꺼이 서 있는 게 아니다
나는 살아 있다고
내게도 잠과 휴식이 필요하다고
외쳐도 외쳐도 빈 메아리만
어둠 속을 떠돌 뿐이다
오늘도
귀가를 서두르는 발자국 소리만
가끔 스쳐가고 있다

 

이해복 시인
이해복 시인

이해복 시인

평택문인협회 평택아동문학회 회장 역임
경기도문학상, 한국예총예술문화상 수상
동시집 <장갑 한 짝> <아빠의 리모컨>
문해교육교재 <삶과 언어의 악보> <나랏말씀Ⅰ.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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