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밤비

영춘화가 쏟아지듯 피는 
붉은 옹벽 아래
꽃 그림자 데리고
밤새 봄비 내린다

 

*       *      *      *

 

푸른 아가미

 

섬세한 지느러미 날개 치는

섬들과 호흡하는 푸른 아가미

놀란 듯이 해가 미끄러지고

바닷소리 애타게 귀를 울리는데

지폐로 옷 입혀진 동무들이

이정표 짙은 수족관에 갇혀 떠다닌다

 

퍼덕이며 헤지는 지폐들

규칙으로 헤엄치는 굼틀거림의 왕국

지폐의 왕은 지폐들의 노예

나를 잡아 칼날의 부림 속에

미완성의 알들을 싣고 해가 지도록

비린 수레 끌면서 끌려간다

 

나를 다 팔지 못한 노예는 상심한 채

탄식으로 나를 먹는다

찢어 흩어져 오고 간 흔적

바람으로 살아 바다 품에 든 숨결

포구는 길고 긴 노을 춤을 춘다

 

 

최희정 시인
최희정 시인

최희정 시인
월간 <문예사조> 등단
평택문인협회 회원
시샘문학 동인
평택문학상 수상
시집 <시냇물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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