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근 쌍용자동차 노동자
이창근 쌍용자동차 노동자

[평택시민신문] 지난 2016년 1차 복직대상자로 먼저 복직해 일하고 있는 이창근씨가 이번 5월 동료들의 마지막 복직을 바라보며 느낀 소감과 평택 시민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인사를 보내왔다. 이창근씨는 2014년 당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으로 12월부터 2015년 3월까지 101일 동안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쌍용차 앞 75미터 높이의 굴뚝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편집자주


지난 5월 4일 쌍용차 해고자들이 마지막으로 복직을 했다. 옹근 11년 만이다. 긴 시간 버티고 버틴 시간의 무게가 물에 젖은 솜이불 마냥 천근만근이다. 그동안 31명의 노동자와 가족이 유명을 달리했다. 애도할 겨를도 없이 슬픔에 절여진 시간이었다. 고통은 내면화되었고 아픔은 기둥처럼 우뚝 솟아났다. 이제 마지막 해고자들의 복직으로 쌍용차 사태는 마무리되었는가. 안타깝게도 복직한 노동자들이 맞고 있는 현실은 녹록치 않다. 우선 코로나 19로 쌍용자동차 자체의 존립이 위태로운 지경이다. 기업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는 축소되고 고용은 불안하다. 불안 속에서는 가치 중심의 사고가 사라지기 마련이다. 소위 ‘함께 살자’는 요구보다 ‘나 먼저 살자’는 논리가 횡횡해질 가능성은 높아진다. 지난 11년 동안 쌍용차가 대규모 해고와 부당한 정리해고를 저지르고도 제대로 된 반성 없이 지나친 이유 또한 기업 자체의 어려움 때문이다. 먹고 살기 급급했다는 변명으로 잘못을 덮고 지나온 것이다.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의 마지막 복직으로 쌍용차는 새로운 비전을 갖길 원했다. 적어도 지난 사태에 대한 진솔한 반성과 집단적 치유의 시간을 갖는 것 또한 필요한 일이다. 쌍용차가 앞으로 어떤 차를 만드는 가도 중요하지만 어떤 이들이 만드는 차인가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알고 남의 처지를 살필 줄 아는 사람들이 쌍용자동차 구성원이었으면 좋겠다. 이것이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이 마지막으로 복직하며 바라는 바이다. 고용 관계가 회복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쌍용자동차가 처한 대내외적 어려움은 그저 차량 제품의 문제만이 아니다. 총체적인 모순을 끌어안고 있는 곳이 쌍용자동차이기 때문이다. 우선 비정상적인 노사 문화를 꼽을 수 있다. 쌍용자동차 노조는 2009년 파업 이후 민주노총에서 탈퇴했다. 상급 단체가 없는 기업노조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감시와 견제가 무너져버렸다. 비리와 추문이 일상이 돼버렸다. 특히 사측에 대한 감시 감독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상실했다. 한 마디로 노조가 노조답지 못하니 경영은 언제나 시장에서 혹평을 듣는다.

40대에 해고되어 이젠 정년 앞둔 50대 중반
복직됐어도 국가 손배 가압류는 미래 어둡게 해
지나버린 청춘과 세월 보상받을 순 없겠지만
차별과 탄압의 악순환 끊는 계기 되었으면
11년 동안 힘과 용기 주었던 평택시민들께 감사
든든한 지역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모습 기대

복직한 해고자들이 더 이상 골탕 먹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해고되어 복직했다는 이유로 복직자들은 임금과 수당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복직자들은 같은 일을 하면서도 다른 대우를 받고 있다. 이것부터 고쳐 나가야 함에도 기업노조와 회사는 가난한 이들의 허리만 조르고 있다. 이것뿐이 아니다. 국가 손배‧가압류는 복직한 이들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원흉이다. 세상 어디에서 파업한 노동자에게 국가가 나서 손배‧가압류를 매기는가. 21대 국회가 열리면 우선적으로 손배‧가압류 문제가 해결되길 희망한다. 복직한 이들이 보낸 지난 11년을 온전히 보상받을 수는 없다. 이미 지나가버린 청춘과 세월을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겠는가. 적어도 이제부터는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40대에 해고된 이들이 50 중반을 넘어 머리엔 하얗게 흰 눈이 내려 정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복직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뿐더러 남은 인생을 또 차별과 탄압으로 소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역 시민들께 특별히 고마움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지난 11년 동안 곁에서 힘과 용기를 줬던 일들은 잊지 않고 기억하며 살아가겠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지역에 보탬이 되고 든든한 지역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만들어가고 싶다. 모쪼록 그동안의 배려와 도움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은 누구보다 아픔과 고통을 아는 사람으로 주변 어려움에 기꺼이 먼저 손 내밀며 살아가고 싶다. 그 시간과 기회를 준 모든 이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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