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청구소송·경영위기 등 아직 해결 과제 산적

4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복직자들이 꽃을 들고 감사인사를 전하고 있다.

[평택시민신문] 마지막 남은 쌍용자동차 해고 복직자들이 지난 4일 10년 11개월 만에 출근길에 올랐다.

이날 해고 복직자 47명 중 35명이 출근했다. 12명은 개인사정으로 올해 연말까지 휴직을 연장했다. 이로써 쌍용차 해고자 복직을 둘러싼 갈등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들은 지난 2018년 노·노·사·정(쌍용차 노조, 금속노조 쌍용차지회, 쌍용차,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합의에 따라 올 1월 복직이 결정됐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쌍용차측이 11분기 연속적자 등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무기한 유급휴직을 통보하면서 당초보다 복직이 4개월여 늦어졌다.

이날 쌍용차 평택공장 정문 앞에는 먼저 복직한 노동자들이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함께여서 행복합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꽃다발을 전달하며 이들의 출근을 축하했다. 지난 2017년 복직한 김수경씨는 “11년간의 쌍용차 복직 투쟁에서 오늘이 가장 기분 좋고 행복한 날”이라며 “우리가 다시 만나 공장에서 자동차를 만든다는 것이 가슴 뿌듯하고 벅차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77일간 파업 투쟁을 이끌다 수감됐던 한상균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도 출근자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한 전 위원장은 “누구보다 애절한 마음이었을 평택시민들의 지지와 염려, 응원 덕분에 해고자들이 오늘 드디어 공장으로 돌아간다”면서 “지역에서 힘든 일을 겪는 노동자와 시민을 위한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약속드린다”고 출근 소감을 밝혔다.

출근에 앞서 마지막 복직자들은 ‘여러분 덕분입니다. 11년 만에 출근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인사를 겸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복직자 조문경씨는 기자회견에서 “비로소 오늘 첫 출근을 한다. 그간 여러 단체와 많은 사람들의 연대가 오늘에 이르는 큰 힘이 됐다”고 감사를 전했다.

김득중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가장 나중에 복직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고 기쁘다”며 “빠르게 적응해 먼저 공장으로 돌아온 동료들과 함께 품질 좋은 차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 마힌드라의 투자철회 문제 등 쌍용차가 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노사와 정부가 적절한 역할을 할 것이라 믿고 우리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2개월간의 OJT(직장 내 교육훈련)을 거쳐 7월 1일부터 현장에 배치된다.

 

2020년 5월 4일 출근 기자회견에서 먼저 복직한 노동자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이날 복직하는 노동자들에게 축하의 의미로 꽃을 건네고 있다.

복직까지 11년…상처 적지 않아

쌍용차 사태의 발단은 2004년 쌍용차를 인수한 상해기차집단고분유한공사(상하이자동차)가 지난 2009년 1월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다.

상하이차는 쌍용차 인수 당시 1조2000억원 투자 등을 약속했으나 인수 이후 4년간 별도의 투자를 하지 않았다. 또 핵심기술을 가져가는 대가로 지급하기로 한 기술이전료 1200억원도 600억원만 지급한 채 경영권을 포기한 것이다.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간 쌍용차는 같은 해 4월 8일 경영정상화를 위해 전체인력의 37%에 해당하는 2646명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안을 노조 측에 통보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즉각 반발해 4월 14일 조합원 84%의 찬성으로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그해 5월 8일 회사 측은 정리해고계획안을 노동부에 제출했고 노동자들은 같은 달 21일부터 옥쇄파업에 들어갔다. 경찰은 8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에 걸쳐 노동자들을 강제진압했다. 파업은 거쳐 8월 6일 노사협상 타결로 끝이날 때까지 77일간 이어졌다.

결국 1666명이 희망퇴직하고 980명이 정리해고됐다. 980명 중 무급휴직자는 462명, 정리해고자는 165명이 남았다. 나머지 353명은 희망퇴직했다. 이 중 무급휴직자는 2010년 쌍용차가 마힌드라 그룹에 인수되고 경영상태가 호전되면서 2013년 3월 복직했다.

정리해고자들은 2015년 12월 30일 노·노·사(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업노조, 쌍용차) 3자 합의 이후 2016년 40명, 2017년 62명, 2018년 87명 순으로 복직했고 남은 119명은 2018년 9월 노·노·사·정(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업노조, 쌍용차,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4자 합의를 통해 전원 복직이 결정됐다.

쌍용차 사태는 한국사회와 지역사회에 큰 상처를 남겼다. 파업 후 한상균 전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원 등 96명이 연행됐으며 65명이 구속됐다. 복직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희망 퇴직자와 해고자, 그 가족 30명이 자살 등으로 세상을 떠났다.

진압과정 속 경찰 측 대응도 논란이 됐다. 당시 경찰은 발암물질이 섞인 최루액을 비롯해 대테러장비인 테이저건, 다목적발사기 등을 사용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2018년 경찰관직무집행법과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청에 사과와 손해배상청구소송 취하,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권고했다.

 

4일 김정우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왼쪽 두번째)이 안성시에 위치한 쌍용차 인재개발원으로 향하는 셔틀버스를 타러가는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포옹하고 있다.

손해배상 100억원 아직 해결 못 해

해고자 전원이 출근하면서 복직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쌍용차 사태를 둘러싼 갈등이 전부 해소된 것은 아니다. 노동자들에게 제기된 100억원대의 손해배상청구가 아직 대법원에 계류 중인 탓이다.

파업 후 쌍용차와 경찰 측은 노조에 손해배상을 청구해 1심과 2015년 항소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노조가 부담해야 할 손해배상액은 쌍용차 33억1140만원, 경찰 14억1000만원 등 47억원으로 6년 동안의 지연이자를 포함하면 100억원이 넘는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경찰측의 손해배상청구는 정당성이 결여됐고 사측의 민사 손배소는 노동3권을 후퇴시킬 우려가 있다고 대법원에 의견을 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인권위의 권고는 법적 강제력이 없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쌍용차의 경영 악화도 노동자들의 미래를 불확실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쌍용차는 지난해 281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지난 3년간 누적 적자만 4100억원에 이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4월 마힌드라가 2300억원 규모의 신규투자를 철회하고 예병태 사장마저 급여를 유예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언급하자 일각에서는 다시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기도 했다. 다행히 4월 급여는 정상적으로 지급됐으나 판매실적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쌍용차의 지난 4월 판매실적은 내수 6017대, 수출 796대에 그쳐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각각 41.4%, 67.4% 감소했다.

해고 복직자들도 4일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이날 한상균 전 위원장은 “다시 위기라는 말로 출근을 맞이하고 있으나 무능한 경영진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쌍용차가 다시 무너진다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이야기를 가슴에 담아 첫 출근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노조 재건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약속드린다”며 “무능한 경영진을 감시하고 감독해 희망을 만드는 유일한 해법인 민주노조 재건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김득중 지부장은 “정부와 노사가 마힌드라의 투자철회 문제와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역할을 할 것이라 믿고 우리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대법원에 계류 중인 100억원의 손해배상액을 생각하면 아찔하지만 차분하게 풀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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