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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음악 아카이브 조성사업은 왜 중요한가 ②아카이브 조성사업의 핵심은 콘텐츠와 네트워크다
평택시민신문 | 승인 2018.12.12 10:06|(940호)

[평택시민신문] 지난 2일은 고(故) 노동은 교수 2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노 교수는 『지영희평전』을 비롯해 한국 근현대 음악사와 음악가 연구분야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남긴 음악학자다. 또한 음악 도서 2만5천여 점, 유성기 음반(SP)·악보·사진 자료 3만여 점 등 방대한 컬렉션을 남겼다. 그중에는 경기음악 관련 자료도 다수 포함돼 있다. 평택시는 음악전문도서관 설립을 추진하면서 이 자료의 이관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평택시가 진행한 ‘지영희관광활성화 연구용역’의 책임연구원을 맡았던 단국대학교 김수현 연구교수가 ‘노동은 컬렉션’의 가치와 활용 방안에 대한 글을 기고해 와 이를 2회에 걸쳐 연재한다.

 

1897 고종황제 즉위식 축하행렬 군악대)

 

핵심 콘텐츠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아카이브 조성사업의 성공은 핵심 콘텐츠를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 음악전문도서관의 설립에서도 이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건물만 크게 지어놓고 수년째 전시가 그대로이거나 자료 자체가 부실하면,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자료관이나 도서관 설립 초기부터 콘텐츠 확보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콘텐츠의 다양성도 중요하다. 서구에서는 자료관의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제 건물이나 인물 중심의 ‘기념비적 공간’이 아니라 도서관(라이브러리), 아카이브, 박물관(뮤지엄)이 결합된, 이른바 ‘라키비움’이 늘어나고 있다. 콘텐츠의 양과 질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용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음악전문도서관 설립을 위해서는 음악계가 주목하는 콘텐츠와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한 콘텐츠가 확보되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노동은 컬렉션’은 상상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개화기이후 현재까지 근현대음악사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사료가 집대성되어 있다. 근대 시기 전통음악과 서양음악 관련 도서와 기초자료들이 체계적으로 수집되어 있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음악교육, 항일음악과 친일음악, 주요 음악가, 공연 공간, 중국과 일본 근대음악 관련 자료들이 목록화 또는 스크랩 되어 있다.

이 자료들만 이관되어도 음악전문도서관으로서 기본적인 장서를 확보하게 된다. 더구나 이를 토대로 기증처를 찾고 있는 여러 원로 음악학자의 소장자료를 이관 받을 경우 근현대음악 아카이브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게 될 것이다.

평양기생학교
평양기생학교

‘노동은 컬렉션’은 근현대음악 자료의 보고(寶庫)

둘째, ‘노동은 컬렉션’에는 근대 유물로 평가될 수 있는 일제강점기 창가집, 유성기음반(SP), 국내 유일본 등이 다수 포함돼 있다. 근대음악사 연구의 기초가 되는 일제강점기 창가집은 이상준의 『최신창가집』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발간된 500여 종이 원본과 복사본으로 망라돼 있다.

특히 노동은 교수가 발굴해 학계에 소개한 자료 외에도 아직 공개되지 않은 것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포괄하고 있는 각종 음악공연 팸플릿 자료를 들 수 있다. 특히 1928년 3월 31일 중앙기독교청년회관에서 열린 조선음악무도대회(朝鮮樂舞蹈大會) 팸플릿이 주목된다. 이런 공연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생소하기 때문이다.

1928년 조선음악협회가 협찬한 ‘조선음악무도대회’의 팜플릿이다. 이 공연 프로그램에 연주자로 지영희 선생과 인연이 있는 지용구 등 당대의 명인 명창들이 보인다.

이외에도 채선엽·정훈모·안기영·김천애 등의 독창회, 이화여전 음악회, 경성음악전문학원 연주회 등 경성이나 평양 등 한반도에서의 연주회 뿐 아니라 도쿄, 오사카 등지의 연주회 프로그램도 섞여있다. 해방 후 것으로 고려교향악단(이사장 현제명)의 팸플릿이 눈에 띄는 자료다. 제1회 정기연주회부터 시작해 중간에 일부 빠진 것이 있지만, 제21회까지 팸플릿이 수집, 보존되어 단원과 단원 수, 지휘자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자료들은 향후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특별전시회를 여는데 훌륭한 기초가 될 것이다.

또한 노동은 교수가 생전에 ‘근현대음악가 열전’을 쓰기 위해 수집해 놓은 근대 음악가와 명창들의 사진자료, 기사, 악보 등은 지금 수집하려면 막대한 비용과 오랜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고, 자료의 특성상 입수가 불가능한 자료도 많다.

셋째, ‘노동은 컬렉션’에는 근대음악 뿐만 아니라 근대 조선인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상당한 분량의 도상자료가 포함돼 있다. 그중에서도 『러일전쟁 삽화 그림 원본 모음집』은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근대 조선의 이미지가 담겨 있는 일본 사진집과 자료들 외에 근대 사진엽서 원본만도 5천여 장이 넘고, 근대 중국과 일본의 사진엽서 등을 합치면 족히 1만여 장은 될 것이다. 특히 전통음악에서 근대 대중음악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기생 관련 이미지가 집중적으로 수집돼 있다. 이 자료만으로도 기획전시회를 열 수 있을 정도다. 기생 이미지가 담긴 사진이나 엽서가 점당 5만원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 유통되고 있다는 측면을 고려하면 경제적 가치도 엄청나다.

위는 차례로 이상준의 보통악전대요(박문서관, 1916), 최신창가집(광익서관, 1921) . 최신중등창가집(박문서관, 1929)이다. 일제강점기 창가집 교과서 종류가 500여종이 소장되어 있다.

근현대음악 아카이브의 활용

현대의 도서관, 자료관, 박물관들은 단순한 유물 소장과 전시 뿐 아니라 문헌·사진·음원·영상 등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하여 생동감 있는 전시 구성과 함께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서 봐도 ‘노동은 컬렉션’은 거의 모든 요소들을 망라하고 있고, 그 자체로 근현대음악 아카이브라고 할 수 있다.

‘노동은 컬렉션’이 평택 음악전문도서관으로 이관될 경우 높은 학술적 가치를 갖는 풍부한 음악자료를 확보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국내 유일의 음악자료관이 될 수 있고, 다양한 활용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게 된다.

1차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다양한 기획전시회 개최다. 지영희를 비롯한 평택항 인근지역 전통음악인전, 근대 음악가들의 악보전시회, 근대 사진엽서전, 근현대 공연팸플릿 전시회, 근대 창가집 도서전 등 소규모 전시회는 항시 가능하게 된다. 이러한 전시회는 한국소리터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단순한 관광 이상의 특별한 체험을 안겨줄 것이다.

특히 내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항일과 친일음악 전시회’도 가능하고, 정리된 음원을 토대로 항일음악회가 개최된다면 매우 뜻 깊은 행사가 될 것이다.

또한 근현대음악 아카이브는 음악전문도서관의 핵심 콘텐츠이면서 근현대 음악사 및 지영희 연구의 거점으로, 시민들을 위한 인문학 교양과 음악계 네트워크의 허브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음악전문도서관이 평택시 차원에 한정되지 않고 전국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음악 아카이브는 꼭 필요한 자산이다. 이러한 자산을 활용해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는 근현대 음악자료를 보강하고, 음악 유물과 자료들이 자연스럽게 이곳에 모일 수 있는 음악학계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1928년 조선음악협회가 협찬한 ‘조선음악무도대회’의 팜플릿이다. 이 공연 프로그램에 연주자로 지영희 선생과 인연이 있는 지용구 등 당대의 명인 명창들이 보인다.

2단계로 근현대민족음악관 조성사업 모색

최초의 음악전문도서관 개관은 그 자체로 음악계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차질 없이 자료가 이관되고, 다양한 전시회와 홍보가 이뤄진다면 한국소리터의 명소로 자리 잡게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하지 말고 한 단계 도약하는 비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콘텐츠 확장의 가능성이 확보되면 2단계로 한국소리터 내에 한국민족음악자료관을 신축하는 방안도 추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음악전문도서관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면 국내 유일의 민족음악자료관 건립을 위해 국비와 도비 유치도 가능한 상황이다. 여러 지자체들이 ‘문화예술도시’ 육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 이에 걸맞은 콘텐츠를 확보한 곳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한국소리터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되고, 다양한 콘텐츠의 추가 확보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끝)

1895년의 조선인들을 신분별로 그려놓은 도상자료
1942년 최승희 공연 팜플릿 표지이다.

 

 

글 : 김수현 단국대학교 연구교수 / ‘지영희관광활성화 연구용역’ 책임연구원 / 근현대민족음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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