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반환 미군기지 활용 사례 기획 취재

반환 이후 활용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1995년 해양공원을 만들기까지 20년 가까이 차분하게 준비

기지가 반환되면 그 때서야 용역을 통해 활용방안을 마련하고
급하게 무엇인가 채워가는데 익숙한 한국의 상황에서는 생각해 볼 점이 많다.

일본에서 세 번째 높은 후쿠오카 타워(234M)에서 바라본 시내

[평택시민신문]

일본 규슈의 대표 도시 후쿠오카

후쿠오카시(福岡市)는 후쿠오카현의 현청 소재지로, 2017년 현재 인구는 153만 명으로 규슈 제일의 도시이다. 에도 막부의 쇄국정책이 시작되기 이전의 중세까지 하카타에는 무역항이 있었다. 그래서 후쿠오카는 흔히 하카타(博多)로도 불린다. 과거 한반도에서 고기잡이를 하다가 난파를 당한 사람들이 해류를 타고 흘러가 도착한 곳이 하카타였다. 이곳은 한국의 부산과는 제일 가까운 도시로서 지금도 양국 시민간 왕래가 가장 많다. 후쿠오카와 하카타는 원래 다른 도시였다. 시 중심부를 흐르는 나카스 강을 사이에 두고 서쪽에 있는 후쿠오카는 후쿠오카 번의 성시로서 발전해 왔다. 한편 동쪽에 있는 하카타는 상업 도시로서 발전해 왔다. 1889년에 후쿠오카와 하카타가 통합해서 후쿠오카 시가 발족했다. 이 때 통합시의 이름을 둘러싸고 논쟁이 일어났다. 당시 시의 이름을 후쿠오카로 하는 대신에 철도역과 항구 이름은 하카타로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일본에서 가장 젊은 도시로 다양한 강점을 가진 후쿠오카

해안에 위치한 후쿠오카시는 도시의 쾌적함이 아시아에서 타이베이, 홍콩에 이어 3위로 겨울에도 영상 5도 내외, 여름에도 30도 초반을 유지한다. 인구 10만 명당 학교가 6.95개교로 일본 내 21개 대도시(정령도시) 가운데 1위이다. 2012~17년 외국인 증가율도 42.6% 1위이며, 2017년 현재 외국인 유학생 재적 비율도 동경과 오사카에 이어 3위이다. 후쿠오카는 아동친화도시를 지향,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지하철에 유모차 우선 표시와 수유실, 온수 제공 등의 정책을 실시한 곳이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10대-20대 인구 비율이 전체 22.05%(2017년 기준)로 일본 전체 1위이다. 지속 가능한 도시발전 차원에서 보호수 관리에 힘써 1852개를 지정 관리하고 있어 정령도시 가운데 1위이며 도시 미관을 고려하고 교통 적체를 해소하고, 방범 방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일본 최초로 쓰레기 야간 수거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도시이다.

 

기온야마카사 축제와 캐널시티 하카타· 후쿠오카 타워 등 볼거리 많아

후쿠오카시에는 일본에서 가장 먼저 차가 전래된 절 성복사, 다양한 가마를 매고 달리는 일본 규슈 대표 축제인 기온야마카사 축제, 1895년 명성황후 시해 사건 때 사용한 칼을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구시다 신사, 나카스강 주변 구도심 활성화 사례로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의 작품이 전시된 캐널시티 하카타와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 후면벽 녹화 사례로 널리 알려진 문화예술공간으로 후쿠오카 시청 바로 옆에 있는 아크로스 후쿠오카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곳이다. 모모치 해변 바로 뒤에 있는 일본에서 세번째 높은 후쿠오카 타워(234M)는 이 도시의 상징이기도 하다.

 

반환 미군 하카타 기지를 활용한 우미노나카미치 해변공원

반환 하카타 미군 기지를 활용한 우미노나카미치 해변공원

후쿠오카시는 21개 대도시 가운데 수질이 좋은 해수욕장이 12개로 일본 전체에서 1위이다. 해안공원의 길이는 133.6㎞로 기타규슈시와 요코하마시에 이어 3위를 차지한다. 이러한 평가에 크게 기여하는 것이 우미노나카미치 해변공원이다. 이곳은 원래 일본군 비행장이었으나 패전 후 미군기지로 사용되어오다가 1972년 반환되었다. 이후 활용 계획 논의에서 유원지 조성 계획을 추진하다가 취소하고 1975년 후쿠오카 도시 계획에 의해 현재와 같은 공원 조성으로 확정되었다. 1976년 착공에 들어가 해변을 활용한 자연학습장 조성과 북큐슈지역 여가 수요에 대응하고 특히 이 지역의 백사청송(白沙靑松)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다.

 

1972년 미군에서 반환이후 20년에 걸친 노력으로 조성한 국영 해변공원

우미노나카미치 해변공원 안내도

이곳은 1981년 개장해서 1995년 완공되었다. 현재도 유니버설 디자인에 기초해서 1가지 욕구가 생기면 위원회를 조성해서 시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하나씩 시설 등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공원은 현재 일본 국토교통성이 관리하며 일본 전체 17개 국영 공원의 하나이다. 공원정비 계획은 30년 단위로 추진하고 있으며 연간 10억 엔의 예산을 사용(2012년 현재)하고 있다. 시설 보수에는 국비와 시비 7:3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 공원의 면적은 폭 0.5~1㎞의 해안을 이용 6㎞에 걸쳐 총 539㏊이며 2011년 현재 전체 면적의 54.2%인 292㏊를 사용하고 있다. 공원 관리의 어려운 점은 해송 모레 사장의 훼손, 바닷가 모래 날림이 심한 것, 시설 노후화에 대한 대책 마련 등이라고 한다.

 

어린이와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상상력 가득한 시설 갖춰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고래구름 “트램펄린”

이곳은 후쿠오카 시청이 있는 덴진역에서 버스로 30분 내외, 하카타역에서 기차를 이용해서 40분 정도 걸린다. 입장료는 어른 450엔, 65세 이상은 210엔이며 만 14세 이하는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공원이 넓어서 성인의 경우는 하루 400엔 아동은 250엔 정도의 대여 자전거를 이용한다. 유모차와 휠체어는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이곳은 어린이를 위한 매력적인 놀이기구가 눈길을 끈다. 매표소를 지나 왼쪽에는 고래 구름 “트램펄린”이 있다. 2014년 부산 하야리아 반환 미군 기지를 활용한 부산시민공원에도 이 놀이 기구가 있다. 아마 여기서 벤치마킹 한 것으로 보인다. 고래등을 생각나게 하는 기구인데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면서도 지루하지 않다. 이 밖에도 일반 미끄럼틀보다 3배 이상은 큰 문어 미끄럼틀, 꼬마광장, 여름 분수와 물가 놀이터, 유아들이 여름에 무료로 이용 가능한 첨벙첨벙 연못 등이 있다.

 

백사와 해송 등 해변 자연 환경을 최대한 살려 공원 조성

공원 내 수족관 마린월드

이 밖에도 계절마다 다른 꽃들이 가득한 플라워 뮤지엄과 장미정원. 꽃의 언덕과 플라워아트 등을 통해 계절별로 수선화, 유채꽃, 벚꽃, 튤립, 수국, 코스모스 등이 연달이 피고 진다. 여기에는 또한 동물과 소통하는 개방형 동물원도 있어 캥거루, 플라밍고 등 50여종의 동물 500여 마리가 여유롭게 생활하며 가까이서 볼수 있다. 자연 체험과 환경학습을 위해 아이들에게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이해하게 하는 자연 관찰, 농사체험, 숲가꾸기를 함께하는 환경 공생의 숲도 있다. 여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시설의 하나는 마린월드로 규슈 지역의 해양 생물의 특성을 배우는 수족관과 돌고래, 물개쇼 등을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연중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다. 이곳에서 배를 타고 바로 후쿠오카 타워로 이동할 수도 있다.

마린월드의 물개쇼 공연장

 

하카타 반환 미군기지 활용 사례에서 배워야 할 지혜

하카타 반환 미군 기지를 활용한 이 해변공원 사례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크게 3가지이다. 첫째, 1972년 반환 이후 활용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1995년 해양공원을 만들기까지 20년 가까이 차분하게 준비하고 하나하나 만들어갔다는 점이다. 기지가 반환되면 그 때서야 용역을 통해 활용방안을 마련하고 급하게 무엇인가 채워가는데 익숙한 한국의 상황에서는 생각해 볼 점이 많다. 둘째, 기존 자연 환경을 최대한 보전하고 새로운 건물 짓는 것을 최소화하면서 공원을 만들고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욕구가 생길 때 위원회를 구성 새로운 공간의 필요성에 대한 충분한 상의 후에 공간 계획을 만들어 나가는 진행형 공원 방식도 참고 할 만하다. 셋째, 아이들과 가족을 고려한 유니버설 디자인이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아이 엄마나, 장애인들이 어디는 편안하게 걸을 수 있게 곳곳 시설 배치나 설계에 반영하고 있다. 아이들과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일 때 호응이 크다는 점이다. 놀이 기구 하나하나가 한국에서 흔히 보는 정형화된 것이 아닌 비용을 최대한 덜 사용하면서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재방문 시에도 질리지 않는 기구들을 배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평택 미군 알파탄약고 공간문화재생도 진행형 공원의 지혜 배워야

평택도 2022년 이후 고덕신도시내 반환 예정 미군알파탄약고의 활용 방안에 대해 10여 년 전부터 민관이 함께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 반환 이후에야 활용 방안을 고민하면 그 때는 이미 늦다. 신도시에 편입된 만큼 신속한 반환을 위한 노력과 함께 반환 이후 모범적 활용을 위해서 지역사회가 지혜를 모아나가야 할 시점이다. 20년 넘게 고민한 일본 사례를 현장에서 접하면서 평택 알파탄약고 공간문화재생도 진행형 문화예술공원이라는 원칙에 대한 지역사회의 합의가 우선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사전에 법적 검토와 함께 준비를 위한 조례의 제정, 민관협력 기구의 가동, 문화예술을 활용하면서도 어린이와 가족이 올수 있는 소재의 개발 등 치밀한 노력도 요청된다. 그런 면에서 후쿠오카 하카다 미군기지 활용 사례는 평택에도 많은 참고가 될 것이다.

 

황우갑 민세안재홍기념사업회 사무국장 / 본지 시민사회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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