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교류 거점을 지향하는 창조학습도시,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 아크로스 후쿠오카· 시립박물관· 시립도서관에 가다 

 

아시아 문화 거점을 지향하는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은 아시아 근현대 미술작품을 상설전시하고 있는 세계 유일의 미술관이다. 현재 2,000점이 넘는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 이 미술관은 지하철 나카스 가와바다역에 내리면 바로 위치하고 있다. 현재 이곳은 후쿠오카 관광의 중심지이다. 여기는 원래 시내를 가로 지르는 나카스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역으로 규슈의 교통 경제 중심이었으나 1960년대 초 JR 하카다역이 생기면서 쇠퇴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구도심 재개발 사업의 하나로 캐널시티 하카다와 하카다 리버레인이 생기면서 관광의 중심지가 됐다.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은 복합 상업시설인 하카타 리버레인 안에 위치하고 있다. 1999년 개관한 이 미술관은 아시아 교류 거점도시 후쿠오카의 자부심을 상징한다. 매년 아시아의 미술 작가나 연구자를 초청 다양한 전시 학술 행사를 통해 문화교류와 이해의 폭을 넓히며, 도심 속에 위치하여 연중 많은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전시 관람을 간 날 기획전시실에서는 여름방학을 맞아 한국에서도‘순이와 어린 동생’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 쓰쓰이 요리코의 작품을 어린이들이 다양한 도서, 영상, 모형 전시 등을 통해 친숙해지게 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반갑게도 부근 캐널시티 하카다에서도 감상할 수 있었던 백남준의 작품을 이곳에서도 아시아 여러 나라의 작품과 함께 만날 수 있었다. 백남준은 1995년 후쿠오카 아시아 문화상을 수상했고, 그의 비디오 아트 동반자였던 부인도 일본인이여서 후쿠오카 사람들에게는 친숙한 인물이다.

 

문화예술을 통한 장소정체성 전략으로 구도심을 재생하다

미술관과 전시회를 보면서 우리가 지역에서 배워야할 다섯 가지에 대해 생각했다. 첫째, 구도심 재생전략으로 문화를 접목했다는 점이다. 나카스강의 동서를 이으면서 구도심 재래시장과 대규모 쇼핑몰의 연계, 후쿠오카 축제의 상징인 구시다 신사와 미술관 등 전통과 현대를 적절하게 연결하면서 수십 년의 준비를 통해 구도심 활성화에 힘쓴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둘째, 미술관의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이곳은 전철역에 내리면 바로 갈수 있는 곳이다. 평택은 규모 있는 전문미술관도 없지만 그나마 전시가 가능한 평택호예술관도 접근성과 운영상의 문제 등으로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셋째, 미술관을 복합공간과 연계한 점이다. 아직도 국내에는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등이 따로 건립되고, 편의시설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복합공간이 왜 필요한지, 어떤 효과를 낼 수 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여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넷째, 다양한 기획 전시가 가능한 공간이 있다는 점이다. 이곳은 아시아 각나라의 최고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어 상설 전시만으로도 관람의 감동이 충분하지만 대규모 기획전시가 가능한 공간이 있어 주기적으로 다양한 주제 전시를 통해 재방문을 이끌어 내고 있다. 다섯째, 이곳은 미술관 내부에도 자료실과 편안한 휴게 시설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관람도 하고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고 책도 볼 수 있고 체험도 가능한 곳,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의 특별한 강점이다.

 

계단식 수직 정원의 창조적 상상력, 아크로스 후쿠오카

후쿠오카 행정의 중심인 텐진지역의 후쿠오카 시청 바로 옆에 위치한 아크로스 후쿠오카는 국제 문화교류의 거점이자 이 도시의 새로운 랜드 마크로 알려진 곳이다. 이곳은 시청 근처에 위치한 특성을 살려 국제회의장, 후쿠오카 심포니 홀, 다양한 이벤트 홀과 오피스, 상점, 레스토랑 등 복합시설이다. 특히 이 건물의 후면은 수직정원으로 유명하다. 이 건물은 해체주의 건축가인 에밀리오 암바즈가 설계했다. 거리 쪽에서 바라보면 평범한 건물처럼 보이지만 반대편 텐진 중앙공원 쪽에서 바라보는 건물 전면은 푸른 식물로 뒤덮인 계단식 정원이다. 수만 그루의 식물이 자란다고 하는 계단은 텐진 중앙공원의 푸른 잔디와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외벽을 따라 60m 높이 정상까지 이어진 계단정원은 이제 후쿠오카의 대표적인 명물로 잡았다. 이곳 정원에 백나무, 산수유, 단풍나무 등 75종, 3만7000여 그루의 나무를 심어 하나의 숲을 조성했다. 이러한 식물들이 건물의 단열재 역할을 해주면서 에너지 절약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 계단을 따라 천천히 10여분 오르면 마치 한적한 산길을 가고 있다는 느낌을 자아내게 하며 주말에 개방하는 전망대에 오르면 후쿠오카 시내가 한 눈에 바라다 보인다.

 

멋진 건축물 하나가 도시의 이미지를 바꿔

이곳의 수직 계단을 오르면서 몇 가지 생각을 했다. 우선, 우리가 사는 도시에도 이런 독특한 건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평택의 경우에도 아크로스 후쿠오카 사례는 고덕국제신도시 평화예술의 전당 건립시 참고가 될 만한 요소가 많을 것이다. 정책 집행자가 의지를 가지고 현상 설계를 통해서라도 도시를 상징하는 창의적 건물의 건축을 세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몇 번이고 생각하게 한다. 멋진 건축물 하나가 이렇게 도시의 이미지를 바꾸고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가보고 싶고 걷고 싶은 도시를 만든다. 아울러, 여기서도 건물의 복합 기능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현재 평택에 있는 3개 문화예술회관 어디에도 카페 등 시민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없는 우리 평택의 안타까운 현실과 비교가 됐다. 우리도 이제 품격 있는 국제도시, 시민중심의 새로운 평택에 걸맞은 명품 건축 하나쯤이 있어야하지 않을까하는 간절한 마음이 들었다.

 

다양한 기획 전시로 시민들의 자부심을 일깨우는 후쿠오카 시립 박물관

한 도시 문화시설의 완성은 도서관과 박물관이라는 말이 있다. 후쿠오카 시내 중심에서 20여분 거리에 있는 해변 지역에 후쿠오카 타워가 있는 시사이드 모모치 해변과 가까운 곳에 후쿠오카 시립 박물관이 있다. 이곳은 서일본 최대 규모의 박물관이다. 2층 규모로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넓은 로비가 마음에 들었다. 1층에는 다양한 교육시설, 박물관 기념품점, 아시아의상 체험실 등을 배치하고 있다. 넓은 계단을 따라 2층에 오르면 왼쪽으로 상설전시관이 오른쪽으로 상설전시실과 맞먹는 규모의 대형 기획전시실과 5개 정도의 소형 기획전시실이 있어 연중 다양한 주제의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또한 2층에는 우아한 느낌을 가지지 충분한 레스토랑도 있어 이곳이 박물관인지 고급 식당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멋진 곳에서 식사하고 차마시고 대화하다가 가볍게 전시실을 둘러봐도 될만큼 안에서 밖을 보는 풍광이 으뜸인 곳이다. 우선 아시아 각국과 다양한 교류가 많았던 후쿠오카의 역사를 시대 순으로 충실하게 전시하고 있는 상설전시관을 돌아보며 어느 도시를 방문하던 박물관을 꼭 돌아봐야할 이유를 충분히 찾을 수 있었다. 후쿠오카 시립박물관을 돌아보면서 평택에 박물관이 생긴다면 가장 크게 고려할 것이 첫째, 기획전시실을 적어도 2개 이상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대개의 국내 지방시립박물관이 유물에 집착해 상설 전시에 집중을 하다 보니 한번 방문한 관람객이 다시 오시 않은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둘째, 상설전시는 해당분야 시대별 역사 등 전문가의 엄밀한 고증을 통해 확인된 자료를 전시해 향토사가 범하기 쉬운 아전인수식 전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역시 복합 공간이 미래 박물관의 지향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박물관 내부의 다양한 편의시설과 박물관과 주변 다른 문화공간의 연계가 중요하다.

 

융복합시설로 스스로 학습하는 시민을 만드는 후쿠오카 시립도서관

박물관 바로 옆에는 후쿠오카 시립도서관이 있어 책의 나라 일본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 역시 로비가 살아있다. 넓은 로비가 강점이다. 뿐만 아니라 도서관 안에 기획전시실을 별도로 갖추고 있어 방문 당시 후쿠오카 출신 문인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여기에도 품격 있는 식사가 가능한 레스토랑이 있어 하루 종일 책 읽고, 공부하고, 쉬고, 식사할 수 있는 멋진 도서관이라는 생각을 했다. 평택의 경우도 향후 도서관 건립시 참고할 만한 것으로 첫째 로비를 넓게 만들고 카페 등 편의시설의 유치 등을 통해 이용객의 서비스 1차 접점인 이곳을 활성화하려는 지혜가 필요하다. 둘째, 박물관, 미술관에 서점이 있듯이, 도서관에도 책관련 다양한 전시가 가능한 전시관 구성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도서관은 조용히 책만 보는 곳이라는 기존 관념에서 탈피해서, 과도한 소음으로 인한 장애가 있는 시설을 제외하고는 어떤 시설이든 도서관 안으로 들어오게 하려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민 문화예술 시설 건립의 핵심은 복합적 사고와 평생학습, 창의성

이번 후쿠오카 지역 4곳의 문화예술 시설을 보면서 미래에는 복합 문화 시설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됐다. 여러 계층이 동시에 이용하고, 다양한 편의시설이 있는 곳, 음악, 미술, 독서, 전시 등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져 한 곳에서 다 해결할 수 있는 공간만이 시민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영리와 비영리, 공공 공간과 사유 공간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면서 그 틈새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나가려는 미래 사회의 여러 변화 모습과도 맥이 닿아 있다. 또한 미술관, 음악당, 박물관, 도서관이 그 고유의 역할에 더해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생애 수직적 교육과 가정, 학교, 직장 등 다양한 수평적 교육의 통합을 이뤄내기 위한 평생학습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복합적 사고와 평생학습이라는 가치는 향후 평택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시민 편의시설 건립에도 핵심 가치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아울러 여기에 창의성도 더한다면 도시의 품격을 더욱 더 높일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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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갑 시민전문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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