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1운동 100주년 맞아 지역사회가 일제청산 어떻게 했는지 들여다봐야

독립선언문 정신 살려 민주화 걸림돌인 일제 잔재 청산하고 평택의 미래 재설계 해야

한도숙 전국농민회 총연맹 고문

“吾等은 玆에 我 朝鮮의 獨立國임과 朝鮮人의 自主民임을 宣言하노라. 此로써 世界萬邦에 告하야 人類平等의 大義를 克明하며, 此로써 子孫萬代에 誥하야 民族自存의 政權을 永有케 하노라.”

독립선언문 첫 머리이다. 간략하면 조선이 독립한 나라임과 조선 사람이 자주적인 민족임을 선언하고, 이를 세계만방에 알려 인류 평등의 대의를 분명히 하고, 자손만대에 깨우쳐 민족의 독자적 생존의 정당한 권리를 영원히 누리게 한다는 것이다.

이 짧은 글에 근대적 국가의 목표와 사람중심사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글이 발표되고 99년이 흘렀다. 그런 세월동안 우리사회는 선열들의 생각을 얼마나 반영해 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윗글은 단지 일본으로부터의 해방뿐만 아니라 인류 보편적 가치를 주장하고 있다. 부끄럽게도 우리는 독립선언문이 요구하는 가치를 잘 이해하지 못했거나 애써 무시해 왔는지도 모른다.

올해는 3.1독립만세운동이 일어 난지 99년째가 되는 해이다. 우리민족 모두 태극기를 들고 일제에 항거하고 새로운 자주국가와 자주민으로 인류평등의 가치를 구현하려 떨쳐 일어났던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삶을 우리 스스로의 의사로 결정하고 그것이 인류평등에 다다르게 하는 그 성스런 운동은 방방곡곡에서 약 두 달간 이어졌던 전무후무한 비폭력 저항운동이었다.

평택지역은 비교적 발 빠르게 만세운동이 시작 되었다고 한다. 3월9일 현덕면 계두봉에서 현덕면민들이 만세운동을 시작해서 평택장에서 11일로 이어지고 각 면별로 4월 말까지 이어나간다. 이는 다른 지역에선 보기 드문 만세운동이었다고 연구자들은 평가한다. 평택지역 어느 한곳도 빼놓지 않고 모든 지역과 마을이 봉기했다는 사실을 접하면 몸이 떨리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평택지역은 지금까지 3.1운동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미약하다. 따라서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지난 8일 평택지역의 3.1운동을 살펴본 토론회가 던지는 의미는 크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토론회에서 제기된 문제들은 우리가 3.1운동을 바라보는 시각에 문제가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토론회에서는 모든 발제와 토론에서 경기남부와 평택지역의 3.1운동발발과 전개에 대한 정밀한 진단과 그 사실을 밝히고 평택3.1운동을 제대로 기념 하자는 취지인 듯 했다.

그러나 우리는 만세운동의 의미를 잊고 살았다. 만세운동은 이미 선언문에서 밝힌 것처럼 독립국가와 자주민, 그리고 민족자존의 정권을 영유케하자고 강조했다. 99년간 우리는 어떤 노력으로 현재에 이르렀는가. 우리사회 곳곳에 일제의 잔재는 거대한 뿌리처럼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음에 분노하지도 못하는 저 모순 속에서 만세운동을 기념하는 것은 일제잔재를 덮으려하거나 물타기 하는 행위에 불과 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동안 경제성장이라는 기치아래 앞만 보고 내달려왔다. 무엇이 중요한지 따져볼 기회조차도 차단당했다. 기미독립선언문 첫 문장이 제시하는 가치를 이제 우리지역에서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년에 100주년을 시민들과 함께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를 고민하자. 단순히 3.1절 기념식과 기념 조형물을 세우는 것인가? 아니다. 우리 지역사회가 일제청산을 어떻게 했는지 들여다 봐야한다. 일제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 지금부터라도 일제청산에 심혈을 기울여야한다. 우리 사회를 옥죄이거나 겁박하는 일제잔재는 지역 민주화의 걸림돌이기도 하다. 평택의 미래는 일제청산으로 새롭게 설계해야한다. 그것이 독립선언서의 정신인 민족자존(民族自存)의 정권(政權)을 영유(永有)케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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