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정 한책추진위원(독서교육, 독서심리상담가) ‘한 책 하나되는 평택’ 사업 10주년 기념 해외연수 다녀와

>> 편집자주_ 평택시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인 ‘한 책 하나 되는 평택’(공동위원장 김기수·이승희) 추진위원들이 ‘한 책 하나 되는 평택’ 사업의 10주년을 맞아 일본 도서관을 탐방하는 연수를 지난해 12월 1일부터 4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이번 연수는 한 책 운동 10주년을 맞아 해외 선진지 도서관을 견학하고 평택지역 독서문화 진흥과 한도시한책 읽기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기획되었다. 총 18명의 추진위원과 김종만 평택시립도서관 관장과 김정옥 사서 등 도서관 관계자가 함께 했다.

  일행들은 일본 방문 첫날에는 동경 히치로미술관과 동경국제어린이도서관을 견학하고, 둘째날에는 동경어린이도서관과 동경 인근 민간기업인 츠타야 서적이 민간위탁방식으로 운영하는 에비나시립도서관을 방문했다. 셋째날에는 미야자키시로 이동해 민간이 운영하는 보리이삭 가정문고를 방문한 후 목성 그림책 마을로 이동해 목성 그림책 마을 촌장으로부터 운영상황을 청취하고 한일 교류회 등을 갖고 귀국했다. 본지는 ‘한 책 하나 되는 평택’ 추진위원의 일본 도서관 연수기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이번 호는 첫 번째 순서로 독서교육과 독서심리 상담가인 조은정 추진위원의 일본 동경어린이도서관과 에비나시립도서관 방문기를 싣는다.

 

조은정 한책추진위원(독서교육, 독서심리상담가)

할머니 자원봉사자가 어린이에게 책 읽어 주는 모습 인상적

동경어린이도서관 성인들이 연구한 엄선된 그림책 추천도서목록은 전국적 권위 가져

동경 인근 에비나시 시립도서관 1층 로비엔 스타벅스와 서점 들어서 편안한 분위기 느껴져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어느 책 제목처럼 가끔은 삶에서 진행되는 모든 것에서 잠시 멈춘 후, 가는 방향과 속도와 방법을 점검해야 할 때가 있다. 정기적이면서 적절한 점검은 삶과 일의 진행에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번 연수가 그런 시간이었던 것 같다.

독서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를 ‘독서의 즐거움을 아는 평생독자’라고 볼 때 인간발달 초기 단계에서의 책과 어떻게 만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하며, 그 만남을 주선할 수 있는 도서관의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번에 방문했었던 어린이도서관과 가정문고와 그림책 미술관들은 우리가 고민하는 교육철학과 그 가치의 실행이 책과 사람의 어울림, 책과 교육의 어울림, 공동체와 도서관의 어울림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었다.

연수기간에 방문했던 모든 곳을 소개하기엔 지면이 너무 짧다. 그래서 두 번째 날 방문했던 동경어린이도서관과 에비나시립도서관을 소개하고 싶다.

일본동경어린이도서관

동경어린이도서관 전경/학생에게 책을 읽어주는 자원봉사자 할머니
도서관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는 추진위원들
도서연구모임에서 한국동화책도 연구한다며 한국 책을 보여주는 도서관 사서
젊은 아버지가 아이를 데려와 책을 읽어주고 있다.

동경어린이도서관은 주택가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옆집처럼 방문할 수 있게 부담이 없는 동선이다. 도서관 전체적 분위기의 소감은 조용, 깔끔, 공간 활용의 알뜰함이 눈에 들어왔다.

동경어린이 도서관은 3살 된 아이들부터 스스로 도서관에 회원등록을 하도록 하는데 5가지 약속을 한다고 한다. 책을 소중하게 다룰 것, 정해진 반납 날짜를 꼭 지킬 것, 도서관에서는 조용히 할 것, 장난감이나 먹을 것을 도서관에 가지고 오지 않을 것, 책을 읽을 때 손을 깨끗이 씻을 것을 약속할 준비가 되었을 때 등록할 수 있다고 한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첫 방문부터 자발적으로 신중하게 도서관 이용방법을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한다. 공식적인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 나이가 3살부터라고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났다.

어린이도서관의 대출증은 예전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사서선생님과 아이의 교감을 통해 정서적인 지원을 하고 아이의 발달과 상황에 따라 적절한 책을 권해주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이 한명 한명과 눈을 맞추고 인지적 정서적 발달에 맞춰 적절한 책을 권해 주는 사서의 역할을 생각하니 정말 꿈같은 작업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하에는 그림책을 연구하는 어른들을 위한 연구자들을 위한 공간이 있는데 각 나라의 아동문학이론서들이 구비되어 있다. 그림책 연구자들을 주축으로 형성된 그림책 선정단들은 아이들을 위한 엄선된 그림책을 선택하고 전국에 추천목록을 배포하고, 구비해 도서관에 배치한다고 한다. 이 추천목록은 전국적 권위를 갖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외워서 들려주는 방법을 선호하는데 이야기를 외워서 들려주기용 작은 서적들을 도서관 자체적으로 출판하고 있다는 점, 전국으로 보급하고 있다는 점을 듣다보니 정말 하는 일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일들을 다 누가할까? 그 궁금증은 2층에 있는 사무실에서 해결되었다. 동경어린이도서관에 사서선생님만 약 20명이 있다는 점과, 봉사자들과 역할분담이 잘 된 사서들이 조용한 파워를 만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야기 방은 1층 도서관 구석에 자리한 작은 방이다. 아치형 문으로 들어가면 작은 다락방 분위기가 나는 장소다. 아이들이 먼저 들어가 모여 있으면 이야기 선생님이 촛불을 들고 들어가 전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야기가 끝나면 그 주의 생일을 맞이했던 아이가 촛불을 끄면서 이야기 시간이 끝난다고 한다.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꼭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난 이야기를 듣고 촛불을 호~ 불어 끄는 내 모습을 상상하니 아이들의 기다림과 흥미로움이 느껴졌다.

방문한 날 스태프 배지를 단 머리가 하얀 할머니 자원봉사자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영아단계의 아기들과 엄마들이 사서선생님과 수업을 하고 있었다. 영아단계부터 도서관의 혜택을 받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한 사람을 키워내기 위한 공동체의 노력이 정말 값지게 느껴졌다. ‘아이 한명을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떠올랐다. 결국 사람이 질문이자 답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비나시립도서관

4층 어린이관에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
도서관 내부

오후에 방문한 애비나 시립도서관은 공공도서관과 츠타야 서점이 합쳐진 도서관이다. 오래된 도서관을 리뉴얼해 새로운 도서관 문화를 창출했다고 한다. 지하1층과 지상4층으로 되어 있는데 지하 1층은 열람실로 되어 있고 1층엔 스타벅스와 츠타야 서점이 입점해 있다. 도서관의 성격상 공공과 민간의 접점은 굉장히 매력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보편적 도서관의 분위기를 벗어난 또 다른 틀이기는 하지만 그 틀의 한계를 언제든 변형시킬 수 있다는 점이 민간경제와의 만남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이번 연수 중 유일하게 아날로그 운영이 아닌 곳이었다. 우리가 방문했던 날이 토요일이라 이용자가 평일보다 많았겠지만 도서관의 큰 유리창 앞에서 안락의자에 앉아 책과 커피를 즐기며 하늘을 바라보던 느긋한 이용자가 인상적이었다. 도서관이 느긋하게 책을 읽으며 편안함과 쉼을 곁들일 수 있는 종합적인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어린이실이 1층에 있는데 애비나 시립도서관은 4층에 어린이실이 있다. 그 이유는 아동성범죄와 유괴의 문제 등 여러 문제의 발생을 치단하기 위한 방법이었다고 한다. 애비나 도서관의 주변을 보니 아이들이 뛰어놀 만한 공간은 없었다.

어린이 도서관 옆의 놀이터는 정말 환상적 궁합이다. 책을 읽다 지루하면 뛰어나와 놀다가 다시 들어가 책을 읽는 환경은 어린이들에게 천혜의 공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럴 수 없다면 보호자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안전하게 데려다주고 데려가며 아동을 보호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4층까지 걸어 다니며 함께 이용하는 도서관의 이용자 규칙을 몸에 자연스럽게 익히는 것도 좋을 것이다.

4층에서 어린이와 부모를 위한 책 읽어주기가 열린 공간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누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다 자유롭게 참여해서 들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열린 공간의 활용은 잘 훈련된 시민의식에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마음대로 움직여도 타인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의식수준과 행동의 훈련이 필수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첫째 날 방문했던 동경치히로미술관에서 어릴적 그림책의 수혜자인 80세 노인들이 자신들을 위해 미술관을 방문하고 기부금을 낸다는 말을 듣고 우리나라도 우리 작가의 그림책 미술관이 곳곳에 세워지는 상상을 해본다.

셋째 날 방문했던 보리이삭가정문고의 할머니 할아버지도 닮고 싶은 미래의 모습이기도 하다. 목성그림책 마을과 촌장님과의 대담은 생략하기로 한다. 다시 한 번 방문하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이번 연수에서 만난 아날로그방식의 도서관운영과 책과 인간의 만남을 경험하며 느낀 것은 모든 곳이 우선적으로 책보다 사람임을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듯 했다. 편리하고 효율적인 서비스와 시스템이용이 도서관의 발전이라기보다 사람중심의 공간에서 교류와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하게 했고 나무를 키우듯 사람을 키워내는 도서관의 역할을 실행하는데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고 그 가치를 실현하는데 목표를 두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도서관이 시민교육의 중심에서 지적성장의 발판이 될 것인지, 무엇을 강조해야하는지 생각하게 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실천해 나가는 철학 깊은 어른들의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연수 내내 훌륭한 동시통역으로 감동을 주신 황진희 선생님과 3박4일 동안 평택시 한책하나되는평택 추진위원님들과의 즐거운 추억이 가끔 생각나는 감사한 연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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