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주 한책도서선정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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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시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인 ‘한 책 하나 되는 평택’(공동위원장 김기수·이승희) 추진위원들이 ‘한 책 하나 되는 평택’ 사업의 10주년을 맞아 일본 도서관을 탐방하는 연수를 지난해 12월 1일부터 4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이번 연수는 한 책 운동 10주년을 맞아 해외 선진지 도서관을 견학하고 평택지역 독서문화 진흥과 한도시한책 읽기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기획되었다. 총 18명의 추진위원과 김종만 평택시립도서관 관장과 김정옥 사서 등 도서관 관계자가 함께 했다.

일행들은 일본 방문 첫날에는 동경 히치로미술관과 동경국제어린이도서관을 견학하고, 둘째날에는 동경어린이도서관과 동경 인근 민간기업인 츠타야 서적이 민간위탁방식으로 운영하는 에비나시립도서관을 방문했다. 셋째날에는 미야자키시로 이동해 민간이 운영하는 보리이삭 가정문고를 방문한 후 목성 그림책 마을로 이동해 목성 그림책 마을 촌장으로부터 운영상황을 청취하고 한일 교류회 등을 갖고 귀국했다.

본지는 ‘한 책 하나 되는 평택’ 추진위원의 일본 도서관 연수기를 3~4회에 걸쳐 연재한다. 이번 호는 지난호의 동경어린이도서관과 에비나시립도서관 방문기에 이어 두 번째 순서로 2018년도 ‘한 책 하나 되는 평택’ 도서선정위원장으로 선임된 장은주 위원의 일본 동경 치히로 미술관과 동경 국제어린이도서관 방문기를 싣는다.

 

장은주 한책도서선정 위원장

책과 문화, 역사와 전통 대하는 일본의 자세 느낄 수 있어

2017년 12월 1일, 도쿄의 하늘엔 구름이 많았다. 우리나라는 올해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될 거라 했는데, 도쿄는 생각보다 춥지 않았다. 껴입었던 두터운 외투를 벗고, 둘렀던 목도리도 풀어내고 가벼운 걸음으로 처음 찾아간 곳은 동경 치히로 미술관이다.

치히로 미술관은 1977년에 개관한 그림책 전문 미술관이다. 그림책과 잡지, 교과서, 캘린더 등 어린이를 위한 책에 그림을 그렸던 화가 이와사키 치히로(1918~1974)를 기념한 세계 최초의 그림책 미술관이다. 1974년 작가가 세상을 뜨기 전까지 아틀리에(화실) 겸 자택으로 사용하던 장소에 언제라도 그의 그림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가족과 팬들의 성원과 기부금, 작가의 인세로 탄생했다. 치히로 미술관은 4개의 전시실을 갖추고 있는데, 1,2 전시실에는 그림책 100년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3,4 전시실은 치히로 작가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고, 작가가 생전에 그림을 그리던 모습 그대로 아틀리에를 보존해 방문객들이 볼 수 있게 했다.

세계 최초의 그림책 미술관 치히로미술관
일본의 그림책 부흥기인 1960년대 활동한 여류작가
어린이의 행복과 평화 사랑한 작가의 철학 배어있어

일본 최초의 국립 아동도서전문 국제 어린이도서관
옛 제국 도서관 2002년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리모델링해 개관
 2015년 아치관 신설해 옛것과 새것의 아름다운 조화 이뤄

치히로 미술관

치히로미술관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는 추진위원들
1901~1920년대 그림책들/이와사키 치히로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 포스터

그림책 캐릭터 장난감이 마련되어 있는 아가방, 미술관 어디서도 볼 수 있는 중앙정원 등 그리 크지 않은 공간을 잘 정돈해 차분하고 단정한 일본식 정원의 느낌을 주었다.

일본의 그림책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일찍, 다양하게 발전했다. 우리나라에는 1990년대에 비로소 그림책 단행본이 출간되고 대중적 인기를 모으는 그림책 작가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일본은 그보다 앞선 1960년대부터 그림책의 붐이 일었다. 이와사키 치히로는 그 당시에 그림책을 발표하고 많은 독자를 확보한 여류작가이다.

이와사키 치히로의 작품들과 전시된 그림책, 치히로가 사용하던 물건과 붓들
치히로미술관 전경
치히로에 관한 영상을 보며 추억에 젖는 나이든 할머니

치히로의 작품 활동 시기가 일본의 그림책 부흥 시기이기도 하다. 어린이의 모습과 꽃을 많이 그린 치히로의 그림은 어린이의 행복과 평화를 사랑한 작가의 철학이 묻어난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그의 그림이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림책 미술관을 찾는 이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 그의 그림책을 보며 자란 어른들도 주 관람객이라고 한다. 어른도 아이였던 시절, 그의 그림을 보며 그 시절을 추억하는 장소이다

교보문고가 밴치마킹한 도쿄 마루젠, 옛 종로서적 같은 분위기

치히로 미술관은 그림책과 그림의 가치가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림책 원화전이 많이 개최돼 자주 볼 기회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이젤에 얹혀 줄 세워진 채 도서관의 로비나 강연장의 한 구석에서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치히로 미술관을 둘러보며 우리 아이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준 우리나라 좋은 그림책의 원화를 좀 더 멋진 장소에서 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두 번째 일정은 국제어린이도서관 방문이다. 국제어린이도서관은 도쿄 중심의 우에노 공원 안에 있다. 오래된 공원의 커다란 은행나무와 벚나무들이 아름답게 물들어 있는 길 끝에서 국제어린이도서관을 만났다. 국제어린이도서관은 일본 최초의 국립아동서전문도서관이다. ‘어린이 책을 통해 세계와 소통하며 미래를 열어간다’ 는 비전을 가지고 ‘아동서 전문도서관’, ‘어린이와 책의 만남의 장소’, ‘어린이책 뮤지엄’ 이라는 세 가지 미션을 실행하고 있다. 특히 아름답고 웅장한 건물이 인상적인데, 1906년 제국도서관으로 건설되어 1926년 증축된 르네상스 양식이다. 2002년 국제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에 의해 리모델링 되었고, 2015년 신축된 아치관과 함께 과거와 현재의 조화를 잘 이루고 있는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국제어린이도서관은 벽돌관과 아치관으로 이루어진 3층 건물이다. 1층은 어린이방, 세계로 열린방, 이야기방, 연수실이 자리하고, 2층은 청소년 연수실, 아동서 갤러리, 아동서연구자료실이다. 3층은 책뮤지엄, 전시홀이 있다.

동경국제어린이도서관

국제어린이도서관 아치관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는 한국 그림책을 보는 추진위원들
각국 언어로 번역된 어린이 그림책이 수집되어 있다
도서관 내부

 

동경국제어린이도서관 벽돌관 전경

처음에는 벽돌관의 묵직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어린이도서관 답지 않은 것은 아닐까 싶었다. 어린이도서관이라고 하면 대부분 밝은 원색의 서가와 책상을 떠올리게 되지만 국제어린이도서관은 그런 기대에 비켜 서 있기 때문이다. 고풍스럽고 넓은 계단, 높은 천정, 샹들리에도 인상적이고 특히 중후하고 고급스러운 책장에 감탄하게 된다. 어린이 서가라고 해서 밝고 알록달록한 색으로 꾸민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도서관 건물과 잘 어울리는 책장이다.

국제어린이도서관은 어린이도서관의 품격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특히 도서관이 자랑하는 그림자 없는 조명은 어느 쪽에서도 그림자가 비치지 않는 조명으로 어린이 이용자를 위한 배려가 돋보이는 시설이다. 중후한 서가의 아름다움, 빛과 그림자의 아름다운 조화, 100여년의 세월을 견뎌 온 실내 계단 등 옛것과 현대의 아름다운 조화가 문화와 책을 대하는 일본의 자세로 여겨졌다. 특히 일본이 역사적 가치를 어떻게 가꾸고 보존하고 있는지를 국제어린이도서관을 이용하는 어린이들이 저절로 배우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제어린이도서관을 나서니 이미 짧은 겨울해가 지고 있다. 다시 세 번째 일정인 마루젠 서점 방문을 위해 도쿄 중심으로 이동한다. 마루젠 서점은 1869년에 처음 문을 열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대형서점이다. BOOK MUSEUM을 콘셉트로 해 1층에서 4층까지 각종 분야의 책, 문구, 잡화를 전시 판매하며 카페와 갤러리를 갖추고 있다. 1층은 비즈니스책, 자격취득 관련 책, 2층은 취미 사용서, 잡지, 만화, 3층은 교양서, 각종 전문서적, 4층은 양서, 문구, 잡화와 카페, 갤러리가 있다. 마루젠 서점은 우리나라 대형서점인 교보문고가 벤치마킹한 서점으로 알려져 있다. 책 유통과 서비스는 교보문고가 영향을 받았을지 모르지만, 광화문 교보문고의 넓은 매장을 생각하면 오히려 층별 구조로 된 마루젠 서점은 우리나라의 옛 종로서점 분위기가 느껴졌다.

마침 방문한 시간이 금요일 저녁 퇴근 시간 무렵이라 서가에는 책을 펼쳐보는 사람들로 제법 혼잡했다. 서가에 서서 책을 보는 이들 가운데는 서류가방을 든 남성들이 많았다. 오고 가는 사람들도 많았고, 연말이 가까워진 시기여서인지 연하장을 둘러보는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여전히 손으로 직접 쓴 카드를 보내 새해 인사를 주고받는 풍습 덕분인지 다양한 연하장들이 눈길을 끌었다. 마루젠 서점 4층 카페에서는 넓은 유리창으로 도쿄역을 내려다볼 수 있다. 아주 운치 있는 공간이었다. 불을 환하게 밝힌 기차와 전철이 쉴 새 없이 지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도쿄에서의 첫 날 일정을 마무리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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