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평택로컬포럼-고교 평준화, 평택의 선택은?

평택 고교평준화 기로…찬·반 갈등 해법 찾기 토론회

“평택시-교육청-시민연대 가 함께하는 실무협의체를 구성 필요”

평택시와 평택지역신문협의회(평택시민신문·평택신문·평택자치신문·평택시사신문·평택저널)가 주최·주관하고 평택시의회가 후원한 제6회 평택로컬포럼이 ‘고교평준화, 평택의 선택은?’ 이라는 주제로 지난 2일 평택시청소년문화센터 시청각실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은 2015년 4월 출범한 ‘평택고교평준화 시민연대’ 등이 추진하는 고교평준화 문제를 둘러싸고 찬·반으로 의견이 양분된 상황에서 이를 공론화 하고 합리적인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로컬포럼은 김위정 경기도교육연구원 교육연구부 연구2팀장과 심우근 비전고 교사·평택고교평준화시민연대 정책국장의 기조발제, 서현옥 평택시의회 의원, 문영일 평택시민신문 취재부장, 고인정 평택고교평준화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윤희정 비전중·이화초교 학부모, 조종건 평택샬롬나비 사무총장의 지정토론과 종합토론 등으로 진행됐다.

정상균 평택시 부시장은 인사말에서 “역량 있는 지역신문 대표님들의 참여로 이뤄지는 평택로컬포럼이 지역의 여론수렴을 통해 현안의 의사결정에 중심적인 역할을 해주시는 것에 감사를 드린다”면서 “오늘 포럼이 비평준화 정책의 유지와 폐지, 각각의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효과와 부작용을 함께 검토해서 대안을 마련하는 열띤 토론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기조발제

김위정 경기도교육연구원 교육연구부 연구2팀장

김위정 경기도교육연구원 교육연구부 연구2팀장은 ‘고교평준화 정책의 성과와 과제-선행연구를 중심으로’ 주제의 기조발제를 했다. 김 연구위원은 발제에서 1974년 서울과 부산에서 시작된 고교평준화 도입과 확대, 최근 흐름 등을 시기별로 정리해 이해를 도왔다. 그는 또 고교평준화와 비평준화 제도의 찬·반을 둘러싸고 40여 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 현실에서 쟁점의 핵심인 ▲이념적 지향(가치관) ▲하향평준화 ▲학교선택권을 집중적으로 조명해 관심을 모았다.

김 연구위원은 “고교평준화에 대한 찬·반 논리 이면에는 평준화가 고등교육 기획의 획득, 곧 대학입학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고, 따라서 고교 평준화 제도는 사회경제적 계층에 따른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평준화 제도에 대한 학부모들의 태도는 이 제도가 자신의 자녀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데 유리한 것인가에 대한 판단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교평준화를 둘러싼 가장 중요한 쟁점 중 하나인 ‘하향평준화’ 논란에 대해서도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김 연구위원은 “평준화가 학생들의 학력을 전반적으로 저하시킬 것이라는 주장과는 다르게 실증연구 결과 평준화와 학업성취도는 유의한 관련성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하향평준화 주장은 기각되어야 한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면서 “(오히려) 성취수준별로 차별적 효과가 나타나 평준화지역에서 교육격차가 감소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강조했다.

김위정 연구위원은 “평택은 고교평준화의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면서 “평준화를 시행하는 과정은 많은 갈등을 내포하고 있어 이를 지혜롭게 풀어나가야 하고 무엇보다 평준화 논쟁을 떠나서 교육적으로 의미 있고 타당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우근 비전고 교사·평택고교평준화시민연대 정책국장

심우근 비전고 교사는 ‘평택시 고교평준화를 위한 현황과 대책’ 이라는 주제로 기조발제를 했다. 심우근 교사는 학교 일선에서 느끼는 실질적인 체감과 평택고교평준화시민연대 정책국장으로서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대안제시로 주목을 받았다.

심우근 교사는 먼저 한국의 교육 문제를 꼬집으며 고교평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교육 구조는 대학을 꼭지점으로 작동한다”면서 “세계가 인정하고 검증한 교육 연구 성과, 성공한 교육 활동 사례들이 한국 교육 현실로 들어오면 본래 의미를 잃고 제 기능을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 “대학이 문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결국은 고소득 일자리 선점의 문제”라면서 “이를 위한 길이 이른바 ‘명문’대학, 특정 학과라면 그곳을 향해 일로매진하는 현상이 온 나라 사람들에게 일반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우근 교사는 생산적인 평준화 논쟁을 위해 영재교육, 수준별 교육과정, 수월성 교육, 평등교육, 경쟁학습과 협동학습 등 이른바 평준화를 둘러싼 담론의 이념과 오해를 직시하는 용어설명으로 논의를 풀어나갔다.

특히 평택지역 중·고교 현황에 대한 분석과 이를 토대로 제시한 평준화 방안은 토론자로 참석한 패널 뿐만 방청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심우근 교사는 평택지역은 북부생활권(송탄), 서부생활권(안중), 남부생활권(평택)으로 확연히 구분되고 이들 세 곳에 분포하는 중학교의 졸업생 수와 고등학교 입학 정원은 대체로 일치한다고 밝혔다.

그는 생활권역이 평택처럼 세 곳인 용인시 경우를 원용하면 평택시의 평준화 구도가 어느 정도 잡힌다면서 1단계로 평택시 전체 권역 고교를 대상으로 5순위까지 지원할 수 있고 이 가운데서 추첨해 정원의 20~50%를 뽑는 평준화 방안을 주장했다. 또 2단계로 송탄, 안중, 평택, 세 권역으로 나눈 구역마다 소재 중학교 학생들이 구역 소재 고교를 지원하게 해 추첨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 지정토론

서현옥 평택시의회 의원

서현옥 시의원은 평택고교평준화시민연대 고문자격으로 참여해 ‘평택의 고교평준화를 통한 고교입시 제도 개선’ 필요성을 주장했다.

서현옥 의원은 “우리 아이들이 중학교에 입학하는 순간 학부모님 모두는 고교 간 성적 서열화가 심하여 중학교 학생들이 고교입시 준비에 따른 과중한 성적부담을 갖게 돼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일반적으로 고교평준화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지역인구가 50만 정도가 되어야 하고 일반계 고등학교 수가 20개교를 넘어야 한다”면서 “현재 평택은 인구가 50만에 육박하고 일반계 고등학교 수도 16개로 평준화를 시행할 수 있는 물리적 여건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서현옥 의원은 평준화를 반대하는 사람에게는 “각자의 소질과 능력을 개발하고, 개성에 맞는 진로를 선택하는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학생들 스스로 경험할 수 있고, 결정할 수 있도록 제공해주어야 하는 것이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라면서 “학생들이 학생으로서의 권리를 잘 누리고, 공부를 하는데 있어서도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고교 입제제도가 결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영일 평택시민신문 취재부장

고교평준화를 먼저 시행한 타 지역을 살펴보는 일은 평택지역의 고교평준화 추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문영일 평택시민신문 취재부장은 ‘사례 비교를 통해 살펴 본 평택의 고교평준화 준비할 점’을 주제로 토론해 관심을 끌었다.

문 부장은 2013년 강원지역에서 재도입한 고교평준화는 중학교 수업 정상화, 학생들의 자존감 향상,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학교 서열화 폐지 등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명문고의 그늘이 존재하는데다 학교와 교사의 역량 평준화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한계도 지적했다.

이어 2016년에 고교평준화를 시행한 천안시의 경우 “명문고나 성적에 따라 지원하지 않고 집에서 가까운 학교, 자신의 꿈과 끼, 미래의 목표를 이룰 수 있는 학교로 진학하는 성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용인지역의 경우 “평준화 이후 하향 평준화보다는 상향평준화의 경향이 최근 실시된 용역결과 확인되었다”고 설명했다. 또 “성공적으로 평준화가 안착한 지역일수록 제도적인 지원책이 준비단계에서부터 고려됐다”면서 “기존의 우수한 학생 관리 방법과 대학입시 지도 경험이 뛰어난 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험과 능력 면에서 뒤떨어지는 학교로 배정된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을 해소시키기 위해서는 평준화 시행 전부터 각 학교별 학습 및 대입 지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적 뒷받침을 준비하고 드러난 문제점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인정 평택고교평준화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고인정 평택고교평준화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사립학교가 많아서 평택고교평준화가 시기상조라고요?’라는 주제 토론에서 고교평준화에 평택시가 적극 나서줄 것을 주장했다.

고인정 상임공동대표는 고교평준화시민연대가 출범한 2015년 4월부터 지금까지 3년 동안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지만 평택시는 아직도 고교평준화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평택시가 3개 권역으로 나뉘어져 있고 각각의 생활권역으로 형성되어 독자적인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평준화의 조건이 더 좋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시간이 지나더라도 사립학교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고교평준화는 시기상조라는 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인정 상임공동대표는 “고교평준화는 학생, 교사, 교육환경의 질적 수준 균등화를 전제로 실시해야 하고, 투입되는 조건의 균등화를 전제로 다양한 교육과정과 결과를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학교의 자율성과 특성화를 지원해 나가야 할 것”이라면서 “(고교평준화가) 늦어진 만큼 상향평준화를 위한 노력과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 시설격차, 학교여건의 격차, 대중교통의 문제점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하루속히 평택시와 경기교육청, 그리고 시민연대가 함께하는 실무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희정 비전중·이화초교 학부모

윤희정 토론자는 현재 비전중학교와 이화초교에 다니는 자녀를 두고 있다. 토론자 가운데 유일하게 학부모 입장에서 참여한 것이다.

윤희정 학부모는 최근에 받은 딸아이의 중학교 배정원서를 들어 보이며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딸아이가 중학교 중에서 성적이 A중학교가 1등인데 나는 다자녀 혜택으로 그곳에 갈수 있고, 그 학교는 내신이 잘 나나와서 좋은 학교라고 말했다”고 딸과의 대화 일부를 소개했다.

윤희정 토론자는 “좋은 학교는 내신이 잘 나오는 곳이고, 공부 못하는 친구들이 등수를 깔아준다는 말을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우리의 교육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정 토론자는 “교사도 학부모도 아이들도 학교의 비평준화가 얼마만큼 비효율적인지 안다면 다른 경기도의 9개의 도시 학군을 지정해 평준화한 것처럼 3개로 권역을 나눠 평택도 평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종건 평택샬롬나비 사무총장

조종건 평택샬롬나비 사무총장은 토론에서 정부의 교육정책과 부조리한 한국사회의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우리 한국은 교육강국 1위로 칭찬을 받고 있다”면서 “그러나 교육강국 1위에 사는 한국의 청소년 실태는 비참하다”고 지적했다.

조종건 사무총장은 “교육강국 1위의 결과는 청소년 자살률 OECD 1위, 청소년 자살 속도 1위, 청소년 행복지수 DECD 국가 중 최하위, 8시까지 학교에 등교하고 밤 10시까지 하교, 심지어는 밤 12시 30분에 하교하는 고등학생을 보면 10대의 입시지옥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평택의 일부 학교가 본질을 간과한 채 눈에 보이는 것만 좇아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입시양성소로 전락하고 있다”면서 “1974년 서울과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 70% 이상의 평준화를 시도하고 있고 고교 평준화교육 40년이 넘었지만 전혀 변화의 조짐이 없는 폐쇄된 비평준화 교육현장이 평택시”라고 주장했다.

조종건 사무총장은 “김위정 발제자의 발표는 물론이고 고교평준화를 실행했을 때 우려하는 하향평준화의 실증적 결과는 없다”면서 “평택이 아직도 평준화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사회와 평택시의 자정능력이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면서 “정부의 교육정책 개선과 고교평준화로 학생들의 자존감 회복과 학교 간 서열화 등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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