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복의 세상만사

고기복

이주인권 저널리스트

얼마 전 청북면에서 자동차 부품 관련업체를 운영하는 친구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가까이 살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얼굴 보고 살기가 왜 그리 어려운지, 오랜만에 점심을 같이 하며 지나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났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가 낸 구인광고를 본 누군가로부터 연락이 몇 차례 왔다. 그런데 매번 전화를 해 온 사람이 외국인인지, 아니면 상대방이 외국인 고용을 물었는지 친구는 “외국인은 안 써요”라며 전화를 끊었다.

친구는 이주노동자 지원활동을 하는 필자 앞에서 ‘외국인은 안 쓴다’고 한 말이 혹시 사람을 차별하는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을 샀다고 봤는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변명을 했다. 그는 외국인 고용을 하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외국인 고용하려면 신경 써야 할 게 한둘이 아니야. 일단 채용 절차를 외부에 의뢰한다 해도 관리인을 따로 둬야지. 내국인에 비해 소수이다 보니, 이것저것 챙겨주자니 괜히 신경 쓰이지. 관리비용 등을 생각하면 그 비용으로 내국인에게 좀 더 주고, 번거로움 없애는 게 상책이야.”

친구는 인력 구하기가 쉽지 않은 지역 여건과 제조업 특성상 인건비를 낮추기 위해 이주노동자 고용을 생각해 보지 않은 게 아니었다. 젊은이들이 떠나고 없는 지방 면 지역에서 내국인을 찾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하청단가를 맞추며 수익을 내려면 숙련된 노동자를 구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급여를 마냥 높여주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인근 업체에서는 이주노동자를 고용한다고 한다. 이주노동자 고용 최대 기한은 4년 10개월이고, 최저 임금을 기준으로 급여를 책정하는데다, 성실할 경우 사측에서 한 번 더 해당 이주노동자를 초청하여 고용할 수 있기 때문에 영세업체 입장에서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친구는 고용 안정성이나 인력 관리 측면에서 급여를 좀 더 주더라도 내국인을 고용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사실상 외부 용역과 관리자 비용 등을 감안하면 내국인 고용이 싸게 먹히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

그러면서 친구는 이런 말을 덧붙였다. “우리야 그나마 환경이 나아서 내국인들이 일한다고 하지. 요즘처럼 경기 나빠서 일자리 구하기 어렵다는 시절에도 일할 사람 없다고 아우성인 업체가 한둘이 아니야. 이주노동자 고용하는 곳은 결국 내국인들이 일하지 않으려는 열악한 곳이라는 말이지.”

오랫동안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비슷한 환경의 업체들을 살펴본 친구는 이주노동자 고용은 비용 문제 이전에 고용업체의 고용환경 문제라고 진단했다. 일반적으로 내국인들, 특히 청년들은 아무리 직업난이 있다고 하지만, 급여와 산업안전, 보건문제 등의 노동조건 외에도 회사의 성장가능성과 사내 복지 등 매력을 느낄만한 일자리인가 하는 문제를 꼼꼼히 따져 본다는 것이다. 즉 지방 영세업체들일지라도 내국인들에게 매력적인가 아닌가에 따라 고용문제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내국인들이 꺼릴 수밖에 없는 고용환경을 갖고 있는 업체에서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고, 그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지방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며 나름대로 인력관리 기법이라면 기법을 익힌 친구가 털어놓은 고용원칙은 ‘내국인 고용시장을 보호하되, 제조업 인력난 해소에 기여한다’는 외국인 고용허가제 도입 이유를 잘 설명해 주고 있었다.

오늘날 이주노동자 고용은 영세제조업이라는 한계산업이 취할 수 있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지만, 많은 문제점들을 노출시키고 있다. 틈만 나면 일어나는 임금체불과 사내폭행 등과 같은 이주노동자인권침해 사례들, 근로기준법 기준에는 한참 못 미치는 기숙사 환경 등은 왜 내국인들이 찾지 않는 직장인지 너무 쉽게 파악하게 할 정도다.

그런 면에서 더위가 더해갈수록 산업현장에서 같이 땀 흘리는 이주노동자들을 같은 ‘동료’로, ‘주민’이자 ‘이웃’으로 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겠다. 그들이 있기에 지역 한계산업 현장이 버티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해야 할 것이다.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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