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복의 세상만사

고기복

이주인권 저널리스트

지난 7일 저녁에 평택 인근 모 저수지에서 회사 야유회 중이던 한 낚시꾼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때 저수지에는 사망자 외에 여러 사람이 있었는데, 물에 빠진 사람을 보고 바로 물속에 뛰어든 사람은 인도네시아 출신 이주노동자 두 명뿐이었다. 두 사람은 여러 차례 자맥질을 하며 물에 빠진 사람을 찾아보려고 시도했고, 한 번은 축 늘어진 사고 당사자를 거의 물 밖으로 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몇 차례 자맥질로 기운이 빠진 그들을 도와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지친 두 사람이 낚시터 좌대로 올라오려고 할 때, 부실한 용접으로 좌대를 지지하고 있던 철봉이 두 번씩이나 떨어져 나가는데도 그들에게 손 내미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결국 사고자는 119 구급대에 의해 밤 11시가 넘어서야 차가운 시신으로 뭍에 올라왔다.

해당 사건은 익사자를 한국인 관리자가 떠밀었다는 증언이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그들과 함께 있던 익사자 회사 관계자들의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시선은 싸늘했다. 흔히 말하는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이었다. 괜히 사고에 휩쓸려 번거로운 일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고는 한국인이 내고, 사고 수습은 이주노동자가 하려 했는데도 회사는 이주노동자들로 인해 피해를 보지 않을까만 걱정하고 있었다. 그들은 회사 동료가 물에 빠져 죽을 수 있는 상황을 보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단지 구경꾼 노릇만 했던 사람들이었다.

이 사건을 보며, 문득 2007년 4월에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주상복합건물에서 있었던 화재 사고가 떠올랐다. 당시 화재현장도 비슷했다. 내국인들이 화재를 피해기에 급급해 할 때 몽골 출신 이주노동자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11명의 생명을 구해 냈다. 당시 그들은 체류기한을 넘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었다. 사건이 알려지자, 법무부는 화재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한 몽골인 4명에 대해서 E-7비자(특정활동 외국인취업비자)를 발급하여 ‘특별 체류’를 허가했었다.

한국 정부가 외국인의 특별한 공로를 인정해 체류를 허가한 첫 사례였다.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에는 외국인이 한국 정부로부터 훈장 또는 표창을 받아야 되거나 한국에 특별한 공헌을 한 사실이 있는 경우 특별 체류를 허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시 몽골인 의인들에 대한 특별체류는 여론의 지지와 한국·몽골 친선협회장으로 있던 정장선 의원(더불어민주당 총무본부장) 등이 뉴스를 접하고 법무부에 선처를 요청하며 이뤄졌다. 그 결과 몽골인 네 명은 특별 체류 허가를 받고 합법적으로 취업할 수 있었고, 자유롭게 병원 치료도 받을 수 있었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21만 명을 넘어섰다. 이들을 모두 합법 체류자로 인정해 줄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사회가 이들을 범법자나 부랑자인 양 내몰아서는 안 되는 이유를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들은 온몸으로 보여 줬다. 비록 사람 목숨을 구하지는 못해도 두 사람은 진정한 우리 이웃이었고, 의인이었다. 성경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인이 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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