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첫 단추 잘못 끼워…시 의회는 상생협력 연구용역비 삭감해야

김기수 본지발행인

1. 상수원보호구역 문제가 또 다시 평택과 용인․안성의 주요한 갈등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미 용인과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22개월에 걸친 상생협약 연구용역을 통해 상수원보호구역을 존치하고 상류지역의 수질을 개선한다는 합의를 본 상황에서 용인시가 다시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안성시와도 2013년 3월부터 소위 ‘강변여과수 방식’으로 취수방법을 바꾸려는 용역이 추진되었으나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유천정수장 폐쇄 수순 아니냐는 평택지역 시민․환경단체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안성시와 용인시가 공동전선을 펴면서 경기도를 끌어들여 평택시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지난 4월 3일 경기도는 ‘1박2일 상생협력 토론회’를 주관해 평택시에 상생협력 방안을 마련하라고 강하게 압박했고, 이에 평택시 정상균 부시장이 용인시 정용배 부시장, 안성시 황은성 시장과 공동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규제완화 시기를 판단할 것이라고 합의했다. 총 6억원이 소요되는 연구용역 경비는 경기도와 3개 시가 비용을 공동 분담키로 했다.

 당시의 합의에 대해 평택 지역언론과 환경․시민단체들 사이에서는 평택시가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고, 평택시의회는 경기도가 추진하는 상생협력 연구용역에 참여하는 평택시 부담 예산을 지난 7월 추경예산안 심사에서 삭감했다. 평택시는 9월에 열리는 평택시 의회 2차 추경예산심의에 관련 예산을 다시 상정할 예정이나 시의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용인 정치권이 총 출동해 평택시청 앞에서 지난달 31일 대규모 시위를 벌인 것이다.

2. 용인시민 5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시위에는 용인시 이동․남사면 주민 뿐 아니라 정찬민 용인시장과 용인시의회 의장, 이우현․백군기 국회의원 등 3명의 국회의원과 다수의 용인시의원 및 용인출신 도의원 등 용인지역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이날 집회에서 36년 전인 지난 1979년 송탄취수장이 설치되면서 용인시 남사면과 이동면 일대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개발규제를 받고 있어 주민의 삶이 피폐화되고 있다며 평택시에 취수장 폐쇄와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강하게 요구했다. 이들은 또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경기도․용인․안성․평택시의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위한 상생발전 연구용역에 평택시가 적극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이후 안성시와 연계해 평택시청 앞에서 지속적인 시위와 경기도청 시위 등을 진행해 반드시 상수원보호구역을 철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용인시장 등 용인정치권 인사들은 평택시를 자극하는 ‘막 말’을 쏟아냈다. 평택시청 진입도 시도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무산됐다.

 평택시민은 지속되는 용인과 안성의 상수원보호구역 폐쇄 요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평택항 신생매립지 문제로 당진․아산과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상수원보호구역 문제로 용인․안성과의 갈등 제2라운드가 시작되려 하고 있다. 미군기지 이전으로 군사기지화 되어가는 평택에서 이번에는 평택시민의 생명줄이자 비상급수원인 송탄․유천 취수장마처 폐쇄된다면 평택시민의 젖줄인 평택호는 농업용수는 커녕 되돌릴 수 없는 죽은 호수가 될 수밖에 없다. 평택시의 단호하고 슬기로운 대응이 절실한 상황이다.

3. 우리는 평택시가 상생협약 연구용역 합의를 과감히 파기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우리는 용인과 안성의 무리하고 무례한, 도가 지나친 해제 공세의 빌미를 평택시가 제공했다고 판단한다. 더 이상 상황에 끌려다니지 않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평택시는 과감히 합의를 파기해야 한다.

평택시는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지난 4월 3일 열린 경기도 주관 상생협력 토론회에서 정상균 부시장이 용인부시장, 안성시장과 상생협력 공동연구 용역에 합의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미 8년 전 연구용역을 통해 상수원보호구역을 존치키로 용인과 합의한 상태에서 무슨 추가 합의가 필요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당시 연구용역 과정에서 평택시 담당 공무원들과 지역 환경시민단체들이 이론적․논리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를 망각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당시의 연구용역은 단순한 용역이 아니라 치열한 논리대결이었다. 개발론과 환경보존론이 정면으로 부딪친 논쟁이었고, 국가의 미래 정책방향과도 맞물리는 중요한 일전이었다.

당시 22개월에 걸쳐 평택시 관계 공무원․ 전문가․교수․환경운동가 등으로 구성된 평택시 TF팀은 30여 차례의 회의를 가졌고, 경기도청에서 용인시측과 힘겨운 논리대결을 통해 상수원보호구역을 지켜냈다. 그런데 왜 허무하게 다시 상생협약에 합의한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힘겨운 싸움을 또 다시 할 요량이 아니라면 상수원보호구역을 해제해 주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합의인 것이다. 지금도 당시 용역최종보고에서 밝힌 합의 내용을 제대로 지키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다. 대응논리도 충분히 나와 있다. 환경을 보전하는 세계적 추세에 이미 확보되어 있는 취수원을 폐쇄하자는 주장이 과연 설득력이 있는가. 평택호 수질 오염 문제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오히려 평택시는 용인․안성과 상생협약을 체결할 것이 아니라, 평택호 수질오염의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인 오산천과 황구지천의 수질 오염을 방지하고 개선하기 위해 수원․화성․오산시와 역으로 상생협약을 제의하고 이를 관철시켰어야 했다. 평택은 또한 주한미군이전과 대규모 군사시설 집적으로 인해 전쟁 발발 시 최우선 공격 대상이며 송탄과 유천 취수장은 비상상황에 대비한 평택시민의 비상급수원이기도 한 소중한 우리의 자원이다.

4. 개발 규제로 인한 용인시 남사․이동면 주민들의 고통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평택시 진위면 주민들도 고통받고 있다. 그러나 이 고통을 해결하는 방법은 이분들을 위한 제도적․정책적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지, 취수장을 폐쇄하는 것이 어찌 답이 될 수 있는가. 후세를 위해 지금 이 시점의 정치인들과 지도자들은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현재 평택시는 상수원 보호구역은 존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한다고 하지만, “종합적인 수질개선 대책 및 합리적인 실행방안을 수립하여 상․하류지역의 상생협력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혀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용인과 안성 정치권과 주민들의 평택시청 앞 집회 시위는 이러한 평택시의 모호한 태도가 촉발한 측면도 크다. 평택시는 단호하고도 확고한 입장을 견지해야 하며, 지금이라도 상생연구용역 합의를 취소해야 한다. 평택시민의 대의기구인 평택시의회 역시 경각심을 갖고 심도 있는 검토를 통해 상생협력 연구용역 관련 예산을 삭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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