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양학원과 경작인들이 지난해 12월 체결한 합의서에 대해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가 정부 개입의혹을 제기하고 대양학원 토지 경작인들이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미군기지이전 반대운동이 복잡한 양상을 띠어 가고 있다.

1954년 한국전쟁 이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피난민들이 소위 ‘복귀불능난민정착사업’의 일환으로 팽성읍 신대도두지역 41만여평의 하천부지를 개간했으나 1965년 대양학원이 농지소유주라며 나타나 법정소송 끝에 대양학원이 승리하게 되었다.

소작농으로 전락하게 된 농민들이 80년대, 90년대를 거치며 법정투쟁과 각종 민원을 제기하며 최근까지 분쟁이 지속되어 왔다. 이것이 40여년이 넘는 평택시의 최장기 민원인 소위 ‘대양학원 사태’이다.

이후 41만평 중 20만 평이 미군기지 확장 수용예정지로 발표되지 지난해 12월 20일 대양학원측과 경작농민들은 평택시청에서 경기도정무부지사, 국회의원, 평택시장, 주한미군대책기획단 관계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대양학원이 국방부에 농지를 매각할 경우 농지보상가 20%를 임차농민에게 보상금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하며 이 분쟁은 일단 타결되었다.

그런데, 최근 범대위가 이 합의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범대위측은 대양학원 이사진이 지난 19일 이사회를 개최해 농지매각 문제를 논의하려 하자 지난해 12월 합의서 작성 과정에 정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이사회 개최를 저지했다.

이렇게 되자 대양학원 농민들이 범대위 측에 자신들을 미군기지 이전 찬성론자로 몰지말고 매각 대금 20%를 농민에게 지급하는 문제에 대해 간섭하지 말라고 경고하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경작농민과 범대위 간의 싸움으로 비화되는 양상이 된 것이다.

우리는 범대위가 대양학원 이사회에게 미군기지 이전에 협조하기 위해 토지를 국방부에 매각하지 말라고 요구할 수는 있다고 보며 이는 반대운동 입장에서 충분히 개진할 수 있는 의견이라고 본다.

그러나 범대위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소유권 분쟁이 이미 마무리되어 대양학원이 보상금의 20%를 농민에게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문제제기하는 것은 ‘대양학원 사태’의 전말과 진행과정을 조금이라도 살펴 보았다면 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판단한다.

신대도두지구 농민들이 “범대위가 경작인들의 절절한 염원을 무시하고 한 맺힌 가슴에 또 다시 대못을 박으려한다”면서 “지난 50년간 법과 권력에 의해 짓밟혀온 주민들을 미군기지 이전을 찬성하는 사람들로 매도하지 말라”고 한 말은 범대위측에서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라고 판단한다.

우리는 범대위와 대양학원 농민 사이에 분란이 생기는 것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며 합의서 체결 직후 본지에 실린 사설을 이 자리에서 상기하고 싶다.

당시 본지는 이 합의와 관련된 사설에서, “우리는 뒤늦게 나마(중략) 양 이해 당사자간의 양보와 타협, 관련 기관들의 중재와 조정을 통해 합의에 이르렀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자 한다.

미군기지 이전문제가 이번 합의에 이르른 직접적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지만, 당사자간의 합의라는 점에서 주목하고 싶다.”며 합의의 의미를 평가한 바 있다.

또한 정부는 이번 합의를 주민들이 미군기지이전에 동의한 것으로 확대해석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미군기지이전문제는 토지분쟁문제보다 더 중차대한 문제이므로 이번 합의정신에 비추어 해당지역주민과 평택시민의 동의와 합의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번 사태는 소위 ‘미군기지 확장 저지 투쟁’의 방향이 그 주장하는 대의에 입각한다면 어디로 가야하고,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가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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