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기 수<본지 발행인>

 

▲ 김기수(본지 발행인)

요즈음 개인적으로 마음이 너무 답답하고 무겁다. 더위 때문만은 아니다.

평택에 여러 현안이 있지만, 현 시점에서 평택시민의 삶의 질과 관련되고, 평택이라는 도시의 미래 발전 전망과 관련돼 미군기지 평택이전 문제만큼 중요한 문제는 없다고 본다.

그 이유와 근거는 누차 밝혔기 때문에, 또한 대다수 평택시민이 동의할 것이기 때문에 별도의 부연설명은 불필요할 것이다. 적어도 20년 내지 50년 이후의 평택의 미래 모습의 밑그림이 올 연말과 내년 사이에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도시의 미래를 두고 두가지 큰 흐름이 각기 독립적으로 혹은 충돌하며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팽성지역 대추리 등의 농민들과 평택미군기지이전반대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 등 기지 이전을 반대하는 흐름이고, 하나는 평택시와 정부의 미군기지이전기획단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평택시 지역진흥계획의 수립이다.

잘 알다시피 정부는 8월말까지 수용지역토지에 대한 협의매수를 진행하고 있고 협의에 응하지 않는 토지에 대해서는 강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맞서 농민들과 범대위 측은 지난 7월 10일 전국에서 1만여명이 모여 기지이전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대추리에서 개최했고, 앞으로 두 세 차례 대규모 집회를 더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평택시는 기지이전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든다는 입장에서 지역진흥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 진흥계획은 ‘미군기지이전에 따른 평택지역지원 특별법’에 의해 마련되는 것으로, 2007년부터 정부가 평택시 발전을 위해 1조 4천여억원을 투자한다는 것이 골자로 되어 있다. 내년 6월까지 단계별 사업계획이 세부적으로 확정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는 이 지역진흥계획을 바탕으로 평택을 동북아 환황해권의 전략형 국제도시로 육성해 군사도시의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현 단계에서 평택의 미래가 어느 방향으로 결정될지 확실하게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단순 논리로 본다면 미군기지 평택이전과 지역진흥 계획은 맞물려 있기 때문에, 기지 이전 사업이 해당지역 농민들과 범대위 등의 반발로 무산된다면 지역진흥계획은 없던 일이 될 것이고, 반대로 국책사업으로서의 미군기지 이전사업이 우여곡절끝에 진행된다면 지역진흥 계획은 추진되게 될 것이다.

일단, 정부가 추진하는 미군기지 이전 사업도 현 단계로서는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최근 행보를 보면, 기지반대 운동을 전국적 운동으로 키워주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게 할 정도로 사업추진 상의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협의매수에 응하지 않는 농민들에게는 소위 ‘인센티브’를 안주겠다는 식으로 상식이하의 회유책을 쓰고, 대추분교를 서둘러 매입해 주민들의 반발을 오히려 키우고 있다.

또한, 투쟁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등 오로지 힘으로 밀어붙이며 강제매수의 수순을 밟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주고 있다. 그러나, 평택시민의 절대 다수가 강제수용은 안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는 본지의 여론조사 결과를 볼 때, 정부가 강제수용에 나서게 된다면 상황은 파국을 향해 치닫게 될 가능성이 많다.

반대운동은 이제 평택 차원을 떠나 전국적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제2의 부안사태’가 평택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미군기지 이전 사업이 추진된다 해도 평택시가 역점을 두고 있는 지역진흥 계획이 차질없이 추진될 것이라는 확실한 보장도 아직 없다. 시 당국은 특별법만큼 더 확실한 보장책이 있느냐고 반문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지역진흥계획은 계획은 거창해도 과연 중앙정부가 미군기지 이전이 확정되면 계획대로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평택발전에 나서겠느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갖고 있다.

일단 기지 반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떡고물을 던진 것이고, 지역발전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으로 시민들을 현혹해 기지이전 사업이 잘 추진되면 예산부족과 부처간의 협의 미비 등을 핑계로 지역진흥 계획은 흐지부지 되고 말 것이라는 우려다.

이제 곧 가을이다. 올 가을은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지난 3년여간 진행되어 오던 미군기지 이전문제가 마지막 정점을 향해 치닫는 시기가 바로 올 가을이다. 마주보는 두 기관차가 정면 충돌하는 모습이 될 것인지, 극적인 급 브레이크를 밟아 파국을 피할 것인지 모르는 위기일발의 상황이 올 가을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타까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토지매수에 응한 농민과 응하지 않은 농민사이에 서로 상가집 조문도 가지 않을 정도로 주민 내부의 불신과 반목의 골을 깊어가고 있고, 수용예정지역의 대양학원 토지 경작자들이 대양학원과 합의한 내용과 방식에 대해 범대위측에서 문제제기 하며 경작자와 범대위측이 갈등하는 모습을 내보이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시간이 갈 수록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 모든 일이 평화로운 지역 공동체에 미군기지 이전이라는 불똥이 떨어져 발생한 안타깝고 슬픈 현실이다. 이 현실은 빨리 끝나야 한다.

평택의 미래가 어느 방향으로 결정되는지에 대해 시민은 알 권리가 있고 이 미래를 결정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작금의 진행되는 상황에 대해 시민으로서 두 눈을 크게 뜨고 각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목소리를 내되, 평택시민은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고 갈등을 지역발전의 전기로 만드는 슬기와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어느 쪽으로 결말이 나든 그 결말이 지역 공동체를 살리고 지역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방향으로 귀결되어야 한다.

이 시점에서 개인적으로 평택시민에게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 최소한 정부의 강제수용은 안된다는 것을 보다 명백하고 분명하게 중앙정부에 전달하는 범시민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강제수용은 곧 파국이며 지역과 정부를 위해 불행한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민운동이 올 가을에 평택시 전역에 퍼지기를 기대한다. 파국을 피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라는 평택시민의 분명한 움직임이 일어난다면, 올 여름의 이 답답한 마음은 많이 누그러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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