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지난 10일 대추리 일대에서 진행됐다. ‘평택미군기지 확장 저지, 한반도 전쟁반대 7.10 평화대행진’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이 날 행사에는 대추리 등 토지 수용예정지역 주민과 평택미군기지확장반대 대책위 회원과 평택시민 뿐아니라 전국의 ‘반전평화단체’를 비롯한 시민 사회단체 회원 등 1만여명이 참석했다.

행사장인 옛 대추초교 운동장에서는 미군지지 확장을 반대한다는 외침이 메아리쳤고, 행사 후 캠프 험프리즈 부대 일대 철조망을 에워싸는 ‘인간띠잇기’ 행사에서는 집회참가자와 경찰 사이에서 대규모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날 충돌로 시민과 경찰 수백여명이 심한 부상을 입었고, 미군부대 철조망이 시위대에 의해 일부 무너지고 끊겨지기도 했다.

이날 대규모 집회에는 1만여명의 참석자와 1만여명의 경찰 병력 외에도 신문과 방송 기자들도 대거 취재경쟁에 나서 주요뉴스로 보도하면서 미군지지 평택 확장이전 문제가 전국적 관심사로 부각 되기도 했다.   

잘 알다시피 정부는 팽성읍 대추리 등 토지 수용예정 지역 주민 대다수의 거부 속에 토지 및 지장물에 대한 감정평가를 마치고 협의매수 작업을 현재 진행하고 있고, 8월말 까지 협의매수가 안되면 수용재결 등의 절차를 거쳐 연말까지 강제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310일이 넘는 촛불집회와 서울 상경 시위 등을 통해 수용거부 입장을 밝혀왔고, 이번 집회를 앞두고 문정현 신부와 주민들이 전국을 순회하는 ‘평화유랑단’ 활동 등을 통해 이번 7월 10일 집회를 홍보해 왔다. 이날 집회를 계기로 평택의 문제를 전국적 이슈로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우리는 이번 집회를 통해 토지수용예정지역 주민들의 요구가 보상을 한 푼 더 받겠다는 것이 아니라 대대로 일구워 온 땅에서 살고 싶다는 절박한 생존권적 요구라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했다고 본다.

단순히 보상을 더 받겠다는 것이라면, 310일이 넘도록 농사일로 지친 몸을 이끌고 매일밤 힘든 촛불집회를 지금까지 유지해 오지 못했을 것이며, 보상 통보가 나가고 강제집행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이러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이 분들의 진정성에 대해 더 이상 의심하거나 존중하지 않고서는 강제수용이라는 극단적 방식은 커다란 불상사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음을 이번 집회는 보여주었다고 본다.

다른 한편, 이날 집회에 민주노동당과 전국민중연대, 한총련 등을 비롯한 전국의 시민사회운동 단체가 총망라해 참석함으로써 ‘평택 대추리 문제’는 평택시민과 팽성읍 주민의 문제에서 전국적 정치쟁점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미군기지 평택 확장이전 문제는 기지가 이전되는 평택시민과 토지를 수용당하는 팽성읍과 서탄면 주민의 문제임과 동시에 애초부터 용산기지 이전협정의 ‘불평등성’과 ‘위헌성’ 시비와 더불어, 미군의 동북아 신속기동군화, 소위 전략적 유연성의 문제와도 연관이 있는 문제였다.

전자의 문제가 지역발전과 생존권의 문제라면, 후자의 문제는 정치적 성격이 강한 국가주권과 평화의 문제라고 볼수 있다. 주민들의 300여일이 넘는 투쟁을 통해 잠재되어 있던 정치적 측면이 1만여명 이상이 운집한 이번 대추리 집회를 통해 부각되기 시작했다고도 볼수 있다.

행사 주최측은 앞으로 촛불집회 1주년이 되는 9월과 추수가 끝나는 11월 경 두차례의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바 있다. 이는 미군기지 평택확장이전 문제가 토지수용을 앞두고 평택의 문제를 떠나 대규모 정치적 충돌을 향해 치닫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다수 평택시민은 침묵 속에서도 매우 안타깝고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작금의 진행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 기지 이전을 찬성하는 시민보다는 반대하는 시민이 더 많다는 것이 본지의 두차례의 여론조사 결과 밝혀졌지만, 시민들은 지역여론이 찬반으로 양분되고 주민끼리 싸우는 극단적 상황을 원치 않는다. 평택이 대규모 정치적 격돌의 현장으로 변하는 것을 원하는 시민은 거의 없다.

 그간 정부는 한미간의 합의와 용산기지이전의 국회비준을 마치고 평택지원특별법과 지역진흥계획 등을 통해 기지이전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정부 당국으로서는 이번 집회를 탐탁치 않게 볼 수 있겠지만, 불행한 사태가 평택지역에서 전개되지 않도록 현 시점에서 그간 추진해 온 정책들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은 물론 팽성지역 주민 및 평택시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다시한번 심사숙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폭넓은 국민적 공감대와 합의를 위해 국회에서 용산기지이전 비준안을 처리하며 올해 안 개최키로 한 국회청문회를 하루빨리 실시하고, 용산기지 이전안의 위헌성을 제기한 헌법 소원 역시 빠른 시일내 판결이 내려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미군기지 확대 이전 문제만큼 평택의 중요한 현안은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현재 진행되는 상황에 대해 시민들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 무엇이 국가와 평택을 위해 바람직한 선택인지 중앙정부와 정치권, 지자체, 평택시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슬기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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