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환우와 떠나는 생태기행 52
원래 안성군 원곡면이었다가 1983년 평택으로 편입된 용이동
조용한 농촌마을에서 용이지구 공영개발과 민간도시개발로
현재는 대규모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변모
평택시 동쪽 관문인 용이동은 오래전 안성군 원곡면 소속이었다. 1983년 평택군으로 편입되어 현재는 경부고속도로 안성나들목에서 평택으로 진입할 때 첫눈에 보인다. 현재는 구룡마을·신흥마을·현촌마을이 합쳐져 구성된 평택시 23번째 행정동이다. 대규모 아파트단지 입주로 인구수가 증가해 비전2동에서 분리해 용이동으로 독립했다. 원래는 과수원과 농사를 짓던 조용한 농촌마을이지만 평택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20만평 규모의 용이지구 공영개발사업으로 국도 38호선 북측 도로변에 2010년 푸르지오·반도유보라 아파트단지가 준공됐다. 그 후 민간제안 도시개발사업으로 추진한 현촌지구·신흥지구에 e편한세상· 금호어울림 아파트단지가 들어섰다.
용이지구 개발사업으로 용이초등학교가 설립되기 전 용이동은 죽백초등학교 학군이었다. 저수지가 없어 농업용수가 부족한 구룡마을은 가을 추수가 끝나면 논에 빗물을 가두어 둔다. 예전에 아이들이 얼음이 얼어 썰매장으로 변한 논에서 놀고 여름에는 논물꼬·웅덩이에서 뱀장어·가물치·개구리 등을 잡으며 뛰어놀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백운산 서쪽 능선으로 연결된 마을 뒷산에서 졸졸 흐르던 도랑물 소리를 듣기 어렵다. 현촌마을과 구룡마을 사이를 흐르던 빗물은 땅속 우수관을 따라 국도 38호선 지하 암거를 통해 안성시 진사리 방면으로 흐른다. 요즘에는 다랑이논 모내기에 필요한 농업용수를 지하수 관정으로 공급하고 있다.
용이동 농촌에 대규모 건축물이 설립된 것은 지금의 평택대학교다. 1979년 안성군 원곡면 용이리 산에 ‘피어선성서신학교’ 기공식을 했다. 1995년 통합 평택시 출범과 지방자치가 본격적인 추진되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피어선대학교’를 ‘평택대학교’로 개명했다.
현씨‧이씨 종친회 선산 덕분에
허파처럼 남아있던 구룡마을도
민간도시개발에 휩싸여
전통적으로 용이동의 중심지로 남아있는 구룡마을도 민간제안 도시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구룡마을 골목마다 ‘평택구룡지구 도시개발사업 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이 평택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조건부로 통과되었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마을에서 만난 주민은 민간 조합이 추진하는 도시개발사업이 장기간 지연되고 있어 언제 보상받을지 알 수 없다고 한다. 마을에는 오래된 주택 빈집이 여러 채 보인다. 골목길 중앙에 있는 담배 가게 작은 간판이 붙어있는 구멍가게는 대형마트에 밀려 폐업했다. 백운산 서쪽에서 흘러내린 산줄기 끝자락에는 작은 숲이 보인다. 현씨·이씨 종친회 소유의 선산 덕분에 구룡마을 뒷산에 남아있는 숲은 개발의 바람이 몰아치는 용이동의 숨구멍으로 소중한 유산이 아닐까.
용이동에서 죽백초등학교로 연결되는 ‘이화로’가 확장되고 죽백동에는 멋진 카페와 음식점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기남방송 입구에서 용이동으로 연결되는 일부 구간은 2차선 도로가 남아 있어 병목현상으로 인한 정체가 심각하다. 평택시 도시개발과는 구룡지구 동쪽 경계 구간에 해당하는 일부 도로를 구룡지구 시행사가 확장하거나 사업비를 부담하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용이동·죽백동에는 시내버스·광역버스 차고지, 수소충전소, 압축천연가스충전소 등으로 인해 버스와 승용차의 통행량이 급증하는 추세라 도로 확장이 시급한 상황이다. 아직 착공조차도 못한 구룡지구 도시개발사업이 완료될 때까지 용이동 주민의 교통 불편은 더 가중될 것이다. 동부고속화도로 건설과 연결하여 이화로를 확장하고, 동부고속화도로가 개통되면 브레인시티·오산·동탄으로 연결되는 광역교통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단독주택들이 밀집한 신흥마을2길 지역을 둘러보다가 대문 옆에 붙어있는 문패를 살펴보았다. ‘안성시 원곡면 신흥동’ 주소와 이름을 적은 문패가 남아있고, 골목 맞은편 주택에는 ‘평택시 용이동’으로 주소를 적은 문패가 공존하고 있다. 이는 용이동 주민들의 삶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용이동은 국도를 경계로 안성시와 맞닿아 있는 까닭에 생활권이 같다. 스타필드 안성과 대형마트가 국도 38호선 건너 안성에 있다. 그러니 용이동 사람들은 안성에서 쇼핑을 자주 한다. 마트에서 쓰레기 종량제봉투를 구매할 때 평택인지 안성인지 확인하는 것은 용이동 사람들에게는 이제 어색한 일이 아니다.
신흥마을2길 지역은 ‘안성시 원곡면 신흥동’ 문패와
‘평택시 용이동’ 문패가 공존하는 지역
특히, 38국도 건너편은 스타필드 안성과 대형마트 등이 있어
용이동 주민들 삶엔 안성과 평택이 공존
신흥마을 동쪽으로 현신근린공원에는 저류지가 조성되어 있다. 지난 여름 폭우에 신흥마을에 내린 빗물이 우수관을 통해 저지대에 조성된 저류지에 유입돼 3미터 정도 수심으로 흙탕물이 가득했다. 인근 주민은 저류지 덕분에 주택 침수 피해를 막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한다. 저류지 내부에는 무료로 개방되는 공공체육시설로 풋살장과 조명을 설치해 밤 10시까지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다. 3년 전에는 공원과 완충녹지 사이 풀숲에서 맹꽁이 짝짓기하는 모습이 발견되어 ‘장동평 통장’이 앞장서서 맹꽁이 서식지를 보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뭄에는 물통에 물을 담아다가 부어주고, 평택시에 보호대책을 건의해 산란기에 물을 공급할 수 있는 호스를 연결해주고, 제초 작업 중단과 보호 울타리를 설치한다. 공원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맹꽁이 서식지’ 보호를 위한 작은 표지판이 보인다. 이곳을 자주 산책하는 이웃들과 마음을 모아 맹꽁이 보호활동을 지속해서 전개하고 있다. 용이지구 개발사업으로 새로 조성된 마을에서 주민들이 공원에 생존하는 맹꽁이를 보호하는 주민들의 마음이 따뜻하다. 야생생물과 주민들이 안전하게 살아가는 신흥마을이 되기를 기대한다.
경부고속도로 앞 반도유보라아파트 인도와 차도
경계에 설치된 거대한 방음벽은 안전문제로 여전히 논란,
도로변 완충녹지를 시민들에게 돌려주고
쾌적한 발전 해나가길 기대
용이동은 지리적으로 국도 38호선과 경부고속도로에 접해 교통이 편리하지만 자동차 소음피해, 방음벽 철거 관련 현안이 있다. 평택시는 용이지구 개발사업을 추진하며 국도와 아파트단지에는 완충녹지를 배치하고, 고속도로 인근에는 주택단지 동쪽에 토성 모양의 방음둑을 조성하고 나무를 심었다. 완충녹지에 돌과 흙으로 방음둑을 조성하고 큰 나무들을 심는 공법은 도로경관을 고려하고, 도시개발사업으로 단절되는 녹지축을 연결하여 생태계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기도 한다.
이러한 완충녹지에도 불구하고 반도유보라아파트 인도와 차도 경계에 방음벽이 설치되었다. 높이 19미터에 길이 320미터의 거대한 방음벽이다. 2022년 봄 대통령선거 거리 인사를 준비하던 민주당 여성 당원이 대형버스와 방음벽 사이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2023년 봄에는 용이동통장협의회와 환경·시민단체들이 ‘용이동 방음벽을 철거해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라’라는 기자회견을 추진했다. 지금도 보기 흉한 방음벽이 방치되어 있고 주민들은 방음벽 사이 콘크리트 출입구를 이용하고 있다. 방음벽이 운전자의 시야를 막아 우회전하는 차량이 보행자를 발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 소속 시장과 국회의원이 활동하고 있으나 주민 안전을 위협하는 방음벽 철거에는 소극적이다. 금호어울림·푸르지오 아파트 완충녹지에 심은 나무가 울창하게 자라 새들의 놀이터가 되었으니 소음을 충분히 막을 법하다. 단풍이 물드는 도로변 완충녹지를 주민들에게 돌려줄 날이 오기를 바란다. 신도시로 성장한 용이동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해나가기를 기대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박환우 환경전문기자·평택포럼 도시환경분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