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불안 관리프로그램 개발로 교보교육대상 수상

'2023년 교보교육대상' 창의인재육성 부문 수상자 김현주 한광여중 교사
'2023년 교보교육대상' 창의인재육성 부문 수상자 김현주 한광여중 교사

수학은 많은 학생이 어려워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과목이다. 수학 때문에 불안하고 안 좋은 신체적 증상까지 겪는다면 ‘수학 불안’ 때문일 수 있다. 수학 불안이란 교육심리학 용어 중 하나로, 수학 교과를 접했을 때 과도한 긴장과 스트레스가 나타나서 심리적·신체적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김현주 한광여중 교사는 수학 불안으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수학불안 관리프로그램(K-UTF)을 2019년 개발해 매년 클리닉을 운영해왔다. 이 프로그램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2020년 EBS 다큐프라임에서 방송되기도 했다. 수학동아리를 지도하며 수학페스티벌, 수학을 활용하는 방 탈출 게임방 등을 통해 학생들이 창의성을 맘껏 발휘하는 기반을 만들어주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2023 교보교육대상 창의인재육성 부문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2023년 교보교육대상은 어떻게 수상하게 됐는지.

올해로 교직 생활 22년 차다. 2003년 한광여고에 발령받아 2020년까지 18년 동안 수학교사로 재직했고 2021년부터 한광여중에 부임해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학교육과 인성교육을 연계하는 데 필요한 수학 교과 인성 검사지, 학생들이 수학불안을 스스로 관리하게 해주는 수학불안 관리프로그램(K-UTF) 등을 개발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2022년 교육부와 창의재단이 매년 전국에 있는 초중고 수학교사 10명에게 수여하는 대한민국 수학교육상을 받게 됐다. 수상 공적을 본 지인이 교보교육대상 에 저를 추천했고 심층인터뷰, 공적조서 제출 등을 거쳐 수상자로 선정됐다. 교육 분야에서 큰 상이긴 한데 이후 생활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다만 꾸준한 자기계발로 학생들에게 뭔가 도움을 주고자 했던 일들을 인정받고 20여 년간 수고했다는 격려를 받은 것 같다.

 

‘수포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학생에게 수학은 어려운 과목이다.

사실 저도 수학이 어렵다. 수학은 그 자체로 어려운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추상성이 강하고 위계성이 있기 때문이다. 알파벳 소문자 에이(a)를 예로 들면 영어에서는 그대로 알파벳 소문자 에이로 이해하면 된다. 그런데 수학에서는 소문자 에이가 어떤 정사각형의 한 변의 길이일 수도 있고, 사각형의 넓이를 뜻할 수도 있고, 어떤 하나의 상수 값으로 파악할 수 있다. 즉 문제에 따라 소문자 에이가 드러내는 의미가 매우 다양한, 추상성이 강하다 보니 학생들이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면 어렵게 느끼는 것 같다.

위계성은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과정에서 수학지식이 차곡차곡 쌓이고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고등학교에서 미적분을 이해하려면 초등학교-중학교 때 숫자, 사칙연산, 방정식, 함수 등의 기초를 차근차근 다져야 한다. 중간에 포기했을 경우 포기한 지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새학기에 학생들이 수학에 도전했다 포기하는 것이 그래서다. 새학기에 배워야 할 것이 아니라 이전에 배운 것들을 하나하나 되짚어봐야 하니 재미가 없을 수밖에 없다.

 

수학이 이제 모든 학문의 기초로 많은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의 진로와 다른데 굳이 수학을 배워야 하는지에 의문이 있는 학생도 있지 않나.

학창시절은 대인관계 폭이 좁아 학생들이 문제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가며 어떤 판단을 내리거나 선택해야 할 상황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기본 역량을 갖추도록 돕는 데 학교 교과목의 목적이 있다. 수학도 마찬가지다. 지금 당장은 보이지 않아도 문제해결에 꼭 필요한 분석력과 논리적 사고에 큰 도움을 준다.

 

2017년 수학 교과 인성 검사지를 개발했다고 들었다. 수학과 인성이 선뜻 잘 연결되지 않는데.

수학 교과 인성 검사지는 2017년에 개발했다. 2015년에 전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인성교육진흥법이 제정됐다. 당시 대학원에 다니며 수학이라는 교과목과 인성교육을 연계하는 것에 흥미를 갖게 됐다. 인성교육이라고 하면 도덕 같은 과목을 떠올리는데 저는 특정 과목으로만 인성교육을 실현하는 것에 의문을 품었다. 수학은 논리적인 학문인데 인성교육과 연관성이 적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인성의 개념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인성을 사람이 태어날 때 타고난 품성으로 봤다면 요즘은 올바른 사회구성원으로서 갖춰야 할 역량을 의미하고 그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바로 인성교육이다.

수학 수업을 듣거나 수학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학생들의 행동이 인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료를 축적해 수학 교과를 통한 인성 교육을 실현하는 수업 모형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수학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함양되는 인성 요인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검사지를 개발했다. 이후 민주적 학습 공동체를 구성해 1학기 동안 수업을 진행하고 수업 전후 검사지를 비교했더니 사회적 요인인 배려·소통, 개인적 요인인 정직·책임·용기·자기이해에서 유의미한 효과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학 불안 관리 프로그램은 어떻게 개발하게 됐는지.

수학 불안이란 교육심리학 용어 중 하나로 수학를 접했을 때 과도한 긴장과 스트레스가 나타나서 심리적·신체적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수학 점수가 높은 학생도 수학 불안이 있을 수 있다. 수학 불안을 방치하면 수학 공부를 계속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더 떨어질 수 있다. 그러다 보면 불안이라는 감정에 잠식돼 수학과 관련된 상황을 회피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직업 선택이나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학 불안을 느끼는 학생이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면 그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판단해 수학불안 관리프로그램을 2019년 개발했다. 프로그램 개발 이후 우연히 EBS에 연결돼 다큐 프라임 교육대기획 10부작 중 하나인 ‘수학이 불안한 아이들’ 편에 참여하게 됐다. 재직하던 한광여고만으로는 프로그램 표본이 적어 고민했는데 EBS를 통해 전국적으로 효능을 확인하고 싶었다.

 

학생들과 수학페스티벌도 개최했다고 들었는데, 수학페스티벌이 재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뭔가 하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수학에 흥미 있는 학생을 모아 수학동아리를 구성했다. 그리고 수학 페스티벌을 개최했는데 인기가 정말 많았다. 전교생이 수학을 즐길 프로그램을 기획해보라고 했더니 뚝딱뚝딱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냈다. 축제라는 취지에 맞게 수를 이용해 즐기는 다양한 놀이를 개발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아이디어가 바로 방탈출 게임이었다. 수학 퀴즈를 풀고 방을 탈출하는 게임을 하고 싶다고 해서 적은 예산으로 가능할까 싶었는데 학생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정말 깜짝 놀랐다. 인기가 너무 많아 문자로 예약받아야 할 정도였다. 학생들은 조금 부족한 점은 있을 수 있어도 창의적인 면에서는 어른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실감했다.

 

최근 교육 현장은 지식 전달에서 그치지 않고 인성이라든지 다양한 분야까지 교사가 책임을 지는 구조인 것 같다.

지식 전달자로서의 교사의 역할은 끝났다고 본다. 인공지능이 너무나 발전해서 생성형 챗지피티(GPT)로 거의 모든 수학 문제를 풀 수 있다. 최근에 우리나라가 개발한 매스지피티의 경우 오답률이 거의 없다. 스마트폰으로 수학문제를 찍어 앱에 전송하면 풀이가 뜨고 유튜브에서는 수준 높은 수학 강좌를 무료로 들을 수 있다.

학생은 단지 수학 문제를 잘 푸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의 풀이 과정을 고민하고 자신이 가진 지식을 응용할 때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 또 청소년기는 가치관이 형성되는 시기여서 친구 영향도 많이 받는다. 이 과정에서 교사의 지도와 관심이 필요하고, 이는 온라인강의·유튜브 등에서 얻을 수 없다.

그러려면 교사도 계속 공부해야 한다. 교사가 나이를 먹어가는 만큼 가르쳐야 할 학생의 연령이 낮아지면서 세대 간 차이는 점점 커진다. 사회도 빠르게 많이 발전하기 때문에 예전 지식만으로 미래를 살아갈 학생을 가르칠 수는 없다. 학생들이 살아갈 미래는 교사 세대가 경험해 보지 못한 사회다. 그런 사회에서 우리 학생들이 제대로 된 역량을 발휘하게 하려면 미래 사회에 어떤 역량이 필요하고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로 거듭나려면 무엇을 배워야 할지 연구하고 준비해야 한다. 교육은 과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20여 년간 교사로 재직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분당에서 살고 있어 출근하려면 평균 2시간이 걸린다. 어렵거나 힘들었다면 새벽 5시에 일어나 학교로 출근할 수 있을까. 그래서 학생들에게 얘기한다, “내가 아침에 너네들이 보기 싫어지면 그만두겠다”고. 교사가 아이들한테 관심이 없으면 제일 피해를 보는 대상은 학생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좋았던 일이 많다. 무엇보다 가르친 아이들이 잘되면 기억에 남는다. 학창시절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부모·교사 속을 많이 썩인 학생이 수년 후 멋진 모습으로 연락하면 그땐 정말 보람차다.

 

지역사회와 학부모가 학교를 어떻게 바라봤으면 좋겠는지.

부모님들이 선생님들을 믿어주셨으면 좋겠다. 교사의 어떤 행동이 학부모 입장에서는 마음에 안 들 수도 있다. 그럴 때 자녀에게 “너네 선생님은 왜 그러냐”고 말하는 순간 학생과 교사의 관계는 틀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 엄마와 아빠가 선생님에 대해서 안 좋게 얘기한다 그러면 학생도 선생님을 안 좋게 볼 가능성이 무척 크다.

많은 교사가 더 잘 가르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학생들을 사랑으로 보살피고 있다. 그러니 믿어주시고 신뢰의 눈으로 바라봐주셨으면 한다. 문제가 있어 소통해야 할 상황이 있다면 자녀에게 전하지 말고 바로 교무실로 연락해 서로 의견을 나누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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