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역 삼리, 금지의 공간을 뛰어넘어 희망으로 소통하다

 

평택역 성매매집결지 삼리 포함한
평택동 일대 오동나무길로 재개발
아버지와 딸, 즉 가족이 행복하게 
사는 도시공간으로 재창조할 것

평택역 성매매집결지인 삼리를 포함한 평택1구역 재개발사업을 추진하는 BT그룹의 대표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

1981년 신평동에서 태어나 성동초등학교와 신한중·고등학교를 다녔고 순천향대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공병 장교로 복무하면서 매달 적금을 부어 모은 돈 1억원을 종잣돈 삼아 삼리 인근에 있는 건물을 경매로 낙찰받았고 이곳에서 국비지원직업전문학원과 실용음악학원을 운영했다. 열심히 살았지만 크고 작은 어려움을 참 많이 겪었다. 다른 음악학원을 운영하는 분이 100회 넘게 민원과 진정을 제기해 매일 조사 받고 서류 준비하느라 일상을 유지할 수 없었던 적도 있었다. 진절머리가 났다. 국비무료교육 과정에서 각종 편법이 난무하는 현실도 실망스러웠다. 그런 상황에서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자 상실감을 극복할 수 없었다. ‘모두 내려놓고 떠나자’ 마음먹고 호주 이민을 준비했다. 그런데 한국 사회 혹은 자본주의 사회를 너무 낭만적으로 바라봤음을 깨달았다. 내 능력을 키우고 사업 규모를 키워 이렇게 치열하고 잔혹한 현실을 넘어서야겠다고 결심했다. 공병부대에서 같이 복무했던 동기·후배들과 2012년 지금 BT그룹의 모태가 된 BT건설을 설립했다. BT는 ‘Beyond Trend’의 앞 글자를 따 지은 사명으로 시대 변화를 무의미하게 수용하는 자세를 거부하고, 새로운 흐름을 선도해 그 가치를 인정받는 기업을 세우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토지주들에게 실망 안겨주지 않게 
처음부터 끝까지 신의 있게 진행
올해 사업자지정, 사업시행인가 등 
본격 추진···2025년 착공 목표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공병으로 근무한 30대 청년이 건설사를 운영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처음에는 도배기능사 자격을 취득해 도배나 장판을 시공하는 일을 맡았다.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모습을 좋게 봐준 분들이 나중에 건설사 대표인 것을 알고 일을 맡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인테리어 공사를 맡게 되고 차츰 건물 건설을 수주하며 건설사로 자리 잡았다. 돌이켜 보면 기회는 위기와 함께 왔다. 건축주와의 분쟁으로 고소당하고 공사 프로젝트 파이낸싱(PF)를 맡은 은행 담당자의 횡령으로 공사대금을 제때 못 받은 적도 있었다. 2014년에는 어머니가 패혈증으로 심정지까지 오는 위중한 상황에서 협력업체가 부도를 내고 도주했다. 심지어 협력업체가 현장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 고용노동부 조사까지 받았다. 임금을 이미 줬다는 것을 증명하고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여러모로 힘든 시기였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부동산 개발에 필수인 PF금융을 이해하게 됐고 설계‧시행‧시공을 원스톱으로 시행할 수 있게 됐다. 

우여곡절을 겪었음에도 좌절하지 않았던 원동력은 무엇인지.

위기가 닥칠 때마다 남 탓을 하기보다 내게 부족한 점을 발견하고 보완해 다시 도전했다. 앞서 말한 2014년 위기 때에도 PF 기준이 뭐고 어떻게 운용되는지 몰랐던 내 잘못이라 판단했다. 누굴 비난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포기하지 않고 진심을 다했다. 버티고 또 버티다 보니 어느 순간 문제가 발생했던 일들이 본궤도에 오르고 한발 한발 성장할 수 있었다. 특히 임금체불 등을 하지 않고 원칙을 지켰다. 그 결과 건설업에 종사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지금까지 전과가 하나도 없다. 이 모든 것은 저를 믿고 함께해준 가족과 직원이 있어 가능했다.

평택1구역 재개발 사업은 총사업비 1조8000억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어 평택에서 1000세대를 공급한 건설사가 해낼 수 있을지를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다.

이 사업은 국내 1위 건설사가 온다 해도 성공을 자신할 수 없다. 지구단위 사업방식으로는 추진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개발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95% 면적의 동의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당지역 토지 대부분은 다수의 공유지분자가 소유하고 있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삼리 주변은 개발이 완료된 지역이어서 토지가격 변동 폭이 크지 않아 새로운 개발을 원하는 욕구도 강하지 않다. 특히 수십 년간 여러 차례 개발을 시도했다 무산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개발에 대한 토지주들의 불신은 매우 깊다. 결국 이곳을 재개발하려면 토지주들에게 실망 안 주고 사기 안 치고 처음부터 끝까지 신의 있게 추진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BT그룹의 도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학시절 졸업설계로 창(窓)과 창(娼)을 주제로 평택역 집창촌 재개발 도면을 그린 적 있다. 이를 구체화해 2021년 11월 평택1구역 재개발 정비를 통한 ‘오동나무길 조성사업’ 계획을 평택시에 제안했다. 오동나무는 딸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을 은유한다. 조선 시대에 딸을 낳으면 아버지가 오동나무를 심어 그 딸이 시집갈 때 장농을 만들어 보냈다고 한다. 여성들의 아픔이 서린 삼리라는 공간을 아버지와 딸, 즉 가족이 행복하게 사는 공간으로 재창조하겠다는 취지다.

평택시에 제안할 당시 토지 등 소유자 322명 중 67.39%인 217명, 면적 기준 50.13%인 1만6952㎡ 동의를 얻었고 2022년 초 평택시가 그 제안을 수용하면서 사업이 시작되었다. 같은 해 11월 경관심의 통과, 2023년 3월 3일 평택시도시계획위원회 심의 통과, 같은 해 7월 평택1구역 재개발 사업에 대해 정비계획 결정 및 정비구역 지정 고시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으며 올해 사업자 지정, 시공사 선정, 사업시행인가 등을 거쳐 2025년 착공할 계획이다.

 

“BT는 ‘Beyond Trend’
변화를 무의미하게 수용하지 않고
새로운 흐름을 선도해 
그 가치를 인정받는 기업 될 것”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1월 14일까지 평택1구역 재개발 지역 전시 프로젝트 ‘그린라이트’를 개최했다. 재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건설사가 주최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그린라이트는 경기 남부지역의 대표적 성매매집결지인 삼리에 문화적 상상력을 가미해 7명의 작가가 각자의 시각과 방법으로 해석한 전시회였다. 저도 참여해 초입 도로에 쓰인 ‘청소년출입금지구역’이라는 문구에서 ‘금지’라는 글자를 지워 ‘청소년출입구역’을 바꾸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오랜 시간 덧대고 칠해선지 글자가 지워지지 않아 결국 도로 표면을 부수고 파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존재하지만 보지 않으려 했던 공간, 열려 있으되 닫힌 공간이었던 삼리를 보이는 공간, 소통의 공간으로 바꿔야 할 이유를 알리고 이곳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에 관해 평택시민과 공유했다. 
과거 6.25전쟁과 미군 주둔으로 성매매업소가 본격적으로 평택역 주변으로 집결했다. 그 후 사람들은 평택을 삼리가 있는 곳으로 인식했다. 제가 군에 입대했을 때 평택에서 왔다고 하니 거의 모든 사람이 삼리를 언급한 기억이 난다. 평택 사람 중에 이런 기억이 있는 이가 많을 것이다. 최근 미군기지 평택 이전, 삼성전자, 수도권 전철 개통 등으로 평택시가 발전했음에도 평택의 입구라 할 수 있는 평택역 주변에 대규모 성매매집결지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제 존재하되 없다고 치부해온 공간, 열려 있지만 닫힌 금지의 공간을 바꿀 때가 됐다. 제대로 바라보고 온전히 기억해야 새롭게 만들 수 있다. 

평택1구역 재개발사업이 완료되면 평택역 주변 도심은 어떻게 바뀔 것으로 보는가. 

도시에서 역은 교통의 중심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의 문화, 지역주민의 삶이 교차하고 융합하는 장소다. 평택역은 2005년 1호선 연장과 2009년 민자역사 완공을 거치면서 현재 하루 평균 4만명이 오가고 있다. 그러나 이 일대 주택과 상가들이 점점 노후화되고 있으며 성매매집결지 삼리가 있어 앞으로 나아가는 데 한계가 있다. 
앞으로 평택1구역 재개발사업이 완료되면 평택역 주변으로 300실 규모의 4.5성급 호텔, 50층 규모의 오피스텔, 1800여 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선다. 평택시가 추진하는 ‘사람중심 복합문화 공간’인 평택역광장도 조성된다. 그렇게 되면 평택역과 주변 구도심은 금지의 공간을 뛰어넘어 희망으로 소통하는 공간으로 변모할 수 있다. 삶이 어우러지는 도시공간, 역사가 살아 있는 문화예술 공간, 많은 사람이 모여드는 개성있고 매력적인 평택의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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