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한숨

 

불현듯,
보름달을 한껏 푸~하고 내뱉어봐요
한꺼번에
펄쩍펄쩍 토끼 수백 마리가 천방지축으로 뛰어나와
달리고 달리다 덜컥 벌판에 고꾸라지면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수백 마리까지
한 번에 흡~하고 다시 삼켰다가
일순간 
바다 위에 푸~하고 내뱉어봐요
출렁출렁 파도를 타고 
토끼가 아니 
돌고래 수수~백 마리가 너울춤을 추며
오르락내리락 물보라가 튀어
엎어지고 자빠지고 속이 뻥 뚫어져
범고래 등짝을 뚫고 한꺼번에 솟구쳐 올라
푸~

이건 오랜 습관이다
간혹 필요한 일이다
걱정이 날아가는

 

*      *      *

 

술래잡기

 

누구세요?
매일매일 술래가 되는 섬
벚꽃잎 풀풀 나는 그림자 너머
보라색 흩뿌리는 라일락을 지나서도 
섬은 혼자서 방향을 잃어가요

다정이니?
허연 머리카락 느린 박자로 헝클어지며
허술한 등허리가 만들어가는 울림
리듬을 기억하는 다리가 앞으로 갈 때마다
섬의 생각은 퇴화를 하나 봐요

얘들아, 얘들아
어린 날,
더 어린 날 속에서 술래잡기를 해요
물오리 따라 둥둥 미소를 띠며
또 춤을 추려나 봐요

엄마?
멈칫 섰다가도 기우뚱거리는 
팔순의 알츠하이머
어린 아기 순임 씨
엄마 따라 그저 봄 소풍 나왔다

 

 

 

이상남 시인
이상남 시인

 

이상남 시인

<시와 사상>에 시, <에세이문예>에 수필로 등단
‘시인들’ 협회 부회장 
한국시인협회·문인협회·본격수필가협회 회원
평택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평택문학상 수상
시집 <씹어야 제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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