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추억

책갈피 속에 파묻혀 있던 임의 얼굴
내 가슴에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촉촉이 내리는 가랑비 맞으며
광란하게 비치는 네온사인 거리를 헤매다
뇌리로 스쳐 가는 그리운 눈동자, 상냥한 미소
가슴에 파문을 일으키고 그날로 돌아갑니다
풀잎에 구르는 초롱초롱 은구슬
꿈속에 피어서 눈부신 살결
밝아오는 아침에 시들어 이별한들
노을 지는 오솔길 거닐며 
보리향기에 취하고
두꺼운 구름이 
새벽을 가린다 해도
사랑이여
희망이여
슬픔이여 
눈가에 맺혀있는 눈물방울
소리 없이 눈길을 끌고 갑니다

 

*     *     *

 

할미꽃

뽀송뽀송한 저 살결
늙어도 저리 눈부실까
비너스보다도 고운 다리맵시는
초롱초롱한 은빛 구슬에 반사되어
노을 지는 지평선 너머로 살짝 드러내
요염한 자태로 나를 울린다
울지마라 
눈물 없는 새처럼

웃지도 마라
피어도 소리가 없는 할미꽃처럼

슬그머니 아침이 오면 
이슬에 젖어 시름시름 몸살을 앓은들
보리 냄새에 취해 주정을 부린들 
바람에 흔들흔들 날려간들 
푸릇한 금잔디 이불 속에
아가처럼 잠들리라

 

 

손창완 시인
손창완 시인

 

손창완 시인
월간 <문예사조> 등단
일간 경기 칼럼니스트
평택문인협회 회원
한국계보학연구회 회원
중앙일보 시조백일장 장원
제21회 공무원 문예대전 입상
저서 <불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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