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눈썹달

썹달이 자꾸만 따라온다
발길 조심하라고
어머니가 보내셨나 보다
대수술 고통으로 찡그린 얼굴
보여주는 억지웃음 씰룩이는 눈썹

눈썹달이 구름에 숨어서 따라온다
어여가라고
어머니의 손사래가 따라온다
혼자가 싫다는 어머니의 마음이 따라온다
엄마가 아프다고 눈썹달이 말한다

허물어져 가는 초가집으로 가고파
괜찮다고 씩씩한 척 짓는 눈웃음
못 본 척
떠나온 발걸음 무거워 멈춘 금강 다리
따라온 눈썹달 강가에서 눈물 받아낸다

 

*        *       *

옛집

정지문을 열고 내다보던 어머니
한 손에는 검불이 한 손에는 부지깽이가 들려있었다
생솔가지에 불이 잘 안 붙는지
생 연기에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숯검정이 잔뜩 묻은 얼굴
그래도 예쁘기만 했다
사립문 밖을 나서면 장마철에 발을 헛디뎌 
신작로 다리 밑까지 떠내려가던 도랑물이 졸졸거렸다
빨래를 한답시고 넓적한 돌에 앉아
거품 놀이에 정신이 팔려있을 즈음
아까운 비누 다 닳는다는 엄마의 고함소리도
동무와의 물장난에 시원하기만 했다
마루에 걸터앉으면 내 발가락을 핥던 누렁이
마루 아래 짚으로 엮은 누렁이 집에는 
짝 잃은 양말이며 고무신이 짚세기와 뒹굴고 있었다
방귀를 붕붕거리며 새끼를 꼬던 어머니
그 궁둥이에 달라붙어 엎드려 놀던
내 어머니의 흙집

 

 

안문 시인

안문 시인
계간 <한국작가> 등단
평택문인협회 사무차장
경기문학공로상. 
시집 <누가 엄마에게 한숨을 선물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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