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김훈 평택환경행동 공동대표
김훈
평택환경행동 공동대표

안성천수계 상류에 반도체산단들이 속속 들어선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하류에 사는 평택시민의 근심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산단을 조성하면서 예비타당성도 면제하고 산단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42년 가동을 목표로 나름 여유가 있다고 봤던 용인 남사·이동읍의 반도체산단은 늦어도 2026년 하반기에 착공하여 2030년에 공장 가동에 들어간다는 소식이다.

산단 조성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평택시민의 상수원으로 사용되는 송탄취수장·상수원보호구역도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평택시는 주민설명회를 잇따라 개최하고 송탄상수원보호구역 존치·조정·해제를 놓고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시민환경단체과 농어민단체들은 수질대책 없는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국가가 추진하는 산단이라 평택시도 대책을 조속히 세워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평택시민은 그동안 그리고 현재까지 국가방위를 위한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군기지로 인한 피해를 감내하고 살고 있다. 서해바다를 지키는 해군2함대와 평택항, 에너지원인 발전소·가스저장소·석유저장소 등으로 나라의 안전과 번영에 기여하는 고귀한 희생을 이어오고 있다. 그럼에도 시민에게 돌아오는 것은 환경 파괴, 재산 피해 그리고 상실감이다.

더 이상 국가는 평택시민에게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될 일이다. 반도체산단이 국가의 먹거리산업으로 나라가 명운을 걸고 육성하는 것이라 해도 평택호와 안성천수계를 기반으로 생활하는 평택시민의 생명줄인 평택호 수질은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문제다. 반도체회사는 반도체폐수를 엄격하게 처리해 배출하니 안전하다고 하지만 수백 종의 유해화학물질들이 생산라인에 사용되고 수많은 화학물질은 그 배출기준조차 없다.

 

정부와 평택시, 반도체업체는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이전에
반도체 폐수 무방류시스템 도입
안성천수계환경청 설립 등으로 
수질 보전 의지 적극 보여야

반도체 회사들은 사용 화학물질이 무엇인지조차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으면서 반도체 폐수에 대한 문제제기에 법적인 배출 허용치 이내여서 문제가 없다고만 주장한다. 그런데 공론의 장에 나와 시민과 소통하고 설명을 하지는 않고 있다. 평택시 역시 반도체회사의 “문제 없다”는 주장만을 전달할 뿐 자체 용역을 통해 시민 안전을 확인하려는 시도조차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제 시민·환경단체와 농민·어민은 자구 노력으로 하천 생태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수질을 분석하고, 어류 중금속 검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평택시나 반도체회사들이 적극 나서 할 일을 시민이 나서서 하는 상황으로 불신의 벽이 그만큼 높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시민의 의구심과 걱정을 괜한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시민 입장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정부와 경기도 그리고 평택시와 반도체회사는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강제로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시민이 안심할 수 있는 제도적인 틀과 방안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상수원 보호는 시민의 건강권과 생존권이 걸린 중차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날로 늘어나는 반도체 폐수를 줄이기 위한 무방류시스템을 적극 도입하고, 안성천수계 수질보전과 관리를 위한 (가칭)안성천수계환경청 설립, 반도체 폐수로부터 안전한 수질 확보를 위한 특별법 제정 등 제도적·재정적으로 뒷받침하여 수질 보전을 위한 의지를 먼저 보여주어야 한다.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반도체산단의 안성천 수계 집중건설은 반도체산업의 효율성은 제고시킬 수 있으되 하류에 사는 평택시민 삶의 질 확보와는 반대로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용인시 남사·이동읍 국가반도체산단 360조 투자, 용인시 원삼면 120조 투자 등 국가의 기간산업 발전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평택시민의 건강을 담보로 한 발전은 안 된다. 평택시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건강하고 행복할 존엄한 권리가 있다. 재앙적인 미래는 누구도 원하지 않지만, 있을 지도 모를 막연한 불안감 속에서 평택시민은 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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