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김해규 평택인문연구소장

12월 24일 남부문예회관에서 개최된 ‘조수미 콘서트 in Love’는 평택시문화재단의 향상된 역량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평택시문화재단은 설립되고 4년째인 2023년 그동안의 우려를 기대로 바꿔놓았다. 가장 두드러진 점은 공연예술의 질적 향상이다. 서울의 국립극장이나 예술의 전당에서 관람할 수 있는 연주회나 공연을 평택시에서도 관람하게 되었다.

조수미라는 세계 최고의 음악가는 높은 공연료만으로 초청할 수 없다. 성탄절 이브의 공연은 더더욱 그렇다. 평택 출신으로 팽성읍에 자리 잡은 최선용 지휘자의 도움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문화재단의 역량을 결집하지 않고서는 얻어낼 수 없는 결과라고 본다.

 

조수미 콘서트 in Love

환호와 세 번의 커튼콜

놀라운 점은 3만원짜리 티켓이 발매 30초 만에 매진되었다는 사실이다. 과거 우수한 공연단체의 무료공연에서도 500석 좌석을 채우기 힘들었던 사례를 생각하면 상전벽해다. 공연장의 분위기도 달랐다. 공연 중에 휴대전화가 울리거나 셔터를 누르는 일, 공연 중에 자리이동이 빈번했던 일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무대에 오른 조수미는 인형처럼 작고 가냘팠다. 그런데도 그의 몸에서는 놀라운 소리가 울려 나왔다. 작고 가냘픈 몸 자체가 뛰어난 악기였다. 보통의 연주자들은 고음은 잘 내면서도 피아니시모나 피아니시시모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조수미는 특별히 아랫배에 힘을 주지 않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고음과 저음을 자유자재로 냈다.

 

 

평택공연예술 질적 향상

보여준 성탄절이브 공연

 

조수미에게도 거역할 수 없는 나이라는 한계가 올 것이다. 이날 공연에서도 마이크 의존도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어느 부분에서는 살짝 음이 늘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건재했다. 누구보다 탁월했다.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뿜어냈다.

콘서트를 관람하고 터벅터벅 혼자 집까지 걸어왔다. 걸어오는 내내 1962년생 범띠인 그녀를 생각했다. 천부적 재능 이면에 숨겨진 인내와 노력으로 점철된 그의 삶을 곱씹었다. 관중들의 환호와 세 번의 커튼콜을 떠올렸다. 연주회가 끝난 뒤에도 여전히 가슴을 뛰게 하는 마력, 그리고 ‘나’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했다.

 

김해규 평택인문연구소장
김해규 평택인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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