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는 문화적 자원이 비교적
적은 도시, 품격 있는 대도시로
발전하려면 우수한 문화적 자원
발굴하고 키워가는 노력 기울여야

도시발전의 동력은 물질문화와 정신문화다. 물질문화는 도시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면 정신문화는 삶의 질을 담보한다. 해방 후 우리나라는 역경과 고난을 극복하고 경제적 발전을 이뤘다. 2023년 한국의 국민총생산(GNP)은 일본, 이탈리아보다 조금 낮고 대만보다 조금 높다. 프랑스나 영국과도 아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2021년 유엔무역개발회의는 대한민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우리가 프랑스나 영국, 이탈리아와 같은 선진국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선진국의 기준은 무엇인가. 핵심은 경제력이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경제력과 함께 정치·사회적 민주화 수준, 교육, 산업, 기술, 인프라, 사회복지(문화·예술복지 포함) 그리고 국민의 지식과 교양 수준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

평택시의 발전은 눈부시다. 하루가 다르게 경관이 변하고 도시화와 산업화가 진행되고 있다. 교통과 통신, 문화, 예술과 관련한 인프라 구축도 괄목할 만하다. 향후 20년 안에 농촌지역의 면모를 일신하고 첨단도시로 발전될 것이 기대된다. 하지만 외형적으로 멋진 도시가 된다고 해서 선진도시라고 말할 수는 없다. 외형적 발전만큼이나 내면적 발전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서 정신문화와 물질문화의 균형 있는 발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 지점에서 인문학이 필요해진다. 그러면 평택시 인문학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인문학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

2013년 수원시는 ‘인문학 도시 조성 조례’를 제정 공포했다. 시청 내에 인문학 전담팀을 만들고 사람 중심의 인문학 정신을 실현하고 수원이라는 인문도시의 정체성을 확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후 10여 년 동안 인문학 기반조성과 인문학의 대중화 사업 그리고 시민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시정연구원에 ‘수원학연구센터’를 부설해서 수원학 연구의 객관적 토대를 마련했고, 도서관을 확충하여 시민들이 책을 가까이하고 인문학 강좌를 접할 기회를 확대했다. 평생학습관, SK아트리움, 미술관, 수원생활문화센터, 고색뉴지엄을 건립하여 인문학을 연구하고 문화예술 콘텐츠를 계발하여 시민들이 향유케 했다. 수원시는 지난 10여 년 동안 절반의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이제는 사람 냄새나는 문화·예술도시 수원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모색을 하고 있다.

2020년대로 접어들면서 전국의 자치단체와 교육기관에서 인문학 조례 제정이 활발하다. 2020년 전라남도교육청은 코로나 상황에서도 ‘인문학교육 진흥조례’를 제정하여 교사와 학생들에게 인문학 활동을 지원했다. 2021년 충청남도에서도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 진흥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으며, 2022년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도 ‘인문학교육 진흥조례’를 제정하여 인문학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계발했다. 경상남도교육청도 2023년 ‘인문학교육 진흥조례’를 공포하여 인문학 발전과 교육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자치단체와 교육기관에서 인문학 조례를 제정하고 인프라 구축과 연구, 체험활동 지원, 각종 프로그램을 개최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사람 냄새 나는 도시, 사람을 중시하는 교육, 삶의 질을 중시하는 도시발전을 희구하기 때문이다. 평택시도 ‘인문학 조례’를 제정할 시기가 되었다. 도시가 확장되고 인구가 급증하면서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문화·예술적 갈급함이 더해지는 상황에서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평택시사(平澤市史)’ 편찬 서두르자

지방자치시대를 맞으며 ‘시사(市史)’는 다양한 목적에서 편찬되었다. 평택시는 통합 후 두 번의 시사(市史)를 편찬했다. 2001년에는 3개 시군(市郡) 통합 후 역사적 통합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편찬되었고, 2014년 시사(市史)는 기간의 연구성과를 반영하여 지역적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편찬되었다. 그러나 두 번의 ‘평택시사’는 편찬 기간이나 예산, 인적인프라 구축에 실패하면서 졸속으로 편찬되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지역에서 정사(正史) 편찬의 졸속은 역사적 정체성 확립에도 부정적이지만 역사와 문화자원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 계발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 지역 학계와 문화계에서 통합 30주년을 앞두고 시사(市史) 편찬을 제대로 한번 해보자, 평택시의 품격을 보여주는 시사를 편찬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그런 이유다.

그러면 시사편찬을 제대로 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먼저 제도적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본인은 평택시가 구축할 제도적 인프라로는 수원시처럼 ‘평택학연구센터’를 설치하거나 화성시처럼 ‘시사편찬위원회를 상설화’하는 방안이 있다고 생각한다. ‘평택학연구센터’나 ‘시사편찬위원회’를 설치하여 장기간 지역사 관련 사료를 수집하고, 연구성과를 수집 정리한다면 내용적으로도 훌륭한 ‘평택시사’가 편찬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시사편찬 기간을 최소 5년 내외로 잡고 충분한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 셋째는 시사편찬에 참여할 인적인프라 구축이다. 인적인프라는 지역 내 연구자 발굴과 육성과 함께 국내의 저명한 학자들이 평택지역을 연구할 수 있도록 논문공모나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방안이 좋다. 그렇게 되어야만 우리도 수원시나 화성시처럼 양적, 질적으로 우수한 시사(市史)를 편찬할 수 있다.

 

사람 냄새 나는 창의적인 도시
위해서는 인문학 육성 위한 조례
제정과 체계적인 평택시 역사
편찬 위한 ‘평택학연구센터’ 설치나
시사편찬위원회 상임화 등 필요

지역축제, 인문학에서 출발하자

우수한 지역축제 계발은 평택시의 숙원이다. 평택시는 그동안 ‘평택항 축제’, ‘평택호 물빛축제’같은 지역축제를 개최했지만 아직까지 만족하지 못하는 눈치다. 2022년의 ‘한가락 패스타’는 훌륭한 기획으로 정상급 연주자들을 불러 모았지만 정작 시민의 관심과 관객동원에 실패하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러면 평택시에서 개최된 축제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평택지역의 정체성을 보여주면서 대중들이 호응할 수 있는 축제는 계발될 수 없는 걸까.

평택시 대표축제의 문제점은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살리지 못한 점과 박제화된 기획에 있다. ‘평택항 축제’이고 ‘평택호 물빛축제’인데 물의 도시 평택의 역사와 문화를 창의적으로 녹여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관(官) 주도의 보여주기식 축제도 지양되어야 한다. 몇백, 몇천만 원을 주고 유명가수를 불러 공연한 뒤 많은 시민이 모였고 좋아했다는 것만으로 면죄부를 받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 평택시가 대표축제를 키워내려면 그 소재를 평택지역의 자연환경과 인문적 자원에서 찾아야 한다. 지역의 자연과 인문적 자원을 창의적으로 해석하고 축제로 구현할 수 있어야 지역적 정체성이 분명해지고 시민들과 관광객, 주한미군과 가족들이 공감할 수 있다. 단기간에 성과를 보려 하지 말고 긴 호흡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나가며

인문학은 도시의 품격을 높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요소다. 하지만 물질문명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돈의 가치는 존중받지만 인문학적 가치는 등한시되고 있다. 평택시는 문화적 자원이 비교적 적은 도시다. 문화적 자원이 부족한 도시에서 인문학과 문화가 발전하려면 남다른 기획과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 우리가 보유한 인문자원에 대한 객관적이고 창의적인 평가도 필요하다. 없는 것에 주목하지 말고 우수한 문화적 자원을 발굴하고 키워나가는 노력도 요구된다. 인문학으로, 문화로 도시의 품격을 높이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자. 평택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키우자.

김해규 소장평택인문연구소
김해규 평택인문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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