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나무들이 잠깐 흔들렸다>

평택에서 태어나 오랜 기간 교직에 몸담아온 김동경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숲의 나무들이 잠깐 흔들렸다>를 펴냈다.

시집에는 총 61편의 시가 실렸는데 세월이 흐르는 대로 소신껏 정직하게 살아온 시인의 삶을 오롯하게 느낄 수 있다. ‘울엄니2’에서는 어머니를 보호하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고 ‘어머니’에서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절절함 그리고 외로움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생명과 인간을 따뜻하게 바라보면서 느낀 시인의 감정도 유려하게 표현한다. ‘9월의 국화’에서 신경을 쓰지 못한 국화가 메마른 땅에서 죽게 될까 봐 안타깝게 바라보는 모습에서 교사로서의 사명감을, 또 다른 시 ‘분필’의 “네 몸이 부서져 판서될 때 비로소 존재의 의미가 완성된다”는 시어에서 강직한 교육자로서의 철학을 엿보게 한다.

시인은 자신의 시를 ‘칼국수’라 이르며 밥도 아니고 스테이크와 같은 양식은 더더욱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내 시는 세상의 수많은 칼국수 중 하나일 것”이라며 “최고의 칼국수는 어릴 때 엄니가 손수 반죽하여 두루 접은 뒤 도마 위에서 칼로 두툼하게 서걱서걱 썰어서 끓여주신 칼국수”라고 강조한다. 그 시절 어머니의 모습을 되새기며 ‘어머니’라는 존재를 자신의 시에 온전하게 그려내고 싶은 바람을 품은 단어가 ‘엄니’와 ‘칼국수’인 셈이다.

그래선지 그의 시는 편안함과 슬픔이라는 모순된 감정을 느끼게 하면서 잠시 흔들린다 해도 금세 이겨낼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어렵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좋은 친구와 술 한잔을 기울이며 인생을 논하다 보니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아낸 순간과 흡사하다.

김동경 시인은 공주사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1993년 국어교사로 임용됐다. 현재 세교중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며 8월 말 퇴임을 앞두고 있다. 1998년 ‘심상’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배꽃이 지면>, <백아홉 번째 방>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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