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면에서 감초 국산 재배 도전
온실 재배로 생산비 경쟁력 확보
코로나19 시대 수출도 노려봄직

왼쪽부터 ㈜부미팜 김양수(52) 대표, 쑥쑥표고농원 황미영(57) 대표
왼쪽부터 ㈜부미팜 김양수(52) 대표, 쑥쑥표고농원 황미영(57) 대표

 

수입 감초 대체할

국내산 감초 생산이 꿈

우리 속담에 ‘약방의 감초’라는 말이 있다. 감초는 성질이 순해 모든 약재와 잘 어울리고 약초의 쓴맛 등을 없애주기 때문에 웬만한 한약 처방전에는 꼭 끼게 돼 나온 말이다. 이처럼 감초는 한약에 두루 쓰이는 한약재다. 신라 시대 목간에도 감초가 기록될 정도로 오래전부터 국내에서 약재로 사용해왔다. 다만 감초는 국내에서 거의 생산되지 않는다. 한국은 매년 9000~1만여 톤의 감초를 소비하지만 생산량은 연간 200~300여 톤으로 자급률이 2~5% 불과하다. 국내에 유통되는 감초의 95% 이상이 수입산이다. 국내산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을뿐더러 일각에서는 수입산의 약효를 더 쳐주는 까닭에 국내산 감초 재배산업은 활발하지 못하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도 최근 오성면에서 감초 재배를 시작한 사람들이 있다. 신기술로 감초 국산화에 도전장을 내민 ㈜부미팜 김양수(52) 대표와 동업 관계에 있는 쑥쑥표고농원 황미영(57) 대표를 만났다.

 

국산 감초는 수입산 보다 단맛 함량 적지만 고르게 함유

김양수 대표와 황미영 대표는 각각 2020년, 2018년에 평택으로 이사 왔다. 두 사람이 귀농을 결심한 것은 단순히 농촌 생활에 대한 동경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다. 농업 생산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닌 식물 추출물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 농업을 목표로 전문 농업인이 되고자 결심하고 농업을 선택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주목한 작물이 감초다.

김 대표는 “감초는 담배에도 사용되고 음료수, 화장품, 샴푸, 숙취해소제, 천연 감미료로도 사용해 시장이 크다”며 상품으로써 감초의 시장성을 강조했다. 특히 감초의 단맛은 설탕과 달리 깊이가 있어 고급 식품에 사용한다고 했다.

감초가 다양한 제품에 사용되며 각광 받는 것은 여러 기능의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감초는 글리시리진, 쿠마린, 사포닌 등을 함유하고 있다. 면역증진은 물론 해독, 간세포 손상 억제, 항산화 등 다양한 작용을 한다. 특히 이 가운데 단맛을 내는 글리시리진은 감초의 주요 성분이다. 설탕의 50배에 달하는 단맛을 내 각종 식품·의약품 등에 쓰인다. 또한 항염증, 고지혈증 개선 등 약리 효과도 있다.

국산 감초는 우즈베키스탄, 중국,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등 수입산 감초와 달리 글리시리진 함량이 일정하다. 농촌진흥청 조사에 따르면 외국산 글리시리진 함량은 0~12.4%지만 국산은 2%대로 변동 폭이 작다. 외국산은 군락을 이룬 야생감초를 수확하는 탓에 수십 년 된 감초와 수년 된 감초가 섞여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현재 감초는 95% 이상 수입하고 있다”며 “한약재로 사용되는 것을 제외하면 주로 추출물이 많이 사용되는데 국내에서 생산이 이뤄지면 수입 대체효과와 함께 농가소득 증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기술로 국내 재배 어려움 극복

두 사람이 국산 감초 재배로 사업성을 확신하는 것은 재배기술이다. 국내는 감초가 꽃이 피는 6월 무렵 장마가 시작돼 수분이 어렵다. 조선시대에 수입품인 감초를 토착화하려는 노력이 쉽게 결실을 맺지 못한 것도 같은 이유다. 황 대표는 “국내 최대 감초 재배지인 제천에서는 노지재배를 하고 있는데 수확 시 굴착기 등 중장비를 동원해야 해 생산비가 높다”며 “국산 감초 가격이 높게 책정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온실 포트 재배로 이 문제를 극복했다. 이곳에서는 커다란 원통형 포트에 감초 묘를 옮겨 심고 양액을 공급해 키운다. 온실에서 재배해 장마철 수분 걱정이 없으며 포트에 재배해 중장비로 땅을 팔 필요도 없다. 중장비 없이 사람 손으로 수확이 가능해 생산비를 크게 낮출 수 있다.

김 대표는 “제천 감초가 소매가로 ㎏당 1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는데 우즈베키스탄산 감초는 ㎏당 6000원이며 단맛도 수입산이 더 강하다”며 “국내산이라도 우리 방식대로 재배한다면 ㎏당 6000원 이하로 원가를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약으로서의 감초가 아닌 감초의 유효한 성분을 대상으로 한 추출물 시장으로 눈을 돌린다면 수익성은 더욱 크다”며 “건강기능식품을 만들고 유통하는 시장까지도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두 사람은 3300㎡ 규모 온실을 짓고 660㎡ 면적에 감초를 시험 재배하고 있다. 온실 한 동만으로도 연간 3000만원의 수익이 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이 재배방식에 대한 특허도 신청했다.

김 대표는 “감초는 콩과식물이라 진딧물이나 총채벌레로 인한 피해를 입을 수 있지만 다른 식물보다 상대적으로 병충해가 덜 하다”며 “미생물을 이용한 방제로 친환경 재배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혔다.

 

추출물 원료 시장, 미래 농업의 길

감초묘는 우량종을 별도로 조직 배양한 것을 사용한다. 황 대표는 “보통 감초는 3년이 지나면 뿌리의 지름이 2㎝로 자란다”며 “반면 조직배양으로 6개월 동안 감초묘를 길러 1년여 심었더니 뿌리 지름이 4㎝까지 성장했다”고 했다.

또한 “온실에서 포트 재배를 하니 초기 시설비를 많이 투자해야 하지만 시비하거나 밭을 갈고 별도 제초 작업을 할 필요도 없다”며 “우수한 묘로 크기를 키우고 재배 기간을 단축시킨 데다 관리에 손이 덜 가 수입 감초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했다.

두 사람이 국산 감초 재배의 가능성을 확신하는 또 다른 이유는 곧 보급될 국산 감초 품종인 ‘원감’이다. 본래 감초는 한반도에 자생하는 식물이 아니다. 국내에서 재배하는 것은 중국에서 들여온 ‘만주감초’다.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원감은 만주감초와 달리 줄기가 곧고 굵다. 글리시리진 함량도 3.96%로 2%대인 만주감초보다 높다.

두 사람은 내년에 지금 심은 감초 수확이 성공하거나 원감이 보급된다면 평택에 감초 재배단지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김 대표는 “쌀농사 한 마지기에 100만 원을 버는 수준이니 소농이 일반 작물로 돈을 벌기는 어렵다”며 “이러다 보니 농업이 사실상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제 농업은 원예 시설을 갖춘 첨단농업이나 유효한 성분을 지닌 약용작물 등을 재배하는 원료시장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미래 농업의 길이라 생각한다”며 “그런 점에서 면역력 증진 효과가 있는 감초는 코로나19 시대에 수출까지 노려볼만한 작물”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의약품 시장의 수입 감초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감초를 생산하고 성분을 추출하는 단지를 만들고 싶다”며 감초가 평택의 특화작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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