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독립서점 어디까지 가봤니 ❷

대형·온라인 서점에 밀려 자취를 감췄던 동네서점이 돌아오고 있다. 과거 학교 앞과 동네 어귀마다 있던 서점들이 이젠 골목, 도시 외곽 등 다양한 곳에서 ‘독립서점’이란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 책장 빼곡히 책이 들어찬 동네서점과 달리 특정 주제의 책을 선별해 판매한다. 형태도 다양하다. 가게에 따라 차와 음료를 마시며 책을 볼 수 있는 곳도 있다. 각종 모임과 수업, 음악회 등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이렇듯 독립서점은 커뮤니티 활동의 구심점으로 떠오르며 20~30대 젊은 세대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평택에도 다양한 독립서점이 영업하고 있다. 이에 <평택시민신문>은 지역사회에서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는 독립서점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두 번째 순서는 원평동 ‘나태한 책방’이다.

책방지기 취향 온전히 담긴
독립출판 에세이와 시 전문

원평동 거리를 산책하다 보면 눈에 띄는 가게가 하나 있다. 은은한 주황빛 조명이 비추는 큼직한 유리창 안으로 카페 같은 공간에 서재가 놓인 풍경이 펼쳐진다. 지나는 이의 호기심을 자아내는 독립서점 나태한 책방이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나태한 책방은 조용하고 아늑한 가게다. 평택역에서 가까워 편히 찾을 수 있다. 이승희(31) 대표는 퇴근 후 거리를 지나다 우연히 지금의 위치를 발견했단다. 그래서 지은 이름도 나태한 책방. 가게 한편에 걸린 내 꿈은 당신과 나태하게 사는 것란 문구가 이곳의 정체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선 나태함은 게으름이 아니라 더이상 치열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던진다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나 저녁 식사 후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편하게 가게를 찾아 나태하게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게가 문을 여는 시간도 오후 5시 이후다. 이 대표 본인의 본업이 따로 있는 이유도 있지만 고객들이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공간대여나 별도의 소모임을 기획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모임이 운영되고 있다면 다른 이들이 온전히 쉴 수 없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단 최근엔 주간영업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낮에 예약제 형식으로 가게를 운영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혼자 오는 사람이 많다. 가게에서 책 한 권을 구매한 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책을 읽는 모습은 이곳에선 흔한 풍경이다. 역에서도 가깝고 주택가와도 가까워 인근 주민들도 즐겨 찾는다. 대부분 독립서점과 독립출판물에 관심이 많은 20~30대다.

나태한 책방에선 에세이와 시를 전문으로 취급한다. 다른 장르는 없다. 주제는 대부분 직장생활, 퇴사, 사랑, 여행. 나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고 또 위로받을 수 있는 주제들이다. 입고기준은 이 대표의 취향이다.

그는 독립서점의 매력은 책방지기의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라며 다양한 책을 구비한다면 더 많은 사람이 올 수 있겠지만 이 공간은 취향이 맞는 사람들이 편하게 와서 읽다가 돌아갈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왕이면 무겁지 않거나 무거운 내용이라도 쉽게 풀어낸 책만을 들여놓으려고 한다바로 이점이 대형서점엔 없는 독립서점의 또 다른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책방지기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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